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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名節]민속

후암동남산 2014. 4. 6. 05:54

명절 [名節]민속

 

계절에 따라 가일(佳日)·가절(佳節)이라 하여 좋은 날을 택해 여러 행사를 하며 즐기는 '이름난 날'.

명절은 보름에 한 번씩 있는 절기(節氣)와는 구분된다. 한국의 명절은 농경생활의 순환 속에서 발전했다. 대체로 명절은 크게 보면 설·대보름·한식·초파일·단오·유두(流頭)·백중(百中)·추석·동지 등이 있다. 정월에 가장 큰 명절은 설이다. 은 새해의 첫날로 세배와 성묘를 하고 그해의 운수를 점치기도 한다. 이날 백병(白餠)이라고 하는 떡국으로 만든 세찬(歲饌)과 세주(歲酒)를 먹는다. 옛날에는 정초의 제축이 비단 초하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름까지 긴 기간에 걸쳐 여러 가지 세시놀이들을 즐겼다. 보름은 정월 14일 작은 보름과 15일의 대보름으로 나뉘는데,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무쳐먹으며 부럼을 깨물어 부스럼이 생기지 않기를 빌고, 귀밝이술이라 하여 청주를 데우지 않고 차게 먹기도 한다. 2월 초하루에는 머슴날[奴婢日]이라 하여 일꾼들이 콩으로 소를 넣은 송편을 만들어 먹으며 한해 농사를 준비한다. 한식(寒食)날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하고 차례를 지내며 찬밥을 먹는다. 3월 삼짇날에는 찹쌀가루로 반죽해 진달래꽃으로 수놓은 화전(花煎)을 지진다. 4월의 초파일은 불교가 들어오면서 생겨난 명절로서 연등(燃燈)의 풍속이 행해지고, 5월 5일 단오는 한 해에서 양기(陽氣)가 가장 그득한 날로 수레바퀴 모양의 쑥떡인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6월 6일 유두에는 산이나 계곡에서 풍치있게 놀고, 수단·건단·상화떡[霜花餠]을 먹는다. 7월 15일 백중날에는 불필요한 농기구를 씻어놓고 농사의 힘겨움을 위로한다. 8월 추석은 가배일(嘉俳日) 또는 가윗날이라 하여 곡식이 익어가므로 수확이 멀지 않아 가장 풍성한 명절이다. 이날 조상에게 성묘를 지내고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9월 9일 중양(重陽)은 가을걷이가 한창 바쁜 철이기에 중요도가 덜하지만 잎이 누런 국화꽃으로 국화전을 만들어 먹으며, 배와 유자, 석류와 잣을 꿀물에 탄 화채(花菜)를 먹기도 한다. 10월에 접어들면 한 해 농사의 수확이 모두 마무리된 시점을 시월상달이라 하여 상달고사나 집안 조상들의 시제 모시기가 이루어진다. 난로회(煖爐會)와 장국, 변시만두와 두부를 가늘게 잘라 꼬챙이에 꿰어 기름에 부치다가 닭고기를 섞어 끓인 연포탕(軟泡湯)을 시절음식으로 먹는다. 11월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가묘(家廟)에 차례를 지내고 먹었는데 이때 액막이를 위해 집 문앞에 팥죽을 뿌리기도 했다. 옛날에는 절기의 기점이 동지로부터 출발했는데, 이는 고대 동양력(東洋曆)에서 역(曆) 계산의 출발점을 동지에 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한서〉의 율력지(律曆志)에는 '세수지야'(歲首之也)라는 말이 있어 세수(歲首), 즉 연초(年初)를 동지로 했으니 후한시대에는 동지가 세수에 해당되었다. 후대로 오면서 한 해의 시작을 정월로 하고 계절의 시작도 봄으로 되었다.

이와 같이 한국의 명절은 농사절기와 깊은 관계가 있어 각 농사주기에 맞게 이루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으뜸으로 치는 명절은 설날·대보름·단오·추석이고, 한식·유두·칠석·백중·동지는 그 다음으로 친다. 이러한 전통적 명절들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을 겪었고 특히 국토가 분단된 이후에는 남과 북이 다른 명절 양상을 띠게 되었다. 한국의 명절은 기존 명절에서 한식·단오·칠석·백중 등이 차츰 쇠퇴하고, 단지 설날과 추석 등만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때는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는다. 설날은 신정(실제 일본인들이 강요한 명절)과 구정에 대한 많은 논란을 거치다가 구정을 명절로 다시 확정하는 변화를 겪었다. 이밖에도 12월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교가 들어오면서 또다른 명절로 자리잡았다. 반면에 북한에서는 전통명절 중에서 설날·한식·단오·추석을 으뜸으로 쳤지만 차츰 쇠퇴하다가 최근 들어 설날이나 추석을 다시 복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통명절과는 달리 '사회주의적 명절'이라 하여 당창건일(黨創建日) 같은 사회주의적 명절을 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