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과학사전

수소

후암동남산 2016. 11. 22. 16:41


인공태양에 필요한 중수소와 삼중수소 미래의 에너지, 핵융합에 필요한 청정연료

2014년 초 세계 인구는 7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21세기 말에는 10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문가들은 에너지 사용량이 인구 증가 속도보다 커 지금보다 3배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는 에너지 확보에 국가의 운명을 걸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거의 모두 태양에서 온 것이다. 광합성을 기반으로 

한 생명현상으로 생성되는 화석연료는 물론, 물의 증발과 기후의 변화 덕분에 

유지되는 풍력, 수력, 파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도 태양에너지가 없다면 쓸 수가 없다. 

태양은 이처럼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여 만들어낸다. © NASA

현재 널리 사용되는 화석 연료는 온실가스와 자원 고갈이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에는 전력 생산량이 적고 제한된 조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문제 단번에 해결할 핵융합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과 충분한 에너지원 공급을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으로 핵융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핵융합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미래 에너지 소비량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생산성이 뛰어납니다.


 

핵융합 발전은 ‘인공태양’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려운 프로젝트라 여러 나라가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TER라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핵융합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사진은 ITER에서 시험중인 핵융합로. © ITER

핵융합을 일컬어 인공태양이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방식이 바로 핵융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핵융합이 실용화되면 연료 걱정이 거의 없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태양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생각해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태양은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시간당 3.9x1026W의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0.0001초만에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인 약 1017W를 만들어내는 셈입니다. 태양은 이런 수준의 에너지를 잠깐도 아니고 수십억 년 동안이나 끊임없이 생산해왔습니다.


핵융합의 또 다른 장점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입니다. 핵융합과 비슷해 보이는 핵분열 반응은 무거운 방사성 원소를 쪼개어 새로운 방사성 원소로 변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핵융합은 반대로 수소처럼 가벼운 원소를 융합시켜서 다른 원소로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핵융합의 결과 만들어진 원소 역시 방사성을 띠기는 하지만 우라늄이나 플푸토늄처럼 무거운 원소에 비해 방사성이 매우 적습니다. 실제로 수소 핵융합의 반응 산물인 헬륨은 풍선에도 넣을 정도로 안전한 기체입니다.


핵융합의 원료, 중수소와 삼중수소

현재 핵융합 반응에 주로 이용되는 물질은 수소 중에서도 중수소와 삼중수소입니다. 대부분의 수소는 원자핵이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에 있는 수소 중 극히 일부는 원자핵에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가 있고, 더 적은 숫자의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두 개가 있습니다. 중성자 하나가 있는 수소를 중수소(deuterium), 두 개가 있는 수소를 삼중수소(tritium)라고 합니다. 보통의 수소보다 무겁기 때문에 무거울 중자를 붙인 이름입니다.


 

삼중수소는 시계의 야광 바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Prometheus Watch

핵융합에는 양성자가 하나만 있는 평범한 수소가 아니라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사용됩니다. 헬륨 원자핵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두 개씩 있으므로 중수소 두 개가 결합하면 헬륨 원자핵이 되고,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하면 헬륨 원자핵과 중성자 하나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중수소 두 개가 결합하는 반응을 D-D 반응,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하는 반응을 D-T 반응이라고 하며 현재 두 가지 방식이 모두 연구중입니다. 둘 중 D-D 반응은 방사선 오염이 적지만 높은 온도가 필요한 데 비해 D-T 반응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이 일어나 가장 유력한 핵융합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D-T 반응의 개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고온, 고압의 환경에 두면 이들이 결합하여 

헬륨을 생성하고 중성자와 함께 막대한 에너지를 내놓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ITER에서는 D-T 반응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 국가핵융합연구원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자연상태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제법 사용되는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시계의 야광침이나 총기의 야간가늠좌용 발광장치입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화학적으로 수소와 완전히 동일하고 방사선 방출량이 적으면서도 빛의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스스로 빛을 내는 방사성물질의 특징을 지녀서 일상용품이나 군수품에 활용되는 것입니다. 특히 삼중수소가 더 많은 방사선을 내는데, 이들이 내는 베타선은 피부를 뚫지 못할 뿐 아니라 공기 중에서도 고작 수 mm 밖에 전진하지 못합니다. 중수소를 포함한 물에 손을 담그더라도 피폭이 일어나지는 않는 셈입니다.


