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은 1900년에 지구별에 도착해 1980년에 지구별을 떠났다. 그는 <사랑의 기술>을 썼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사랑이 기계적인 것도 아닌데 왜 기술이 필요하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서 기술은 영어로 art이다. art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예술이기도 하다. 아무리 단순한 일이라도 그것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 반복을 통하여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즉 여기에서의 기술이란 손발과 마찬가지로 몸에 스며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배어야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단어임을 그는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일이 내 몸에 완전히 붙어 기술적인 장인의 경지에 오르면 그는 어느 순간 예술을 행하는 예술가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앎은 삶으로 편입되어야 하고 삶은 곧 예술이 되어야 한다.
그는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고 한다."
그는 파라켈수스의 말을 <사랑의 기술> 입구에 붙여놓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무가치하다. 그러나 이해하는 자는 또한 사랑하고 주목하고 파악한다..."
무언가에 대한 사실을 모아 놓은 것을 정보라고 하고,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모아지면 그것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하며 이 지식들 속에서 삶에 필요한 정수들만을 빼낸다면 그것을 지혜라고 우리는 부른다.
사랑은 지식으로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다. 사랑은 논리의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의 존재이다. 머리와 가슴이 서로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을 때라야 사랑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사랑 속에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서로 눈만 바라보고 있어도 평화와 안식을 느낀다.
프롬은 자꾸 묻는다. 사랑은 기술인가. 기술이라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그가 말하는 지식이란 정보의 집합소로서의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지식이다. 그 지식은 매매의 대상이 될 수도 교환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그 지식은 온전히 타자를 향한 나의 관심의 표현이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1955년에 태어나 2011년에 지구별을 떠났다. 향년 56세. 그는 압둘파타 존 잔달리와 조앤 심슨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앤은 대학원생이었고 생활 능력이 없어 아이를 키울 수 없었다. 그녀는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결심했는데 조건을 내걸었다. 양부모들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변호사 부부가 양부모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자 그들은 난색을 표명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갈 곳이 없어졌다. 어느 날 대기자 명단의 리스트에서 첫 줄에 있었던 이들에게 한밤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남자아이인데 입양할 의사가 있느냐고. 그들은 흔쾌히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입양을 추진하는 와중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양부모가 될 사람들의 학력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양아버지는 고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했으며 양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생물학적 어머니는 최종 입양 동의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다가 몇 개월이 지나 양부모님들이 아이를 대학까지 보낼 것을 약속한 연후에야 그들에게 아이를 넘겨주었다.
그래서 아이는 겨우 이름을 갖게 되고 그를 진정한 사랑으로 안아주고 양육할 부모님을 갖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폴 잡스, 어머니는 클라라 잡스, 그리고 가슴으로 아이를 낳은 부모님들은 그의 이름을 스티븐 폴 잡스라고 지어주었다.
잡스는 11세가 되자 캘리포니아 로스 알토스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홈스테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전자공학과 밥 딜런, 비틀즈 등에 심취한다. 16세에 미래의 애플 공동 창립자인 전자공학에 미친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게 된다.17세에 워즈니악과 '블루박스'라는 음파 발생기를 불법으로 판매하여 6,000달러를 벌어 정식으로 벤처기업을 세운다. 17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무리해서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리드 대학에 입학한다. 리드 대학은 인문 정신이 살아 있는 대학으로 잡스가 리드 대학을 고집하는 바람에 부모님들의 허리가 휘청거렸다. 한 학기를 다니며 고민하던 잡스는 곧 학교를 그만둔다. 그리고 친구들의 기숙사 바닥에서 잠을 자거나 비어 있는 기숙사 방을 찾아 잠을 해결하였고 코카콜라 빈 병을 5센트씩 계산한 뒤 음식을 해결하기도 하였으며 7마일 떨어진 크리슈나 사원까지 일요일 저녁마다 걸어가 한 끼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과 직관만을 따라 저질렀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서는 값진 경험이 됐습니다."
그는 리드 대학을 자퇴한 뒤 청강생이 되어 캘리그라피를 배웠고 이것은 그의 매킨토시를 설계할 때 아름다운 서체를 지닌 최초의 컴퓨터로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잡스는 20세에 아버지의 차고에서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설립했고 30세에 애플은 직원 4,000명을 둔 2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하게 된다. 이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비운을 경험한다. 단 한 주만을 남겨놓고 애플 주식을 정리한 잡스는 몆 달 동안 배신감과 좌절감에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가 자신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깨닫고 다시 프로젝트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는 그 후 5년동안 넥스트를 창립하고 픽사를 인수했으며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픽사는 조지 루카스가 3,000만 달러에 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잡스는 1,000만 달러에 이를 사 들인다. 픽사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디즈니와 서로 협력하기 시작하여 그가 40세가 되었을 때 '토이 스토리'를 개봉하자 미국에서만 1억 9천 170만 달러의 수익을 얻으며 주식이 공개되고 690만 주의 주식이 매도된다. 41세에 잡스를 쫓아냈던 애플의 러브콜을 받아 그는 비공식적인 고문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42세에 임시CEO를 거쳐 11월 정식 CEO가 된다.
