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高3 "죽음의 사각형에 갇혔다"

후암동남산 2011. 11. 18. 17:05

高3 "죽음의 사각형에 갇혔다" 비명

수시 대세, 수능+학생부+논술+입학사정관제...4중고 시달려


입시설명회에 몰려든 수험생과 학부모들 ⓒ뉴스1 소재영 인턴기자

예비 고3인 배모양(18)은 기존에 해오던 수학 과외에 더해 논술 과외를 받을까 고민 중이다. 담임교사에게 "이제는 무조건 수시로 가야한다"는 말을 들은 후 내신과 수능만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배양은 평소에는 매일 동네 보습학원을 다니며 수능과 내신 준비에 매달린다. 수시가 대세인 구조에서는 대외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봉사활동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주말에는 요양원과 고아원을 찾는다. 올 겨울방학 때는 해외 봉사활동도 다녀올 계획이다.

배양은 "논술 과외를 하면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수능, 내신, 대외활동, 논술 등 어느 것 하나 잠시 방심했다가는 대학에 낙방할 것 같아 늘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얼마 전 내년도 입학정원 3124명 가운데 79.8%를 수시모집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약 20% 정도가 늘어난 것이다. 다른 사립대들도 당장 내년부터 수시 비율을 급격히 늘리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대학가에서는 이미 수시모집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수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수능, 학생부, 대학별고사(논술·적성·구술) 등이 전형 요소의 3가지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대외활동 및 경력까지 더할 경우 배양 같은 수험생들은 '4중고'에 시달린다는 분석이다.

과거 정시모집이 전체 전형의 70%를 차지하던 때는 '수시는 선택사항'이었지만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수능·학생부·논술·대외활동'의 4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죽음의 사각형(수능·학생부·논술·입학사정관제)'이라는 신조어도 나돈다. 2000년대 중반 수험생들 사이에서 대입의 3가지 요소인 '내신, 수능, 통합교과형 논술'을 지칭해 유행했던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에 빗댄 것이다.

수능이 쉬워졌다지만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대부분 상위권 대는 수시모집 요건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내걸고 있다. 상위권에서는 한 두 문제 실수로 등급이 바뀔 경우 '다 잡은 떡'을 눈앞에서 놓칠 수 있다.

특히 최근 노골적으로 '본고사화'되는 논술은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경향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 수도권 상위 대학에서 더욱 뚜렷하다. 수능은 정부가 관장하고 학생부는 고교에 맡겨져 있어 "논술을 통해 우수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이들 대학의 판단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쉬운 수능이 대세로 자리 잡고 학생부 신뢰도에 잇단 의문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수능과 학생부에 의존해서는 우수 학생을 선점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대학들에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정권 들어 논술 가이드라인이 철폐되면서 수리 논술은 과거 본고사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주요 20개 대학은 수능 2등급 안팎의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70만 수험생이 모두 응시하는 수능과는 난이도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간다. 배양은 "당장 어디에 비중을 두고 입시 준비를 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학교 선생님에게만 의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불안감을 파고 든 논술학원이나 입시컨설팅 업체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서 만난 수험생 서모양(19)은 "설명회가 끝나면 곧장 대치동 논술학원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