핵융합 연료를 만들어내는 안전한 물, 중수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핵융합에 꼭 필요하고 쓰임새도 다양하지만 자연상태에서는 흔치 않기 때문에 특별한 방법으로 얻어야 합니다. 중수소를 얻을 수 있는 물질이 바로 중수(重水)입니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하면 물을 생성하는데, 중수소나 삼중수소는 수소와 화학적인 성질이 같아서 산소와 만나 물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 물은 수소에 있는 중성자만큼 무겁기 때문에 보통의 물과는 성질이 약간 다릅니다. 삼중수소도 물을 만들 수는 있지만 반감기가 짧은 편이라 금방 붕괴되어서 중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중수소를 포함한 물을 말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물에는 약 13~150ppm 정도의 농도로 중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에 강알칼리를 집어넣고 전극을 연결하면 다른 물 분자에 비해 중수의 물 분자가 무거워서 천천히 이동하므로 중수만 분리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전기분해해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나누면 중수가 더 늦게 분해되므로 중수소만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삼중수소 역시 중수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중수소처럼 전기분해를 이용하지 않고, 중수에 중성자를 충돌시킵니다. 중수가 중성자를 흡수하여 수소의 원자핵에 중성자 하나가 더 추가되어 삼중수소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내는 삼중수소는 양이 매우 적어서, 최근에는 리튬의 동위원소에 중성자를 쏘아 만듭니다. 현재 핵융합의 원료로 사용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이런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원성 원자력발전소의 전경. 월성 원전은 캐나다의 CANDU가 설계한 중수로로, 
중성자 감속재로 중수를 사용한다. 중수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현재까지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없으며, 중수 자체는 안전한 것으로 분류된다. © 한국수력원자력

사실 중수는 오래 전부터 원자력 연구에도 활발하게 이용됐습니다. 중수가 핵분열 반응에 필요한 중성자를 적게 흡수하기 때문에 중성자 감속재로 쓰기 좋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중수가 방사능 오염이 심한 물인 것처럼 오해받고는 하지만 사실 순수한 중수는 일반 물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의학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이 중수를 정기적으로 마시기도 합니다. 중수에 포함된 중수소가 유전물질이나 물질대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들입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제공하는 논문들에 따르면 중수를 마실 경우 혈액의 질량이 갑자기 변해서 현기증과 구토가 일어날 수 있지만 금방 회복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인체의 물 중 25~50% 정도가 중수로 바뀌면 본격적인 독성을 나타낼 수 있지만 몸무게의 17.5~35%에 달하는 이 정도 양의 물을 중수로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일 경우 마셨을 때 몸 속에서 방사선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내는 방사선이 매우 약해서 상피조직을 뚫지 못하는 데다가 7~14일이면 몸에서 빠져나가거나 보통의 물로 바뀌기 때문에, 세슘 같은 방사성 물질에 비하면 피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헬륨-3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지구에 풍부한 물로부터 만들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내면 그 양이 매우 적을 뿐 아니라 가격도 비쌉니다. 특히 삼중수소를 얻기가 무척 어려워서 우리나라 돈으로 고작 1g에 2,7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헬륨-3라는 원소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헬륨-3는 양성자 둘, 중성자 둘을 지닌 보통의 헬륨과 달리 양성자 둘, 중성자 하나를 보유한 헬륨의 동위원소입니다. 헬륨3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삼중수소와 양성자 하나로 바뀌어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핵융합의 연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달 기지에서 헬륨-3를 채취하는 상상도. 우주기술의 선진국들은 

핵융합 시대에 대비하여 달과 행성에서 헬륨-3를 캐 올 채비를 하고 있다.

다만 헬륨-3를 지구에서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우주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달이나 다른 행성과 위성에 지구에서보다 훨씬 풍부한 헬륨-3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특히 달에는 헬륨-3가 달 표면에 쌓여 있을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수십 억 년 동안 달 표면에 헬륨-3가 수m에 이상 쌓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때문에 우주개발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은 달 표면에서 헬륨3를 가져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헬륨-3이 매장된 지역에 8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헬륨-3를 분리해내고, 이를 지구로 가져온다면 전 세계인들이 5백년 가량 쓸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주개발이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다만 핵융합을 언제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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