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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27세 청년, 빈손으로 6년 만에 2억

후암동남산 2011. 12. 28. 10:07

 

난치병 27세 청년, 빈손으로 6년 만에 2억


강직성 척추염을 딛고 6년 만에 2억원을 모은 박기덕(27)씨. 그는 대학 중퇴 후 노점상을 시작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안성식 기자]

"훠이~. 어지간한 구두쇠는 물렀거라. 신(新)자린고비 납신다!"

 제 이름은 박기덕이오. 올해 스물 일곱이라오. 노점상으로 시작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번 돈을 주식 투자로 불려 6년 만에 2억원을 모았지요. 억대 연봉자 넘친다지만, 고졸 20대에겐 꿈같은 얘기 아니겠소. 지금부터 제 이야기 들어보시겠소?

 강원도 철원에서 군 복무 중이던 2006년 3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오. '강직성척추염'. 매일 두 차례 약을 먹고, 일주일에 한 번 피멍이 들 정도로 아픈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소. 치료비만 월 100만원.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 무렵이었소. 전문대를 그만두고 뛰어든 건 파인애플·군밤 노점상. 할 줄 아는 게 없던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넉살을 무기 삼아 물건 파는 것이었소.

 월수입 350만원을 찍을 때쯤, 신문 기사를 보게 됐소. '월 1000만원 버는 보험 콜센터 상담원' 이야기였다오. 영업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새는 돈이 많을 것 같았는데 콜센터가 딱이다 싶었소.

 2007년 10월. 한 생명보험사 콜센터에 이력서를 집어넣고 면접날 상경했소. 머리는 빡빡 깎았고 트레이닝복 차림인 데다, 고졸이니 무시받기 딱 좋았지요. 아무리 노점상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시시껄렁한 놈 취급을 하더이다. 그래서 말했소. "충북 제천 중앙로에서 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속는 셈치고 전화 한 번 해 보시죠."

 면접관이 그 자리에서 114를 눌러 제천 중앙로에 사는 아무 사람이나 연결해달라고 부탁하곤 "노점상 하던 '빡빡머리' 청년을 아느냐"고 물었지요. 다행히 전화 건너편에선 "아주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다"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과는 합격이었죠.

 일은 적성에 맞았소. 2009년 5월 다산콜센터로 옮기기 전까지 100명의 상담원 중 실적이 3등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다오. 하루 네 시간씩 직원들보다 더 일한 덕분이오. 성과가 좋아 월 400만원은 꾸준히 벌었소.

 아끼는 건 그때부터 시작했소. 고시원에서 살며 100원 단위로 휴대전화 가계부를 관리했소. 점심·저녁은 무조건 한 끼 2000원짜리 회사 식당에서 해결했소. 일회용 컵을 가져가면 50원을 환불해 주는 가게가 있었는데, 길에서 컵을 주워다가 몇 천원씩 환불받곤 했을 정도니까 말 다했지요. 이것저것 해도 한 달 생활비는 20만원을 안 넘었소. 하지만 무작정 아끼기만 한 건 아니라오. 월급 한 푼 쓰지 않고 꼬박 10년은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 간신히 구할 수 있다는 요즘 세상에, 아끼기만 해서 어느 세월에 2억원을 모으겠소. 노점상 시절부터 시작한 주식 투자는 틈날 때마다 했소. 매달 꼬박 20만원을 들여 주식 투자 책을 샀다오. 올 2월엔 학점은행을 통해 대학도 졸업했지요. 자기계발 투자는 언젠가 돌아온다지 않소?

 연평균 수익률은 10%. 주식 투자로 쏠쏠하게 돈을 벌었다오. 내 꿈은 서민을 위해 컨설팅하는 재테크 전문가요. 아낄 땐 아끼고, 잘 굴릴 줄도 알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 이걸 가르쳐 주고 싶다오.

글=김기환 기자 < khkimjoongang.co.kr >

사진=안성식 기자

◆강직성척추염

=척추에 염증이 생겨 몸이 뻣뻣하게 굳는 희귀난치성 질환. 허리·엉덩이·팔꿈치 등 관절에까지 통증을 일으킨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한 경우 관절을 펼 수 없게 된다.

박기덕씨가 밝힌 '자린고비' 노하우

1 가급적 '무료'를 활용한다 반찬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휴지' '케첩'은 패스트푸드점에서.

2 용돈은 최대한 줄인다 외출을 줄이고, 식사는 회사 식당(한 끼 2000원)에서 해결.

3 재테크의 기본은 '관리'다 영수증 모으는 것은 기본, 100원 이상 쓴 것은 휴대전화 가계부로 챙김.

4 일은 열심히 하루 4시간씩 더 일해 콜센터 상담원 100명 중 실적이 3등 밑으로 떨어진 적 없음.

5 나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아니다 재테크 관련 서적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