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부동산이야기

기획부동산의 실체

후암동남산 2014. 6. 5. 08:39

부동산 사건·사고 중 단연 1위는 ‘기획부동산’이다. 피해사례만 부지기수, 검찰의 수사를 통해 많은 업체가 공중분해 됐어도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다시금 우후죽순 생겨난다. 그 생명력의 비결은 바로 ‘수법의 진화’에 있다. 이들의 사기수법은 너무 다양해 나열하기도 어렵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매매계약만 체결한 상태에서 토지를 팔아넘긴다.

2. 소유자로부터 사용 승낙이나 임대만 받은 부동산을 투자자에게 팔고 도주를 한다.

3. 팔고 있는 토지를 지자체가 추진 중인 개발계획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한다.

4. 미확정 개발계획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속인다.

5. 매매하려는 땅에 도로가 개설되거나 그 땅의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속인다.

6. 투자유치계획이나 개발계획 중 일부 정보만 슬쩍 부풀리는 수법을 쓴다.

7. 도시 주변 지역의 개발제한구역해제,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정보를 미리 빼내 개발과 전혀 관계없는 주변 토지를 매입한 후 고가로 판다.

8. 도심지내 연립과 다세대 주택 등을 집중 매입하고 재건축 예정이 있다고 허위 소문을 유포한 후 고가로 팔고 도망간다.

9. 고속도로 등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볼) 개발이 이뤄지는 굵직한 호재가 있는 곳의 주변 땅을 산 뒤 마치 개발에 포함되는 땅이라며 고가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며 팔고 난 후 연락을 끊어버린다.

10. 현장답사 시 남의 좋은 땅을 보여주고 나서 팔 때는 부근에 있는 쓸모없는 땅을 팔아버린다.

11. 철도역사가 생기거나, 도로가 생긴다면서 수십배 부풀려 판다.

12. 특별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며 철거가옥을 주변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판다.

13. 분양하는 토지의 정확한 지번을 알려주지 않고 나중에 엉뚱한 지번의 땅을 판다.

14. 실제 증명할 수 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성을 내세워 소비자를 현혹시킨 후 비싼 가격에 판다.

15.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마치 개발할 수 있는 땅처럼 속여 상상을 초월하는 차액을 남기고 팔아버린다.

16. 대부분 나중에 매매하기 어려운 공동지분등기로 팔면서 분할등기가 가능한 것처럼 속인다.

17. 국내·외 부동산 개발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후 임의로 투자금을 유용하거나 투자금을 횡령하고 잠적한다.

18. 전화번호부나 각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회명부 등의 명단을 입수해 일일이 전화로 투자자를 유인한다.

19. 민간업체가 개발하는 땅의 일부를 선점해 사업 진행을 위해 땅을 매입해야 하는 약점을 이용, 수십배 비싼 값을 받고 되판다.

20. 노후화 된 빌라를 구입해놓고 특별공급아파트 입주권 구입비 명목으로 투자금액을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21. 사람을 고용해 토지를 구입하게 한 뒤, 그 사람의 지인을 소개해 사게하는 다단계 판매기법을 이용한다.

22. 가분할(지적도상의 분할이 아닌 분할 예상도)을 해놓고는 마치 분할을 한 것 마냥 속인다.

23. 간척지 주변 농지를 사들인 다음 법인 명의로 등기를 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분양한다.

24. 위조매매계약서로 임야 분할허가를 받아 고가로 분양한다.

25. 전원주택지나 관광단지로 조성된다고 속여 고가에 매도한다.

지난 연재까지 총 6회에 걸쳐 기획부동산의 사기 수법과 피해사례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회에는 기획부동산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대다수의 기획부동산은 소위 ‘전주(錢主)’라 불리는 사주의 지휘를 받는다. 하지만 사주는 절대 전면에 나서는 법이 없다.

이들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주는 일명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인을 설립한다. 그리고 법인은 다시 3~4개의 회사로 쪼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땅을 매입할 때 법인이나 바지사장, 때로는 임직원 명의를 사용하기 때문에 행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사주 본인은 피해가도록 ‘안전장치’도 만들어 놓는다. 또한 상황에 따라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법인을 수시로 바꾸는 수법을 통해 흔적을 지운다.

기획부동산 법인 영업형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매출액 대비 원가 구성비를 보면 전체 금액 중 매입원가는 불과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 40~60%가 리베이트, 관리자 수당, 임대료, 전화료 등에 사용된다. 실제 사주가 받아가는 돈은 전체의 20~30%선이다.

텔레마케터는 보통 여성 70%, 남성 30%의 비율로 구성된다. 연령은 여성은 50세 미만이 대부분이고 남성은 30~40대가 많다. 이들의 보수는 기본급 100~150만원이고, 개인 매출액의 15~20%가 리베이트로 지급된다. 여기에 매출실적이 많은 이들은 보너스 명목으로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의 특별 수당을 받기도 한다. 일종의 ‘당근책’인 셈인데 대다수의 직원들은 여기에 속아 애사심이 불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당근은 직원으로 위장한 사주의 친인척(또는 지인)에게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받은 돈은 다시 돌려줘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일종의 ‘쇼’였기 때문.

다음은 관리자 월 보수체계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기획부동산은 체계가 매우 조직적이고 엄격하다. 사장 밑으로 전무나 상무, 실장과 부장까지 일반 회사와 직위 체계는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매출이 떨어진다거나 고소·고발이 들어올 경우 심각할 정도의 육체적 고통과 문책을 받는다. 때문에 하부조직에 대한 살벌한 관리가 필수적인 이유다.

기획부동산들이 선호하는 사기대상 물건은 ‘토지’다. 토지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같은 건물과 달리 용도와 위치,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가격 산정이나 개발의 가능 유무를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이 같더라도 개발 유무에 따라 금싸라기 땅이 되기도, 애물단지 땅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개발이 어려운 쓸모없는 땅을 싸게 사들인 뒤 곧 개발에 착수할 것처럼 속여 비싸게 되판다.

이들은 경기의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정부 정책 같은 호재에 반응하는 토지의 특성을 이용한다. 여기에 토지는 장기투자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해 피해자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악용한다. 그 사이 이들은 회사를 없애거나 혹시 모를 소송에 대비해 재산을 빼돌린다.

최근에는 다단계 수법도 이용하고 있다. 내가 지인에게, 지인이 또 다른 지인에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수법을 구사해 가까운 친인척까지 사기행각에 끌어들이고 있다. 혹시나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좋은 땅’이 있다고 연락이 온다면 한번쯤 아니 두번쯤은 의심해 봐야하는 실정이다. 이유야 어쨌든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없이 ‘대박의 꿈’만 쫓는 자신을 돌아본다면 기획부동산 따위에 속아 땅치고 후회할 일은 없지 않을까.

(출처:매일경제/자문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김홍진 박사 / 정리 조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