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설악산·내장산 안 가도…서울에 아름다운 단풍 명소 많죠
서울이 곱게 물들었다. 도보전문가들이 볕 좋은 오후 참에 걸을 수 있는 알짜배기 단풍길을 추천했다. 아이가 있는 가족을 위한 단풍길부터 가벼운 트레킹을 겸할 수 있는 코스, 로맨틱 데이트 코스까지 아껴둔 정보를 공개했다. 10월 하순에서 11월 초, 절정 단풍을 보러 길을 나서자.
가족을 위한 체험형 단풍길
『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의 저자 강주미씨는 생태공원이 잘 조성된 '강동그린웨이'를 추천했다. 강씨는 “일자산 자연공원의 단풍도 일품이지만 코스 내에 있는 둔촌습지, 허브천문공원, 길동자연생태공원은 아이에게 좋은 자연 체험학습장이 된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길을 걸으며 부모와 함께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이사장인 손성일씨는 동작충효길을 꼽았다. 현재까지 3코스가 문을 연 동작충효길 중 고구동산길의 수목을 이용한 미로는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국립서울현충원을 지나는 현충원길에서는 호국선열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발견이의 도보여행' 카페를 운영하는 도보여행가 윤문기씨는 남산 북측순환산책로에서 서울성곽까지의 코스를 소개했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의 출입이 금지돼 아이도 안전하게 걸으며 단풍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장충동 구간은 서울 한양도성의 역사가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성을 위한 가벼운 단풍 트레킹
동작역에서 반포천 뚝방길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의 이름은 '허밍웨이길'이다. 윤씨는 “여성들끼리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길 중에 으뜸”으로 꼽았다. 도로개통으로 끊겼던 능선을 누에다리와 서리풀 다리로 이어놓았다. 걷기 편하고, 곳곳의 빨간 단풍이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강북 지역에서는 불광천길이 단풍 트레킹 코스로 적당하다. 불광천과 홍제천은 물소리를 들으며 탁 트인 파란 가을 하늘을 감상하기 안성맞춤이다. 단풍은 물론이고 천변 곳곳에 핀 억새도 운치 있게 느껴진다.
봄 벚꽃이 지고 난 가을 안양천 제방길은 지천이 단풍이다. 왕벗나무의 단풍 빛은 벚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강주미씨는 “다른 단풍과 달리 하나의 잎에 여러 색이 담겨 있어 더 화려한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길 곳곳에 쉼터나 하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강씨는 “시간이 충분하다면 염창역으로 가는 대신 마지막 다리를 건너 선유도 공원까지 둘러보면 가을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맨틱한 단풍길 데이트
서울시 선정 '아름다운 단풍길'에도 이름을 올린 관악산. 그 중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를 간추리자면 '무너미고개'를 빠뜨릴 수 없다. 관악산과 삼성산 골짜기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길은 걷기 편하면서도 관악산의 단풍 하이라이트를 즐길 수 있는 스폿이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은 커플에게 추천할 만하다.
손성일 이사장은 “가을 데이트 코스의 고전은 도심고궁길”이라며 “코스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에 들러 세월을 뛰어넘은 조선 정원의 가을 풍경을 만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된다”고 말했다. 창덕궁 후원의 애련지, 옥류천 등에 내려앉은 단풍은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듯하다. 비원은 시간 별로 관람인원이 제한되니 미리 관람권을 끊어두는 게 좋다.
서울대공원에도 단풍길이 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삼림욕장은 아직까지 찾는 사람이 드물어 오붓이 데이트하기 좋은 코스다. 청계산 천연림에 포함되어 있는 삼림욕장은 470여 종의 수림이 우거져 온갖 단풍의 향연이 펼쳐진다. 강주미씨는 “7개의 테마 숲과 야생화 길을 걷는 동안 이야기 거리가 끊이질 않아 친밀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사진=중앙포토
/도움말=도보여행가 윤문기·(사)아름다운 도보여행 손성일이사장·도보여행가 강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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