2010년, 잡스가 55세가 되었을 때 애플에서 잡스를 쫓아냈던 존 스컬리는 이렇게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그때 돌아오지 않고 애플이 반년만 더 지체했다면, 애플은 완전히 망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49세의 스티브 잡스는 8월, 자신이 췌장암에 걸렸음을 직원들에게 알린다. 그는 의사들로부터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종류의 암이며 3~6개월 정도 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그리고 수술 후 다행히도 현미경으로 세포를 분석한 뒤 치료가 가능한 희귀한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50세의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을 한다. 이 글의 상당 부분은 그가 스탠포드에서 졸업생들을 상대로 육성으로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다.
51세에 잡스가 초췌한 모습으로 회의장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잡스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52세에 애플은 최초의 아이폰을 출시한다. 53세에 블룸버그 통신이 때 이른 스티브 잡스의 사망 기사를 내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잡스는 마크 트웨인을 떠올리며 "내 죽음에 대한 기사가 너무 부풀려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54세가 되자 잡스는 병가를 내고 6개월을 쉰다. 그리고 메소디스트 대학병원 이식 센터에서 간 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는 이 해 경제 잡지 <포춘>으로부터 '최근 10년간 최고의 CEO'로 선정되기도 한다.
55세 때,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태블릿의 시대를 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잡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 56세, 1월에 잡스는 건강 악화로 무기한 휴가를 낸다. 2월에 잡스는 자신의 맨션을 허물고 시가 845만 달러, 면적 456제곱미터에 이르는 집을 짓는다. 3월, '아이패드2'가 출시된다. 6월, 픽사는 '카2'를 개봉하여 9월 25일까지 미국 내에서만 1억 8,900만 달러의 수익을 얻는다. 8월, 잡스는 애플의 CEO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난다. 10월 5일, 잡스는 지구별을 떠난다.
이것이 그의 삶의 이력이다. 그는 부족한 것 없이 누릴 수 있었다. 물질적인 풍요의 최고봉까지 올라섰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건강을 정복하지 못했고 매우 젊은 나이에 사망에 이르렀다. 그가 점점 초췌한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그는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았으나 그 누구도 그의 아픈 몸을 대신해 아파줄 사람은 없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우리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고 이후로 이 편지는 전세계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따라 걸어본다.
그는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최고의 수준에 오른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삶의, 성공의 척도였다. 하지만 일을 제외하고 그에게는 기쁨이 거의 없다. 그에게 부란 이미 익숙해진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는 병들어 침대에 누워 자신의 전 생애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제서야 깨닫는다. 자신에게 그렇게 커다란 자부심을 주었던 모든 것들이 의미를 상실했음을.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사실을. 어둠 속에서 누워 그는 생명유지장치에서 나오는 초록 불빛을 바라본다. 기계음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는 느낀다. 죽음의 숨결이 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는 말한다. 이제서야 삶에서 삶을 지탱하기에 충분한 부를 축적했다면 이후에는 인간관계나, 예술들, 혹은 젊은 날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찾아 나서는 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을 알 것 같다고...
부를 멈추지 않고 추구하는 것은 자신 같은 뒤틀린 존재를 만들어낼 뿐이라고...
신이 우리에게 우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각들'을 선물로 주셨음을 그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부에 의해 가질 수 있는 것들은 마야이며 허상이며 환상일 뿐임을. 삶에서 얻은 물질적인 부는 결코 죽음 이후로 가져갈 수 없으며 오직 그에게 허락된 것은 사랑에 의해 축적된 기억들 뿐이라고. 사랑은 수천 마일을 여행할 수 있다고. 삶에 한계는 없으니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라고.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당신의 손 안에 있음을 잊지 말라고.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아픈 자가 누워 있는 침대...
그는 다시 말한다. 당신을 위해 대신 운전해 줄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 돈을 대신 벌어줄 사람도 찾을 수 있지만 당신의 질병을, 당신의 고통을, 당신의 죽음을 대신해 줄 사람은 결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물질은 잃어버리고 다시 찾을 수 있지만 결코 찾을 수 없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당신의 삶, 당신의 인생, 당신의 생명이라고... 그리고 그는 다시 묻는다. 어떤 사람이 수술실로 들어갈 때 여전히 채 읽지 못한 책이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삶'에 관한 책일거라고.
