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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 연구

후암동남산 2015. 1. 3. 08:27

염색체 연구

모건이 연구를 위해 택한 유기체는 조그마한 초파리, 드로소필라(Drosophila)였다. '이슬의 연인'이라는 뜻의 이 초파리를 썩어가는 과일로 끌어들이는 것은 실은 이슬이 아니라 발효하고 있는 효모이다. 식물보다 곤충을 연구한다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지만 초파리는 유전 연구 학도들에게 한 가지 대단한 강점을 제공한다. 멘델은 교배 실험에서 다음 세대의 완두를 얻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 작은 초파리들(그 크기가 1/8인치밖에 되지 않는다)은 2주마다 새로운 세대를 생산하며, 암컷이 한 번에 낳는 알만 해도 수백 개나 된다. 초파리가 네 쌍의 염색체만 가지고 있다는 것은 순전히 행운이었으며, 그 덕분에 특성이 어떻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가를 조사한 모건의 연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쉬웠다.1)

유성생식하는 모든 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들 염색체 중 한 쌍이 특히 중요하다. 대부분의 쌍에 들어 있는 개별 염색체들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성을 결정하는 쌍에 들어 있는 염색체는 형태가 확연히 다르며 그 생김새 때문에 X, Y라 알려져 있다. 특정한 개체에서 세 가지의 결합(XX, XY, YY)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암컷에서는 세포가 항상 XX 쌍을 가지며 반면 수컷에서의 조합은 XY이다.2) 따라서 새로운 개체는 어머니로부터 X 염색체를 반드시 물려받아야 하며 아버지로부터는 X나 Y중 하나를 물려받을 수 있다. 아버지로부터 X를 물려받으면 암컷이 되고 Y를 물려받으면 수컷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요점은 모건이 초파리 중에서 보통 흔히 보이는 빨간 눈 대신 하얀 눈을 가진 변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면밀한 교배 프로그램과 그 결과에 대한 통계 분석을 통해 초파리의 눈 색깔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gene. 모건은 이 용어를 곧 받아들여 발전시켰다)는 X 염색체로 운반되어야 하며 그 유전자는 열성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수컷의 경우, 변이유전자(특정 유전자의 여러 변이를 대립유전자(allele)라 한다)가 하나의 X 염색체에 있으면 그 초파리는 흰색 눈을 가졌다. 그러나 암컷의 경우, 관련 대립유전자는 두 개의 X 염색체 모두에 있어야만 표현형에 하얀 눈의 특성이 나타났다.

이 첫 번째 결과에 고무된 모건은 1910년대에 학생 연구팀과 공동으로 연구를 계속했다. 그들은 연구를 통해 염색체가 실에 꿰어진 구슬같이 유전자들의 묶음을 가지고 있으며, 정자나 난자 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쌍으로 이루어진 염색체가 잘려나갔다가 다시 합쳐져 새로운 대립유전자 조합을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염색체 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들은 이와 같은 교차와 재조합 과정에서 분리되기 쉽다. 한편 염색체 상에서 서로 가깝게 있는 유전자들은 아주 드물게 분리된다. 이런 연구(그리고 다른 수많은 힘든 연구)는 염색체상의 유전자의 순서를 그려내는 기초를 제공했다.

20세기 후반의 개선된 기술을 이용하여 이런 종류의 연구가 훨씬 더 많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멘델의 유전과 유전학 전체가 드디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선 때는 모건과 그의 동료 A.H. 스터트반트, C.B. 브리지스, H.J. 뮬러가 그들의 고전적인 책 『멘델 유전의 기작(The Mechanism of Mendelian Heredity)』을 출판한 1915년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모건 자신은 『유전자 이론(The Theory of the Gene)』(1926년)을 썼으며 1928년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1933년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1945년 12월 4일에 캘리포니아의 코로나델마에서 사망했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선택할 개체들이 다양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생식 과정에서 유전적 가능성이 부단히 뒤섞임으로써 어떻게 다양성이 증대되는가(모건과 그의 동료들이 알아낸 것)는 유성생식하는 종들이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경우, 표현형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수는 약 3만 개에 달한다. 이들 유전자 중 93퍼센트 이상이 동형접합성(homozygous)인데, 이는 이 유전자들이 모든 인간의 염색체 상에서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7퍼센트 미만의 유전자들만이 이형접합성(heterozygous)이며, 이는 무작위로 뽑은 한 개인의 염색체 쌍에 그 특정 유전자에 대해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들은 돌연변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며, 대개 표현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유전자 풀에 그냥 있게 된다(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돌연변이는 곧 사라지며, 이것이 바로 자연선택이다). 최소한 두 가지 변이를 갖는(어떤 경우에는 2개 이상의 대립유전자를 가지기도 한다) 약 2천 쌍의 유전자가 있으면 두 사람은 22000 가지의 방법으로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는 너무나 큰 숫자여서 천문학적 숫자(성간 시차 측정에서 살펴볼 것과 같은)조차 하찮아 보이게 한다.

또한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동일한 수정란에서 나오기 때문에 똑같은 유전자형을 갖는 쌍둥이의 경우는 제외) 지금까지 생존했던 어떤 사람도 서로 정확하게 똑같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즉,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다양성의 한 표시이기도 하다. 1915년 이후 염색체, 성, 재조합, 유전 등의 본질이 점점 더 분명해짐에 따라 중요한 질문으로 등장한 것은 핵과 염색체의 내부와 같이 좀더 깊은 차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양자물리학과 화학의 최신 정보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DNA의 이중 나선을 향한 첫 걸음은 거의 반세기 전에 구식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각주

  1. 1 사람은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표현형의 복잡성과 염색체 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양치류는 세포마다 3백 개가 넘는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2. 2 몇몇 종에서는 그 유형이 반대이며, 또 기이한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염색체 연구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과학, 2010.6.5, 도서출판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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