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남산이야기

네덜란드 기자도 반한 이상화의 금빛 질주

후암동남산 2014. 2. 12. 20:45

기사 내용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 선수단이 고대하던 첫 금메달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주인공은 역시 '빙속 여제' 이상화(25·대한항공)였습니다. 압도적인 레이스였습니다. 37초42의 코스 신기록을 갈아치운 이상화는 이어진 2차 레이스에서는 무려 37초28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이날 이상화 선수를 취재하면서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마감 중이던 저에게 한 네덜란드 기자가 제 어깨를 툭 쳤습니다. 자신을 네덜란드 어느 신문사(정확히 신문사 이름이 기억이 안 납니다) 기자로 소개한 뒤 이상화 선수에 대해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 마감이 급한데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탓에 간단한 질문 몇 가지만 받겠다고 했고, 이내 이 기자는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더군요. 주된 내용은 '이상화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느냐', '특별한 스폰서 없이 선수 생활을 하는 게 사실이냐', '금메달을 따면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느냐' 등 이었습니다.

상대 질문에 그리 만족스럽게 대답을 못해준 것 같지만 그래도 제 대답이 도움이 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상대 질문이 끝나고 제 차례가 됐습니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이 강한 이유'라는 기사가 국내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네덜란드 선수 및 관계자의 관련 코멘트가 없다는 것이 번뜩 제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질문 뒤 제가 예상한 답변은 스피드스케이팅에 적합한 환경과 인프라였습니다. 그런데 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 기자는 "국민의 따듯한 관심이야말로 네덜란드가 진짜 강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축구만큼이나 스피드스케이팅이 인기입니다. 특히,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은 로빈 판 페르시, 아르엔 로벤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 못지 않은 관심을 받는다고 합니다.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자연스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 기자의 주장입니다.

이렇게 네덜란드 기자와의 대화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는 헤어지지 전 제 어깨를 다시 툭 치며 이러더군요. "우리 선수들은 정말 대단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지만 적어도 500m 만큼은 이상화가 있어 그렇지 못하다." 왠지 어깨가 으쓱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