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매년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대학진학은 왜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일까?

후암동남산 2013. 4. 17. 08:20

입시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께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하소연 하듯 내뱉으시는 질문 중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습니다.

 

매년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대학진학은 왜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일까요?

 

우리 스홀 가족 여러분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해보신 분들이 적지 않으실텐데 여러분들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캉쌤의 생각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학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요즘처럼 대학가기가 쉬웠던 시절은 없습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하여 이미 지방 사립대들 중에는 신입생을 다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지요. 그렇다 보니 지방 사립대 교수님들 중에는 고등학교를 돌며 학생 좀 보내달라고 영업을 다니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학생모집에 실패하면 학과가 없어져서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보니 교수라는 체면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학교수가 학생 모집 영업을 다니고 있는 것이지요. ('고등학교 교문에 잡상인 및 대학교수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지방 사립대 뿐 아니라 지방 국립대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렴한 학비와 국공립대라는 무기를 앞세워서 아직까지는 학생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지만 지방 국공립대학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급감하며 커트라인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거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진학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학진학이 쉬워진 시기입니다.

 

그러나 대학을 인서울 대학들로만 국한시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발생합니다. 지방 대학들은 국공립이냐 사립이냐를 가릴 것 없이 전반적으로 선호도 및 입학난이도가 하락하고 있지만 인서울 대학들은 설립주체에 상관없이 선호도 및 진학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거든요. 지방대학들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 되고 있지만 인서울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 되고 있지요.

 

부모의 경제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 반면에 자녀수는 점점 줄어들다 보니 자녀에 대한 기대 및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인서울 대학에 대한 쏠림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인서울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지방 국립대에 지원했을 학생들도 요즘은 모두 인서울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인서울 대학을 다 채우고 그 다음에 지방 국립대를 채우기 시작한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인서울 대학에 대한 선호도 및 입학 난이도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대입 난이도를 언급할 때 가장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서울대의 입학난이도도 선발인원 감소 등의 이유로 크게 상승한 상황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서 수요(서울대 선호도)는 그대로이지만 공급(선발인원)이 줄어듦에 따라서 가격(입학난이도)이 상승한 것이지요. 과거에는 신입생을 매년 5천 여명씩 선발했지만, 요즘은 3천 여명씩 선발하고 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거든요. (서울대의 신입생 선발인원 감소는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 아니라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서울대가 학교운영 정책을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운영의 중심을 교육기관 보다 연구기관으로 옮기려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수를 줄여서 교수대 학생비율을 재조정하여 교수님들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여유를 더 제공해야 하지요.)

 

그러면 여기서 캉쌤의 질문이 하나 나갑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올라가면 대학진학이 더 쉬워질까요?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성적이 오르면 지망하는 대학의 수준도 오르거든요. 성적향상 속도보다 지망 대학의 수준향상 속도가 더 빠른 경우도 많지요. 인서울 대학갈 성적이 되면 그 다음은 TOP 10 대학을, TOP 10 대학을 갈 성적이 되면 SKY대학을 바라보는 식으로요. 그렇다 보니 성적이 올라도 대학 진학에 대한 부담감은 똑같습니다. 고민의 대상(지망대학)만 바뀔 뿐 고민의 크기는 바뀌지 않지요.

 

따라서 대학가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 라는 것은 교육정책이나 입시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내 욕심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현재의 내 능력보다 더 높은 곳을 지향하면 힘든 것이고, 더 낮은 곳을 지향하면 쉬운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가 높아서 현실이 고달프다면 현실을 탓하기 보다 현실을 즐길 줄 아는 큰 배포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공부는 자신의 목표(욕심)만큼 해야 하는 것이고, 그 목표는 나 스스로 정한 것이지 그 누구도 내게 강요한 것이 아니니까요. (학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

 

 

추신 1. 배를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열심히 조종하고 있는데 배가 마음대로 조종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그것은 배가 잘못 되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배를 몰고 있는 선장의 실력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이런 경우라면 목적지와 일정을 계속 고집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목적지와 일정을 수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장구탓만 하고 있는 선무당일지도 모릅니다.


추신 2. 자녀가 서울대 학생이 되기를 바라신다면 자녀에게 서울대 학생이 되라고 요구하기 이전에 나(부모)부터 서울대 학생의 부모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지만, 정보수집 및 전략은 부모님이 도와주셔야 할 부분이니까요. 나는 어느 수준의 부모인지,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서울대가 어떤 전형으로 어떤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하는지 모르신다면 여러분은 아직 서울대 학생의 학부모가 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추신 3.
스홀맘 : 그렇다면 서울대 학생의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캉쌤 :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아이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해줄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 때는 욕심과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평가가 끝나면 평가내용을 기반으로 목표(지망학교, 성적 등)를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지요. 만약, 목표가 특정 학교 입학이라면 해당 학교의 입학요강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 후에 입학요강을 바탕으로 입시용어부터 시작해서 입시제도를 하나씩 알아가시면 되고요. 그러면 해당 학교 공략을 위한 내 아이만의 입시전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스홀맘 :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요?

캉쌤 :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도 목표를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들이 목표를 낮춰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따라서 목표 도달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거나 그만한 노력을 투입하기가 싫으시다면 목표를 낮추시면 됩니다. 목표의 높이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자원 및 노력의 양은 비례하는 것이니까요.

 

추신 4. 서울대 출신들이 사회에서 대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대라는 간판을 대접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라는 간판 뒤에 쌓여있는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이겠지요.


(원문제목 : '매년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대학진학은 왜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일까?' - 출처 : 교육정보 무료공유 - 강명규쌤의 <스터디홀릭> http://www.studyholi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