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안철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한가지 길

후암동남산 2011. 12. 6. 10:19


조간신문을 화장실에서 살짝 떠들어보곤 이내 덮는 사람이다. 최근엔 이런 현상이 부쩍 많아졌는데 한두 장 넘기다 보면 머리가 아파 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진하는 마음으로 몇 장 더 넘기면, 때론 아예 맨 뒷장 전면광고를 보고 왼쪽으로 한 장 넘겨 오피니언 란을 보고, 히죽 웃거나 탄식하는 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란다. 혹시 누가 보면 사이코? 화장실이란 공간이 곧 안정감을 준다. 

솔직히 싸잡아 말해 의견란이나 기사들이 ‘나 좀 봐줘’  ‘잘 썼잖아’  ‘내말이 옳잖아’ 하는 것 같아 안쓰럽고, 분노를 일으키고, 슬프고 그런다. 종편 소식지도 아니고 재벌 소식지도 아닐 텐데, 정보 홍보지도 아닐 텐데, 요럴 수가. 자기네가 하는 모두가 1등이고 다 잘했다거나 잘하고 있다고 밝힌다. 아니 아우성이 맞겠다. 으하하하, 음 그러나. 

이처럼 성격 등락의 폭이 넓어져, 신문을 아예 안 보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거나 몇 페이지 훑고 그렇구나 하고 얼른 덮는 것이 상책이란 관념을 갖게 됐다. 그리곤 무관심이다. 관심 갖고 읽어주면 성격 버릴 것 같아서. 

무관심 그거 아주 좋은 것이지만 저쪽 편은 그러질 못해서 안철수 선생님(대학교수이나 선생님 호칭이 더 좋겠다.)에 대해 자꾸 정치적 시비 또는 출마 충동질, 조언 또는 고언을 하는데 그러지 마슈. TV 화면, 신문 사진으로만 안 선생님을 대한 내가 보기에 그런 사람 아닌 것 같습디다. 

안 선생님이 재산 절반을 내놓고 강남 출마 부인 등이 알고 보니 고도의 정치적 기술이고 차기 대선을 위한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묘사하는데 정말 그럴까. 안 선생님 자신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생각해뒀던 재산 환원을, 그리고 출마 생각 안 하고 있다는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그것이 바로 문제요. 그 점이 바로 안 선생님이 대권에 앉을 가능성을 자꾸 키워준다는 것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안 선생님의 실체? 나도 잘 모르오. 억지로 알고픈 생각이 없다면 건방진 생각일까. 개인적으로 그 분의 현재까지 행동과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엊그제 종편 개국에 맞춰 출연한 한 정치인은 실체 없는 안 선생님에 대해 무슨 대권 운운을 하느냔 듯 힐난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를테면 듣기에 따라선 왜 자꾸 안 선생님에 대해 여론조사 같은 것을 해가지고 그를 키워주느냔 다그침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이 정치인이 본의 아니게 잘 지적해주었다. 우리 사회의 그물을. 이 정치인은 종편은 자본의 속성상, 언론의 속성상 대권이란 흥행 주제와 정치적 흥미 거리를 놓칠 수 없음을 간과했다. 안 선생님을 대권주자로 안 넣으면 시청자들이 가만히 안 있는 데? 시청률 높여야 하는 데? 

안 선생님의 실체, 실체 하는 데 무엇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정당 없이는 정치를 못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렇다면 말을 마시기 바랍니다. 왜 정당만이 지고하오? 정쟁의 울타리가 필요해서? 그래서 안 선생님은 신당 창당도, 총선 출마도 안 한다고 하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왜 안 선생님에 대한 대권 운운은 계속 되는 것일까. 우리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반영된 것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안 선생님의 ‘실체’를 모르고 하는 말 같습니다. 

안 선생님의 실체는 ‘실체 없음’이 실체다. 굳이 달리 말하자면 그는 절대적인 ‘공감 능력’의 소유자이다. 안철수연구소 주식 환원 그런 것 말고,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시골을 돌아다니며 어린 촌놈 학생들과 어울림 그것이 독보적인 것이란 말이오. 빈부격차에 시달려 공부하고 싶어도 적당한 책, 멘토가 없는 그런 곳을 찾아가 그들과 교류하는 것에 어떤 함의가 있는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소위 뜻있는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깨끗한 교실 하나 덩그러니 지어주고, 생색내기용 장학금으로 얼마간 내놓는 그런 식이 아니란 것이다. 그들의 말 못하는 어려움을 들어주며 그들과 ‘하나 됨’이 되는 것이다. 안 선생님의 이런 ‘하나 됨’의 실체가 올곧이 우리 국민들에게도 확산됐으면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안풍의 본질이란 말이다. 

그러나 기존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편 가르기에 젖어 ‘하나 됨’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꾸 ‘안 교수, 정체는 뭘까’만 되풀이하고 있다. 언론은 신당 창당 언제쯤? 멍텅구리 같은 소릴 하고 있는 것이다. 정계나 언론에서 분리하기, 편 가르기, 건드리기를 하면 할수록 ‘하나 됨’ 고수 안 선생님의 대권 문은 차츰 더 열리게 돼 있다. 안 선생님의 대권 진출을 막아야 하는 기존 세력에겐 기구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안 선생님은 최근 한겨레신문 코멘트에서 자신의 재산 환원은 동시대인들을 향한 오래된 자신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었다는, 이 ‘하나 됨’. 그러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되돌려주고 저 우주 별 어딘가의 티끌로 사라지겠다고 했다. 영웅이 따로 없음에야. 그의 진정한 뜻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