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점령 두 공룡 한국시장도 삼키나

두 공룡이 한국시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유통업체인 미국의 아마존(Amazon), 그리고 세계 조립가구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스웨덴의 이케아(IKEA)다. 국내 소비자들로선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해당 국내업계는 노하우와 인지도로 무장된 두 공룡의 엄습에 초비상이 걸렸다.

■ 미국 온라인유통업체 아마존

작년 한국법인 'AWS' 설립 올 들어 분야별 인력 확충
IT·디지털콘텐츠 중심으로 곧 국내 서비스 개시할 듯
해외 직구족 흡수 가능성도

↑ 아마존닷컴 사이트 캡쳐화면

↑ 연말에 문을 열 이케아 광명점 투시도.

아마존은 2012년5월 한국법인 '아마존 코퍼레이트 서비시즈 코리아(AWS)'를 설립하면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만 제공해왔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각종 자료와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수 있는 특정 인터넷 공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하지만 최근 본격적인 영업확대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달 초 염동훈 전 구글코리아 대표를 제너럴매니저(GM)로 선임한 데 이어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솔루션 설계와 지역 영업담당, 고객관리 담당 등 각 분야별 직원채용에 나서고 있다.

1996년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음반, 가전, 의류 등을 판매하는 복합 쇼핑몰로 진화했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태블릿 PC '킨들파이어'를 직접 개발, 미국 내에서도 애플의 아이패드를 위협할 만큼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기기를 구입하면 전자책, 음원, 영화, TV쇼, 응용소프트웨어(앱)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이 아마존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 것은 '원클릭 결제방식'이다. 아마존이 미국에 특허를 낸 결제시스템으로, 사용자의 결제 정보를 저장했다가 클릭 한번으로 구매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이외에 ▲일요 배송 ▲소형 무인기 드론을 이용한 배송 등 다양한 물류시스템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일단 아마존이 전자책(e북) 쪽에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종합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자책과 응용소프트웨어(앱)매 장 등 IT서비스와 디지털콘텐츠 사업은 언제든 개시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때문에 이제 막 성장단계에 있는 국내 전자책 시장에 대지각변동이 올 수도 있다. 김동업 인터파크INT 대표도 "우선 킨들을 앞세워 전자책 시장을 진출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에 전자책 부문을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아마존이 추후 해외 직접 구매 시장을 보고 한국 온라인 몰 시장을 노린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증가하고 있는 해외직접구매(직구)족의 수요를 한국 아마존이 완전 흡수할 수도 있다. BC카드가 글로벌BC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2월말까지 아마존 무료배송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으나 이용자가 몰리면서 19일 조기종료하기로 했을 정도다.

그러나 치열한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이런 아마존의 비교우위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액티브X설치 등 복잡한 카드 결제환경 등으로 아마존의 원클릭시스템 도입이 어렵고, 택배도 당일배송 등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아마존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다 해도 빠르게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스웨덴 조립가구업체 이케아

진출 2년새 광명·고양 이어 서울에도 매장 설립 추진
"조립가구·박리다매 전략 소비자 공략 힘들 것" 견해 속 롯데와 제휴 등 현지화 모색

이케아는 팬시한 조립가구로 세계 가구시장을 석권한 기업. 침대도, 식탁도, 책상과 의자도 모조리 조립이다.

2011년 12월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케아는 금년 말 KTX 광명역세권 내 연면적 7만8,198㎡에 지하 2층, 지상 2~4층(2개동)의 초대형 가구매장을 열 예정이다. 여기에는 롯데의 도심형 아울렛을 중심으로 한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지난달엔 경기도 고양시 원흥지구의 부지 5만1,297㎡를 2호점용으로 매입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인근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에 1만3,000㎡의 단독매장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덕복합단지 일부 지구의 지구계획 변경에 대한 국토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지만 계획대로 된다면 2017년께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을 중심으로 서남(광명), 서북(고양), 동남(광명)지역에 한 개씩 매장이 들어서는 셈이다.

전 세계 40여개국에 345개 매장을 갖고 있는 이케아는 전 세계 55개국 1,300여개 협력업체 가운데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업체에 주문하는 방식으로 경쟁사보다 평균 가격을 30%이상 낮췄다. 또 외곽지역에 출점하면서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고 제품 카탈로그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비용을 줄인다. 더욱이 가구뿐 아니라 생활용품, 식음료, 레스토랑까지 9,500여종의 물품을 대형매장에서 취급하기 때문에 퍼니테인먼트(가구를 뜻하는 퍼니처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의 원조로 꼽히고 있어 가구업체뿐 아니라 대형마트, 慣?상인들에게 미칠 여파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케아 가구가 한국실정에 맞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은 조립문화가 강하고 가정에서 SUV나 미니트럭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가구부품을 싣고 오는 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립에 익숙하지 않고 중소형차로는 싣고 오기도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40대 이상 구매력 있는 고객들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케아 역시 이런 한국스타일에 맞춰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케아는 이미 진출 논의 초기부터 롯데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 시공 및 배송서비스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배송, 설치, 조립 서비스를 강화해 시장 공략에 성공한 만큼, 배송문제 등은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주목할 건 롯데와 제휴다. 이미 1호점은 롯데와 손을 잡은 상태인데, 추가제휴관계가 구축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이케아는 월마트 같은 대형매장들이 몰려 있는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있다. 만약 롯데매장 인근에 이케아가 들어선다면 쇼핑을 하면서 조립가구도 사가는 패턴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