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바쁜 어르신
강원도 인제 남면 나의 새벽 출근길
달도 들어가려 파르르 떨며 마지막 빛을 흘리고,
안개가 자욱한 길 한쪽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밭일을 나가려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들이
차를 기다리며 쪼그리고 앉아계신다.
나의 일터 요양원에 들어서니 우리 어르신들 모습과
아까 봤던 동네 할머니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분들처럼 평생을 바쁘게 살아오셨을 어르신들이
지금 이곳에서 치매로 말미암아 지난날을 잃어버린 채
생뚱맞은 얼굴로 아침을 시작하신다.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으니
이제 이곳에서 쭉 쉬어 가시라고?’
그렇지만 우리 어르신들은 지금도 바쁘시다.
‘아저씨 식사도 챙겨야 하고 거동하실 때 함께 해야 하고
쇠죽도 쑤고 밭도 좀 둘러봐야 한다.’라며
지난날의 하셨던 일들을 오늘도 해야 하는 줄 착각하는 마음,
그래서 그분들은 오늘도 여전히 과거 속에서 바쁘게 살고 계신다.
- 차경순 / 인제요양원 생활복지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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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치매에 걸릴 수밖에 없다면
험악한 치매보다는 ‘웃는 치매’,
‘온종일 감사인사를 하는 치매’,
‘온종일 걸레질을 하는 치매’로
살 수 있게 소원해 봅니다
- 나이 든 나의 모습 생각은 삶을 진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