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프로 갬블러 이태혁의 이마로 분노 게이지를 측정하라

후암동남산 2012. 4. 7. 09:35


 이마는 인간 심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얼굴을 세계에 비유한다면 이마는 하늘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인상학에서는 이 부분으로 초년의 운과 지혜를 본다. 넓고 앞으로 약간 나와 있으며 상처가 없고 색깔이 밝은 이마를 좋은 이마라고 한다. 반면에 좁고 약간 뒤로 깎여져 있으며 색깔이 어두운 이마를 나쁜 이마라 하여 환경에 파란이 많아 성격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라 했다.
 관상가들의 말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도 이마는 속마음과 성격, 지난 삶의 이력이 비교적 잘 보이는 부분이다.
 만약 당신이 수만 명의 팬을 거느린 아이돌 가수라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지금 같은 그룹의 아이들과 내기를 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을 혼자서 20분간 돌아다니되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된다. 만약 팬에게 정체가 밝혀지면 당신은 내기에 건 20만원을 몽땅 잃게 될 것이다. 이때 당신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몇 가지 선택사항이 주어진다. 지금 눈앞에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가 놓여 있다. 세 가지 물건 중에 단 한가지만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물건을 고르겠는가?
 물론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지만 백 명 이상의 모집단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절반 이상이 모자를 고른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 궁금하다면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보아도 좋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자기 모습을 가리고자 할 때에 가장 흔하게 착용하는 것은 바로 캡 모자다. 범죄자가 각종 보도를 피해 얼굴을 가릴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상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게 계속 은폐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 가장 먼저 가리고 싶은 부분이 이마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이마를 가렸을 때 심리적인 안정감과 안전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오토바이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 헬멧을 써 보았거나 하키나 야구 헬멧을 써 본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 제시된 이마 관련 행동과 심리 상태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어째서 사람들이 모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미간의 움직임에 집중하라
 
 두 눈썹의 사이를 미간이라 한다. 주로 미간을 좁히는 행동은 생각에 집중하고 골몰하는 상태를 뜻한다. 미간이 좁고 자주 움직이는 사람은 근심이 많고 잔소리가 심하다는 고정관념도 이러한 몸짓을 근거로 나온 말이다. 생각이 지나치게 깊고 속이 옹졸하며 성격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간이 넓고 고요한 사람은 성격이 낙천적이고 사교성이 좋으며 일찍 성공한다는 통념도 있다. 
 스님이나 명상가들이 더 깊은 집중 상태에 들어가기 위해 미간을 이용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고요한 마음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양 손바닥 중심과 미간 중심에 가상 점을 만들어 연결하고, 그 삼각형을 양 손바닥과 미간으로 받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로써 우리는 좀 더 깊은 명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이때 미간은 자기 내면 깊은 곳에 생각이 다다르도록 해 주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한편 미간은 커튼 없는 창과도 같다. 외부의 시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부분인 것이다. 만약 당신이 속마음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스님이나 명상가들처럼 머리를 빡빡 깎아서 이마와 미간을 다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비즈니스 관계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 상대가 미간이나 이마를 문지르는 행동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만약 상대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이마를 완전히 가리지는 않되 이마 중간을 손가락으로 몇
차례 문지른다면, 이는 굉장히 난감한 상태라는 뜻이다. 충격을 받았거나 갈등이 크다면 이마 옆쪽 관자놀이 쪽을 만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마 중간을 문지르는 것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난감한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심리가 그런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간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미간은 인간의 마음을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는 부위 중 하나다. 하지만 긍정적 반응보다 부정적 반응에 더 쉽게 작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간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해지는 순간은 수치심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가리고 싶을 때다. 다시 말해 상대에게 창피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미간을 여러모로 움직이는 것이다.
 미간의 움직임은 눈썹 변화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니 눈썹이 진한 사람일수록 움직임이 더 크게, 그리고 더 자세히 보이기 마련이다. 마치 팔다리가 긴 사람이 춤을 추면 동작이 더 화려해 보이는 것처럼 눈썹이 진한 사람은 거짓말이 더 쉽게 드러나게 된다. ‘눈썹 털이 지나치게 굵거나 검은 사람은 파산하기 쉽다’는 옛 말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다. 
 거짓말이 들통 날 위기에서 수치심이 생기고, 동시에 이를 방어해야 한다는 불안이 극도에 달했을 때 미간은 심하게 요동치게 된다. 만약 당신이 그런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상대가 집중하고 있는 정보를 나도 모르게 진실이라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상대가 보내는 거짓 정보 또한 진짜 정보로 믿어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간을 자주 움직이는 사람과의 일대일 대화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한편 미간은 상대의 집중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간에 힘이 들어가 이마가 시종일관 갈매기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면 집중을 계속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만약 상대가 당신을 속이려고 한다면 고도의 집중력으로 허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마가 갈매기 모양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간은 분노가 잘 드러나는 부위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 앞에 누군가가 잔뜩 찌푸린 미간을 보인다면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니 빨리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가끔 농담 삼아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 극에 달한 분노를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준비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실수를 저질러 상대가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린 상황이라면 재빨리 턱을 아래로 내려 목을 보호하면서 상대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과학적 자료에 의하면 영장류는 생존을 위해 시선을 피하거나 항복이나 복종을 나타내는 몸짓을 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멈추게 만든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기 몸을 작아 보이게 만드는 행동으로 상대의 뇌에 있는 ‘공격 중단 스위치’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전쟁터에 나간 장교나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운동가의 모습을 머릿속에 상상해 보라. 죽음 앞의 비장한 각오와 적을 향한 적개심을 강하게 표출하려는 듯이 미간에 잔뜩 힘이 들어간 표정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관계에서 대화 도중 미간을 잘 찌푸리는 사람은 상대를 제압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면 제압당한 척해 주는 것도 하나의 대응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