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오늘의 명언록

꼬리 잘린 잉어

후암동남산 2015. 3. 10. 18:09

꼬리 잘린 잉어


송어들이 무리 지어 사는 작은 연못에
잉어가 들어와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별세상이다’ 싶어 무심코 살았지만
머지않아 잉어가 살기에는 좁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 좀 자려고 하면
조그마한 송어들이 걸리적거려
짜증 나기 일쑤였습니다.

송어들 역시
잉어가 꼬리를 한 번 칠 때마다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도 얻어맞아
무척 불편했습니다.

어느 날 늙은 할아버지 송어가 잉어에게 제안했습니다.
“더 넓은 강물에서 마음껏 물살을 헤치며 사는 것이
이런 작은 연못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송어의 말에 솔깃한 잉어는
마침 장마로 물이 불어나자
큰 어려움 없이 넓은 강물로 갔습니다.

잉어는 더 넓은 강물에서
힘차게 헤엄쳐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였습니다.

큰 메기 떼들이 넓은 입을 벌리고
잉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혼비백산한 잉어는
메기를 피해 도망쳐다녔습니다.

정신없이 도망쳐다니는 동안,
잉어의 양쪽 비늘은 다 떨어져 나가고,
메기에게 꼬리를 물어뜯겨
제대로 헤엄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언제 메기에게 잡혀먹힐지 몰라
전전긍긍 불안한 나날들,

주변의 동료 물고기들은 모두 커 보였고,
보는 것조차 두려워졌습니다.

이렇게 겁에 질려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잉어는
작은 연못에서 살던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장마철이 끝나 강물이 줄어들고
연못으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됩니다.

잉어는 사력을 다해 반쪽 꼬리로 헤엄을 쳐
옛날에 살던 작은 연못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이때부터 잉어는 송어에게
절대로 큰소리를 치거나 으스대지 않았습니다.

- 아프리카 서부국가 세네갈 우화 / 소천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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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할아버지 송어는 빙그레 웃었고,
다른 송어들 역시 더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

- 자족하는 삶은 주위를 넉넉하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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