그는 말한다. 지금 우리가 있는 삶의 어떤 무대에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언젠가 우리는 커튼이 내려질 그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당신의 가족, 배우자, 친구들을 위한 사랑을 소중히 여기세요. 당신 자신을 소중히 다루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주세요..."
이것이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는 참으로 열심히 비즈니스 세계의 첨병으로 살아왔으며 그가 습관처럼 중얼거렸던 대로 이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우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기술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잡스는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그는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삶을 살았다. 36세에 로렌 파웰과 결혼함으로써 세 명의 사랑스런 아이들과 행복하였으나 23세에 만난 여자친구였던 크리스 앤 브레넌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리사와는 오래도록 화해하지 못했다. <잡스>라는 영화를 보면 여섯 살쯤 되어보이는 리사와 리사의 어머니 브레넌이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무대 뒤로 잡스를 만나러 온다.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우기던 잡스에게 친자확인 소송을 걸었던 브래넌이 승소하자 생활비와 양육비를 요구하러 온 것이다. 리사 앞에서 잡스는 말한다. "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 리사는 잡스를 꼭 안으면서 말한다. "아빠랑 살고 싶어요."
시간이 흘러 리사가 하버드대에 합격하였으나 잡스는 리사의 납부금을 주지 않는다. 이유는? 리사의 어머니에게 리사와 살 것을 약속 받고 만들어 준 집을 브래넌이 치과 치료 등을 이유로 팔아치우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납부금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잡스의 동료가 납부금을 대신 내 주었는데 이 사실을 안 잡스는 불같이 화를 내며 해고하겠다고 맞선다. 어느 날 매우 급한 잡스가 운전을 하고 가다가 스피드 건에 걸려서 멈추게 되었다. 교통 경찰이 잡스에게 다음에 또 속도 위반을 하면 구속하겠다고 하자 바쁘니 빨리 딱지를 끊어달라고 하고는 경찰관들이 보는 앞에서 전속력으로 운전해서 사라져 버렸다.
그는 회사 주차장에서 수시로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를 했다. 사람들은 난처해서 조심해주기를 부탁했는데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하곤 했단다. 어느 날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그 앞에서는 별게 아니라고 무시해놓고는 집에 돌아가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제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잡스는 다음 날 아침, 전략 회의를 소집해 전 날 아이디어를 제시한 직원이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략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이겨야 한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괜찮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직원들이 최고이기를 원했고 최고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가감없이 해고했다. 그의 일화들은 최고의 수준이 만들어 내는 최고의 신화로 점철되어 있다. 숨 쉴 공간이 부재한 것이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의 대가였다. 사람들의 심리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짚을 수 있었고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모험심으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낸 전대미문의 인간이었다. 그러던 그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비로소 말한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잡스는 사랑 속에서 태어나 사랑 속에서 죽었을까. 프롬은 말한다.
"나 자신이 포함되지 않는 인간 개념은 있을 수 없다. 나 자신을 제외하는 이론은 그 자체에 본질적인 모순이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성서의 말에 표현된 사상은 자기 자신의 통합성과 특이성에 대한 존경이 다른 개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이해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자신의 자아에 대한 사랑은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타자와의 비교를 통하여 우위에 서야 하는 상대적 사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은 절대적이다. 비교가 불가한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 존중감self-esteem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근본적인 기반이다. 잡스가 자신을 내몰았던 속도와 경쟁의 세계 속에서는 나를 돌아다볼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여유는 속도와는 정반대편에 있는 개념이다. 그가 아름답고 소중한 가정을 일구고 그 속에서 작고 소소하며 의미를 붙일 만한 많은 추억들을 쌓았더라면 그는 죽음을 앞에 두고서 그렇게 서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잡스의 삶을 일구고 빛나게 하는 모든 것들은 친구에게 있지 않았고, 가족에게 있지 않았고 사랑에게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는지 알고 있었을까. 중요한 것은 내면에 다 있다. 그는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고 언제나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이 지구별이 기억할 만한 커다란 기념품을 이 지구별 사람들에게 주고자 갈망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었다. 그것은 바깥에 있는 것이었고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었다. 지구별이 놀랄 만한 선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음에도 그러나 그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네 이웃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들을 사랑하라"는 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회한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필자/이 서영. 북카페 <책 읽어주는 여자 블루노트> 주인장. 작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