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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홀린 한국산 ‘도마의 신’ 양학선 신드롬

후암동남산 2012. 8. 8. 08:08

"행복한 비명이 나오네요."

금메달리스트의 어머니도 바빴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양학선(20·한체대)의 어머니 기숙향씨(44)는 7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숨 돌릴 틈도 없다"고 말했다. 금메달리스트가 된 아들 덕분에 휴대폰에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화를 일일이 받느라 숨고를 틈도 없었다.

6일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 출전한 양학선선수가 금메달획득후 기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그 와중에도 기르고 있는 가축을 돌보느라 눈코뜰 새가 없었다. 통화하던 중간에도 풀밭으로 뛰어가 포도를 뜯어먹고 있는 염소를 잡으러 다녀야만했다. 방송사도 기씨를 찾아왔다.

그래도 아들 '양학선' 이름 석 자가 나오자마자 어머니의 목소리는 환해졌다. 금메달을 딴 직후 기씨는 아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

"우리 아들, 정말 자랑스럽다.""엄마, 사랑해요."

모자의 감격스러운 전화통화가 오갔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들은 "도핑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며 통화를 다음으로 미뤘다.

비닐하우스에서 이룬 금메달의 꿈은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20가구가 채 안되는 이들이 모여사는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의 마을 끝에 양학선의 가족이 사는 비닐하우스가 있다. 허리조차 펴기 힘든 단칸방에서 고생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면서 양학선은 '금메달을 따서 부모님을 위한 집을 짓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과 함께 품은 꿈은 현실이 됐다.

하루만에 모든 게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양학선 신드롬에 휩싸였다. 올림픽 결선에서 보인 신기에 가까운 기술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어려운 가정 형편과 부모를 향한 효심 등 그의 뒷이야기가 소개되면서 양학선은 국내 최고의 인기스타가 됐다.

외신들은 재빨리 반응했다. AP 통신은 "양학선은 자신의 점수가 나오기도 전에 태극기를 꺼내 흔들었다. 태극기를 흔드는 그 순간 점수가 떴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메달은 기회였다. 나는 기회를 잡고 싶었다"는 양학선의 인터뷰를 함께 소개했고, 그의 기술에 대해선 "장관이었다"고 표현했다.

7일 하루 동안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1위는 모두 양학선과 관련된 것이었다. 4살위 여자친구 또한 검색순위 맨 위에 올랐다. '지지말자, 후회하지 말자, 난 할 수 있다'는 문패를 단 양학선의 미니홈피에도 축하글이 쇄도했다.

여기저기에서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자처하고 나섰다. 가장 큰 문제였던 집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SM그룹은 현재 광주 남구 월산동에 신축 중인 우방유쉘 32평형(시가 2억여원)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농심은 양학선이 좋아한다는 '너구리 라면'을 평생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생색내기'란 네티즌의 비판에 역풍을 맞기도 했다.

또 정부의 금메달 포상금 6000만원과는 별도로 정동화 대한체조협회장(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1억원의 포상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양학선의 어머니 기씨가 아들을 위해 부른 가수 노라조의 '형'이라는 노래도 새삼 화제가 됐다.

이런 관심 속에서도 기씨는 오로지 아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런던의 한 취재진에게 "학선이에게 기자회견이 끝나면 전화 좀 해달라고 전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양학선은 이날 현지에서 하루 종일 각종 기자회견장과 방송사 스튜디오로 불려다녀야 했다.

아들이 돌아오면 좋은 집에서 오손도손 살 생각으로 기씨는 마음이 크게 부풀었다. 기씨는 "학선이가 와서 새 집을 지어줘야죠"라며 웃었다.

대한민국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효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자랑스런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