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과학사전

매질 없이도 전달 가능한 파동이 있다구요

후암동남산 2013. 4. 2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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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 옆으로 옆으로 전달되어 나가는 것을 파동이라고 합니다. 소리, 물결, 지진과 같이 대부분의 파동은 어느 정도 멀리까지 퍼져 나가면 거의 소멸되어 무한히 전달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빛은 아주 먼 우주를 거쳐 지구까지 전달되어 별과 우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과연 빛은 다른 파동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진공 속에서의 소리

일상에서 가장 흔히 경험하는 파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음파, 즉 소리가 있습니다. 소리는 수면파1), 줄파, 지진파 등과 같이 매질을 통해 전달되죠.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소리는 공기를 매질로 하여 전달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공기가 채워져 있는 유리종 속에 자명종을 넣고 알람벨이 울리면 당연히 유리종 밖에서도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유리종 속에 공기를 조금씩 빼나가면, 점점 알람벨 소리가 작아지다가 진공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게 되죠. 소리는 매질이 없으면 전달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공 속에서 소리와 빛

 

진공 속에서 소리와 빛

진공 속에서의 빛

그러나 파동이 매질이 있어야 진동이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파동 중에 역학파만의 이야기입니다. 파동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파동으로 인식하고 경험하는 역학파도 있지만, 매질이 없는 곳에서도 에너지 전달이 가능한 전자기파2)도 있습니다.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죠. 그런데 빛은 매질이 없는 진공 속에서도 정말 전달 가능한 파동일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위에서처럼 유리종 안을 진공으로 만들면 유리종 안의 알람 소리는 밖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리종 안을 진공으로 만들어준다고 해서 그 안에 자명종이 흐리게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명종이 눈에 보인다는 것은 빛이 자명종에 반사되어 보는 사람의 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죠. 즉, 빛은 소리와 달리 진공 속에서도 진행하여 진공 안의 자명종에 대한 시각적인 정보를 전달해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매질이 필요 없는 전자기파

그렇다면 역학파는 왜 매질을 필요로 하며, 전자기파는 왜 매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걸까요? 파동은 진동 에너지의 전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진동 에너지를 전달해 주면서도 입자 자체는 이동하지 않는 것이 파동의 특징이죠.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파동이든지 진동할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수면파에서는 물, 음파에서는 공기, 줄파에서는 줄, 지진파에서는 땅처럼 말이죠. 즉, 역학파에서는 진동할 대상이 매질인 셈입니다.

매질의 진동을 좀 더 알아보죠. 음파의 매질인 공기는 관성과 탄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공기의 두 가지 성질이 용수철에서와 같은 역학적 진동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탄성3)을 가진 부분은 계의 위치 에너지4)를 저장하고 관성5)을 지닌 부분은 운동 에너지를 저장하게 됩니다. 탄성과 관성을 지닌 매질에서만 두 에너지의 전환, 즉 진동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하지만 전자기파에서는 전기적 진동이 역학파에서 매질의 진동을 대신하기 때문에 달리 진동을 일으킬 어떤 매질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기적 진동은 항상 자기적 진동을 유도하여 쌍으로 함께 일어나며 이 전자기적 진동을 바로 전자기파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자기파의 진행 방향으로 매순간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서로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이들의 진동 에너지 전달방법인 셈이죠. 태양빛은 이런 전자기파의 일종이며, 진공인 우주를 지나 태양의 전자기적 진동 에너지를 지구에까지 전달하는 것입니다.

뜬금있는 질문

종파, 횡파를 구별해 주세요.

파동이 진행하여 나아가는 방향과 매질의 진동 방향이 수직을 이룰 때 이러한 파동을 횡파라고 부른다. 긴 용수철을 용수철의 길이 방향과 수직인 방향으로 흔들어 보면 아래 위로 흔들리는 출렁거림이 용수철의 길이 방향을 따라 전달이 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파동의 전달 방향과 진동 방향, 즉 용수철의 출렁거림이 수직인 파동을 횡파라고 부른다. 반면 파동이 진행하여 나아가는 방향과 매질의 진동방향이 같을 때 이러한 파동을 종파라고 부른다. 용수철을 앞뒤로 흔들었다 놓으면 용수철의 촘촘한 상태(밀)와 성긴 상태(소)가 용수철의 길이 방향을 따라서 생성되며 전달되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파가 나아가는 방향과 진동이 일어나는 방향이 나란할 때 이 파를 우리는 종파라고 부른다.

매질 없이도 전달 가능한 파동이 있다구요? 본문 이미지 2

각주

  1. 1) 수면파: 두 매질 사이의 경계면에서 나타나는 파동으로, 경계면에 대해 수평 방향으로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물의 운동에서 볼 수 있으며 물 입자가 수직 방향으로 반복 운동하는 성분을 가지고, 수평 방향으로 위상 변화가 전달된다.
  2. 2) 전자기파: 주기적으로 세기가 변화하는 전자기장이 공간 속으로 전파해 나가는 현상으로, 전자파라고도 한다. 막대기로 수면의 한 점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때리면 그 점을 중심으로 물결파가 발생하여 주변으로 멀리 퍼져 나간다. 같은 원리로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전하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전기장의 파동을 만든다.
  3. 3) 탄성: 외부 힘에 의하여 변형을 일으킨 물체가 힘이 제거되었을 때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로, 고무나 스프링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4. 4) 위치 에너지: 중력이나 정전기력과 같은 보존력이 작용하는 공간 내에 있는 물체가 위치에 따라 잠재적으로 가지는 에너지를 말한다. 각 위치에서 기준 위치까지 물체가 이동하는 동안 보존력이 물체에 하는 일의 양으로 위치 에너지의 값을 정의한다. 기준점을 정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질 수 있지만 위치 에너지의 절대값은 물리적 의미가 없고, 그 차이만이 의미를 가진다.
  5. 5) 관성: 물체에 가해지는 외부 힘의 합력이 0일 때 자신의 운동 상태를 지속하는 성질로, 질량이 클수록 관성도 크다. 모든 물체는 자신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서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하고, 운동하는 물체는 원래의 속력과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그러므로 정지한 책상을 옆으로 밀 때, 날아오는 야구공을 잡아서 멈출 때 또는 굴러오는 축구공의 방향을 바꿀 때, 우리는 물체에 힘을 가해야만 한다.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으면 물체는 정지해 있거나 등속 직선 운동을 한다. 힘을 가하면 관성이 깨지고 속력이나 운동 방향이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