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수생(隨業受生) VS 수의왕생(隨意往生)》
누구나 깨치기 전에는 모든 것이 식심분별(識心分別)이므로 앞 못 보는 영혼에 불과합니다. 봉사 영혼이 되어서 수업수생(隨業受生)하니 곧 업따라 다시 몸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김 가가 되고 싶어도 마음되로 안되고, 박 가가 되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됩니다. 중처변추(重處便墜)로서 곧 자기가 업을 많이 지은 곳으로 떨어집니다. 그것을 수업수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자유자재한 경계가 되면 수의왕생(隨意往生)하니 곧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동으로 가든 서로 가든, 김 가가 되든 박 가가 되든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의왕생으로, 불교의 이상이며 부처님 경전이나 옛 조사 스님들이 말씀 하신 것입니다.
- 도서 : 영원한 자유(성철 스님) -
《영겁불망(永劫不忘) - 숙면일여(熟眠一如)》
일상생활에서 배운 기술이나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잊기도 합니다만, 도를 성취하여 깨친 이 경계는 영원토록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금생에만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내생에도, 내내생에도 영원토록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동시에 생활의 모든 것을 조금도 틀림없이 모두 다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영겁불망(永劫不忘)이라는 것입니다.
마조스님(馬祖)께서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번 깨치면 영원히 깨쳐서 一俉永俉(일오영오)
다시는 미혹하지 않는다. 不復更迷(불복경미)
그러므로 깨쳤다가 매(昧)했다 또 깨쳤다 하는 것이 아니고 한번 깨치면 금생, 내생, 여러 억천만 생을 내려가더라도 영원토록 어둠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원오(圜悟)스님도 그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한번 깨치면 영원히 얻어서
천겁, 만겁을 두고 그와 똑같을 뿐 변동이 없다.
一得永得 (일득영득)
億千萬劫 亦只如如 (억천만겁 역지여여)
깨친 경계에 조금이라도 변동이 생기면 그것은 바로 깨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에 따르는 그 신비하고 자유자재한 활동력인 신통묘력(新通妙力)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으니, 참으로 불가설 불가설(不可說 不可說)입니다.
영겁불망은 죽은 뒤에나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습니다. 생전에도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숙면일여(熟眠一如)하면, 곧 잠이 아무리 깊이 들어도 절대 매(昧)하지 않고 여여불변(如如不變)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영겁불망이 되는 것입니다.
- 도서 : 영원한 자유(성철 스님) -
《한번 넘어져도 저렇게 되는데 하물며 내생이야》
옛날 경순(景淳) 선사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자신의 법이 수승한 듯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잘못하여 넘어진 뒤로 중풍에 걸렸는데, 그러고 나니 자기가 알고 있었던 것과 법문했던 것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그만 캄캄한 벙어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법을 아는 체했지만 실지로 바로 깨치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 넘어지는 바람에 모든 것이 다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 때 도솔조(兜率照) 선사라는 이가 행각(行脚)을 다니다가 이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는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한번 넘어져도 저렇게 되는데 하물며 내생이야
偶一失跌尙如此 況隔陰耶. (우일실질상여차 황격음야)”
이 생사 문제는 영겁불매가 되어 억천만겁이 지나도록 절대 불변하여 매(昧)하지 않아야 성취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넘어져도 캄캄하니 뭄을 바꾸면 두말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 도서 : 영원한 자유(성철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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