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안철수 사퇴로 끝난 단일화 72시간 무슨일이...질문 내용 놓고 논쟁 시작→비공개 회동 합의 불발→대리인 협상 결렬

후암동남산 2012. 11. 24. 08:59
안철수 사퇴로 끝난 단일화 72시간 무슨일이...
질문 내용 놓고 논쟁 시작→비공개 회동 합의 불발→대리인 협상 결렬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제 마지막 중재안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3일 후보직을 내려놓으며 자신이 결단한 결정적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중재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난 21일부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줄다리기를 벌였던 야권 단일화 협상 방식. 두 후보측이 피를 말렸던 그 과정은 도대체 어떻게 전개됐던 것일까.

21일 =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공론조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양측 실무팀이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로 가닥을 잡았지만 여론조사 문구를 둘러싼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밤 10시 전까지는 반드시 협상을 마쳐야 한다”며 단일화 협상을 재촉했다.

진 대변인은 안 후보 측에서 제안한 가상대결 방식을 놓고 “단일화 경선방식에서 불리한 방식”이라며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물론이고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비전과 정책 국정경협의 기반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최적의 후보를 골라내는 것인데 가상대결방식은 아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협상이라는 것은 여러 안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며 “합의에 도달해야 할 것은 국민의 뜻이 왜곡되지 않는 그런 장치들을 마련하는 방식을 통해 토론해서 찾아내는 방식”이라고 맞섰다.

결국 양측은 이날 오후 4시 ‘숙고의 시간’에 들어갈 것을 선언하며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2시간 만인 오후 6시 또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양 후보는 이날 밤 TV토론에서도 단일화 방식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문 후보는 여론조사 세부 문항에 대해 “단일화의 목적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하는 것이라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로부터 ‘누가 더지지 받느냐’가 단일화의 기준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반면 안 후보는 “박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가 있을 때 ‘누구에게 표를 보내느냐’가 현장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22일 = 두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담판 짓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는 불발됐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과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은 22일 각각 브리핑을 통해 “두 분 회동에서 성과가 없었다”며 “한 걸음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자, 문 후보측에서 먼저 이날 밤 ‘가상대결+적합도’이라는 협상 타개책을 내놓았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같은 날 저녁 브리핑을 통해 “가상대결 문항을 50% 반영하고, 또 동시에 문 후보 측이 제안한 적합도 문항을 50% 반영해서 이를 합산하여 단일후보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공식적인 채널이 아닌 언론 브리핑을 통해 통보한 것을 문제 삼아 “단일화 과정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제안”이라며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곧이어 박선숙 본부장이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제안했던 실제 대결안과 문 후보 측이 제안 했던 최종적인 안이었던 지지도를 반반씩 혼합한 안으로 조사에 들어갈 것을 제안한다”며 역제안했다. 공은 문 후보 측으로 넘어갔다.

23일 =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난항이 계속 되는 가운데 문 후보 측에선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을, 안 후보 측에서 박선숙 공동선대위원장을 특사로 한 막판 ‘한판’에 들어갔다.

그러나 특사로 나선 이들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자, 안 후보는 이날 저녁 8시 20분 대선캠프 기자실을 찾아 “내가 후보직 내려놓겠다.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안 후보는 “단일화 방식은 유불리를 떠나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후보등록일(25~26일)을 이틀 앞두고 단일화 협상에 실패한 안 후보는 그러면서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문 후보와 저는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며 누구도 예상치 못 했던 사퇴를 선언했다.[데일리안 = 백지현 기자]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공평동 진심캠프 사무실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힌뒤 울먹이는 캠프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