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행복한공부
도움이 되는 사람 [질문] 세월만 허비하는 듯 살아온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나를 다스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요. [답] "저 사람에게 내가 도움을 줘야지" 하는 생각을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마세요. 우선 내 인생이 바르게 서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저절로 고개는 들어지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생깁니다. 그러면 주위의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내 짐이 무거우면 다른 사람이 옆에 있어도 보이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길만 보일 뿐입니다. 옆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고 그저 내 짐을 누가 좀 들어주기를 바라는 그 생각만이 간절합니다. 그런데 무거운 짐을 딱 내려 인생의 걸음이 가벼우면 저절로 옆 사람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서 짐을 들어 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내 짐이 무거우면 남보고 들어달라고 하지만 내 짐이 가벼우면 남의 짐을 들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꼭 남의 짐을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빈손으로 갈 때는 “제가 좀 들어 드릴게요”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법입니다. 그러니 첫째 내 인생의 무거운 짐을 가볍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연히 자기 짐도 무거우면서 자식이든 남편이든 부모든 어떤 사람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자기 짐을 덜어 내세요. 그래서 내 인생이 가벼워졌다고 본인 스스로 생각이 들면 저절로 옆 사람의 짐을 조금 들어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런데 옆 사람 짐을 자기가 들어준답시고 부모 짐, 자식 짐을 모두 들고는 ‘무거워 죽겠다, 자식 때문에 죽겠다, 부모 때문에 죽겠다’ 하는 것은 자기 인생 문제가 아직 덜 풀렸단 말입니다. 그리고 실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자꾸 자식한테 관심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것은 자식 때문이 아니라 내 문제예요. 내가 자식에 대한 인연을 못 끊어서 그런 것이니 그냥 관심을 딱 끊으세요. 편안할 정도로 끊어져야 자식에게 한마디 해도 도움이 되는 말이 나와요. 쉽게 얘기해서 내가 자식에게 어떤 말을 했을 때 자식이 그 말에 반발을 하면 그것은 자식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내 성질만 내는 거예요. 도움이 안 되는 것만 아니고 상대도 괴롭고 나도 괴로워요. 그럴 때는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떠나는 게 제일 좋아요. 부부사이에만 “안녕히 계십시오”가 필요한 게 아니라 부모 자식 사이에도 내 능력이 부친다 싶으면 ‘아이고, 내 능력이 부족하구나.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구나’ 하고 스스로 인정해야 해요. 그런 뒤에는 뒤를 돌아보면 안 됩니다. 뒤를 돌아보면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소금기둥이 돼요. 집착을 끊어야 할 때는 돌아보면 안 되고 그냥 탁 가야 합니다. 그래야 자식이 자립을 합니다. 아이가 어리광을 피우고 자기 마음대로 할 때 부모가 자꾸 뒤를 돌아보면 아이 버릇을 못 고칩니다. 그냥 놔놓고 가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애가 죽는다고 발버둥을 치고 난리를 피우다가도 아무도 없으면 혼자서 일어납니다. 네 살짜리 아이가 발가락이나 손가락을 다치거나 땅에 넘어져서 피가 조금 나도 아무도 없으면 한 두 시간 지나면 많이 울지 않습니다. 혼자 피를 닦아내든, 반창고를 붙이든 아무리 어려도 그런것쯤은 다 하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우는것은 누가 옆에 있어 기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냉정해야 진정으로 상대를 도울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냉정하다는 것은 외면하는 냉정이 아니라 지극한 사랑이에요.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는것 사랑하되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서는것 상대 또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입니다. 정에 연연하지 말고 집착을 끊는것이 나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것입니다. 법륜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