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우리 애가 공부를 잘 하는 줄 알았더니....

후암동남산 2015. 5. 27. 15:09

지역별, 학교별 학력격차를 알아보기 위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분석해보니 지역별로는 물론이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학교별로 학력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네요.


 

특히, 강북지역 학교들의 경우 자기 지역 1등 학교라고 할지라도 강남구와 비교하면 하위권에 불과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되고요.


(2014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준으로 캉쌤이 살고 있는 서대문구의 14개 중학교 중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 1등 학교가 강남구로 가면 24개 학교 중 18등에 불과하네요. 강남구 1등 학교와 서대문구 1등 학교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무려 18.3%나 나고요.)

초/중학교 때 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어 라며 여기서 잘 하는 애들은 다른데 가서도 잘 한다 라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런 생각이 아이들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때 쌓아놓은 실력이 고등학교 때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뉴스나 기사를 보면 중학교 때 놀았던 학생들 중 뒤늦게 정신차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례들을 보며 우리 애도 언제든 정신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꺼야 라며 막연한 기대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요. 그런데 그렇게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얻어내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니 언론에도 소개가 되는 것이겠지요. 누구나 가능한 보편적인 일이라면 기사화 되지 않잖아요.

우리 스홀 가족들은 어떠신가요?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지만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나쁠 뿐이라며 마음 잡고 열심히 공부하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입시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서 또는 난이도가 높아서가 아니고 마감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정신차리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복구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죽하면 컨설턴트들 사이에 이런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3학년 상담은 말기암 환자 상담과 같다고요.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시기를 놓쳐버린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지요.

푸에고 푸욜이라는 시인이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라고요.

우리 스홀 가족들이 막연한 기대를 품고 스스로 희망고문 하며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는 일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밝은 내일은 우리가 열심히 쌓아올린 고된 하루하루의 보답이지 결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니까요.


추신 1. 공부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 아이, 사실은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 친구들이 공부를 못 해서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일 수도 있습다.

 

추신 2. 서대문구 1등 중학교와 꼴등 중학교의 2014 국가수준학업성취도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무려 24.3%나 납니다. 같은 구 내의 중학교라면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같은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지역 내 학교별 학력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일선 학교들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추신 3. 어쩌면 대입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고교 선택이 아니라 중학교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뒤집기 어려울 정도의 큰 격차가 이미 중학교 때 벌어져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중3 때 대학이 이미 결정된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지요.

(원문제목 : '우리 애가 공부를 잘 하는 줄 알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