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식이야기

오리온의 성공 코드

후암동남산 2012. 2. 26. 18:11

초코파이,맥도널드 전세계 판매량 육박 왜

[Weekly BIZ] [마케팅 레슨] 오리온의 성공 코드
왜 호찌민에서는 안 팔릴까? 세번씩 세번 물어 답 찾아
①강한 브랜드 구축이 우선 - 제품 가짓수 늘리기보다 한가지 상품에 집중
②현지인 마음부터 잡아라 - 영업사원들의 情마케팅… 구멍가게 청소까지 도와
③절박해야 성공한다 - 현지 주재원 파견되면 이민자처럼 현지 동화

아시아 시장에서 오리온의 약진세가 대단하다. 중국일본에서 선전(善戰)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다. 60년 가까운 역사의 맥도널드가 매월 전 세계에 1억7000만개의 햄버거를 판매하는 데 비해, 오리온은 매월 1억4000만개의 초코파이를 팔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2015년까지 오리온이 아시아 식품부문에서 1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오리온이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개 성공한 기업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경영방식 체계를 갖고 있다. 다른 회사의 성공 모델 모방 단계를 넘어 자기만의 경영철학·공식을 갖지 못하면 일류 기업이라 할 수 없다. 이른바 '온리(Only) 오리온'의 성공 코드를 정리해본다.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으로 강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오리온은 한국 시장에서 수십종의 제품을 팔지만 중국 시장에서 신제품은 매년 하나 남짓 내놓았다. 1997년 초코파이를 생산하기 시작해 2001년 껌, 2004년 초코송이, 2005년 고래밥을 차례로 선보였다. 오리온이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의 모든 성(省)에 제품을 공급한 것도 불과 2년 전부터다. 김흥재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이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제품 가짓수를 늘리고 마케팅 전략을 수시로 바꾼다"며 "그러면 당장 매출은 두 배로 늘릴 수 있지만 섬세한 관리가 안 되고 품질·브랜드·유통망 관리 같은 큰 기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점인 징커롱(京客隆)의 한 지점에서 소비자들이 진열대에 빼곡하게 들어선 오리온 제품을 고르고 있다. /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실제 2004년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 머핀 제품을 내놨다가 반응이 신통치 않자 4년 뒤 이 시장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자칫 초코파이 등으로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지 라면제조회사인 캉스푸(康師傅)가 만든 우유맛 머핀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캉스푸 머핀은 기존 오리온 제품보다 무게가 2배 이상 나갔지만 간편식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다. 반면 고급 간식 이미지가 강했던 오리온의 머핀은 소비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강기명 오리온 중국마케팅 총괄은 "아무리 좋은 시장이 있어도 우리가 소비자를 유인할 힘이 없으면 그것은 우리 시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영 전문 사이트인 브랜드차이나닷컴은 오리온의 성공비결을 "강한 브랜드를 앞세운 수도거성(水到渠成)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긴다'는 말로 꾸준한 노력으로 조건만 갖춰지면 일은 자연스레 성사된다는 뜻이다.

◇문제의 본질 파악과 현지화 마케팅

'싱크 베터(Think Better)'의 저자인 팀 허슨(Hurson)의 용어를 빌자면 '세 번씩 세 번 질문하기(Third-third questions)'류의 방식을 오리온은 구사했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 답을 얻으면, 그 답에 대하여 다시 '왜?'라고 묻기를 세 번씩 반복하는 동안 문제의 본질을 찾는다는 것이다.

오리온의 베트남 진출 초기, 북부의 하노이 등에서는 잘 팔리는 반면 남부의 호찌민 등지에서는 판매가 부진했다. 현지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남부 지방은 소득 이 낮고 덜 개발됐기 때문이라며 외부 요인의 탓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핵심 원인을 파고들어 보니, 북부 지방에는 대형 수퍼가 일반화된 반면 남부에는 구멍가게가 90%가량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멍가게는 관리하는 데 품이 많이 들어 소홀하게 다뤘던 게 주범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지역 특성에 맞춰 구멍가게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오리온은 구체적으로 '정(情) 마케팅'에 주력했다. 영업사원이 구멍가게에 가서 일괄 주문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점주들과 대화를 나누고 진열을 도와주며 심지어 청소까지 도와주는 등 점주들의 감성에 호소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구멍가게 점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점주가 영업사원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절박함으로 '끝장 승부'

대부분의 일반 회사 주재원들은 3~5년의 근무기간이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오리온 직원은 현지에 파견되면 마치 이민을 가듯이 그곳에 평생 있을 각오를 한다. 자기가 베트남 사람이 아니고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곳 생활의 불편함과 단점이 자꾸 보이기 때문이다.

'온리 오리온'의 핵심은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것을 좋아하라. 아니 좋아해야만 한다"이다. 베트남이나 중국에 갔으면, 베트남이나 중국을 좋아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절박함이 생기고, 절박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현지에 가게 된 오리온 직원들은 "잊는 연습을 한다"고 말한다. 한국 본사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거나 기웃거리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현지의 전통과 취향, 사람들의 세밀한 특징을 알아내어 동화하려 애쓰며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곳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