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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株...

후암동남산 2012. 4. 10. 07:48

테마주 등으로 고점 찍자 BW 발행…바이오株 `시들`


국내 바이오 1세대로 분류되는 마크로젠이 지난 11월 고점에서 두 배 넘게 폭락, 향후 주가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전체 분석 전문회사인 마크로젠은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테마주로 묶이면서 얼마 전까지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했 다. 서울대 의대 교수로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친분설이 증권가를 떠들썩하 게 했기 때문. 하지만 주가가 꼭짓점에 이르자 주요 투자자의 지분 매도에 이어 이 회사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고, 이후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3일 마크로젠은 전날 보다 650원(2.55%) 떨어진 2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마크로젠의 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바이오주 열풍을 타면서 지난해 11월18일에는 5만9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이후 계속적인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1차 조정은 주가가 고점을 향하던 11월 중순께였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미그로스에쿼티투자조합이 지난해 11월 14일부터 나흘 간 30만5000주를 대량 매도했고,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달 간 한미그로스에쿼티투자조합의 BW 물량과 차익매물이 쏟아졌고, 마크로젠 주가는 12월 중순께 3만5000원 대로 고꾸라졌다. 이 와중에 저점에서 주가를 부양시킨 것은 정치이슈였다. 안철수 원장이 대권 참여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칠 때마다 마크로젠의 주가는 찔끔찔끔 오르기 시작하더니 다시 1월 초 4만3000원 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주가에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은 것은 회사 측의 BW 발행이었다.

마크로젠은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50억원 규모의 BW를 사모 발행키로 했다고 지난달 16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인수사는 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로 각각 100억원, 30억원, 20억원씩 맡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마크로젠의 주가는 연일 급락하면서 결국 전날 2만5000원 밑으로 추락한 것.

참고로 마크로젠은 지난 2009년 9월 한미그로스에쿼티투자조합을 대상으로 8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사모 분리형 무보증 BW를 발행 한 바 있다.

이번 BW 발행과 관련 마크로젠 관계자는 "80억원 가량은 국내 본사 및 외국 지사 설비투자에 쓰일 예정"이라면서 "70억원 가량은 시설 운 영 등에 따른 추가 비용뿐만 아 니라 본사 경영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마크로젠의 시설투자비용은 평년 기준으로 50억원 안팎이었다" 면서 "이번 BW 발행액은 기존 시설투자와 경영 규모를 감안할 때 다소 크다. 바이오업계 불확실성이 큰 만큼 주가가 급등했을 때 실탄을 확보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면 바이오업체 입장에서는 현금을 직접 조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진다"면서 "마크로젠 주가가 최근의 바이오주 열풍과 안철수 원장과의 관련설 등으로 급등한 점이 BW 발행 여건 형성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마크로젠 외에도 지난해 9월 이후 계속된 바이오주 열풍을 타고 고점에서 BW 발행을 결정한 바이오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BW 발행 시기가 이들 바이오업체들이 상승세를 타던 시기여서 상투 논란과 함께 고점에 들어간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확대 여부가 우려된다.

바이오 신약개발업체 바이넥스는 지난달 13일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BW를 사모로 발행키로 결의했다. 바이넥 스의 BW는 산은캐피탈, 무림캐피탈, 효성캐피탈, 케이티캐피탈, 농심캐피탈 등이 인수키로 했다.

국내 간판 성체줄기세포 전문업체 파미셀은 지난 28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40억원 규모의 BW를 센브리지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사모발행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한화증권 김나현 연구원은 "바이오업체 특성상 회사채발행이 힘든 만큼 BW 혹은 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자본을 직접 조달해 연구개발 등을 지속하게 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바이오업체의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서 투자는 필수적인 만큼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이를 감안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주가 코스닥업체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이슈와 더불어 소형주에서 대형주 장세로 넘어가는 국내 주식시장 이행기와 맞물리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면서 "특히 24만원대까지 폭등했던 메디포스트 주가가 품목허가 이후 반토막 난 점도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셀트리온,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알앤엘바이오, 파미셀, 바이넥스 등은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회사"라면서 "국내 간판 바이오주가 상반기 조정을 거쳐 하반기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시장성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재무적으로 불안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 경영진의 배임 및 횡령 의혹 혹은 고점에서 이뤄지는 자사주 매도 등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부 바이오업체들이 BW 발행을 위해 국내 증권사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조건이 맞지 않고, 발행 조건이 까다로워져 발행 및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내서 퇴짜를 맞은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