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전남 서해안의 작은 섬 우이도.

후암동남산 2017. 3. 3. 18:53
'미지의 섬' 돈목ㆍ띠너머해변 등 고운모래 해변은 '덤'
도로없어 도보 여행…돌담길·정약전 흔적 등 천주교 옛 이야기 가득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지금 우리 마음은 사막처럼 황량하다. 하지만 이 여행이 끝날 때는 마음속에 나무숲이 가득할 거야."

우이도 사구</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남 서해안의 작은 섬 우이도는 바람이 빚은 모래언덕(풍성사구)으로 유명하다. 우이도 돈목해변에 자리잡은 80m 높이의 풍성사구는 지금은 훼손을 우려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6.6.20</p>< p> areum@yna.co.kr


영화 '가을로'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민주(김지수)의 수첩에 적힌 첫 여행지였던 서해안의 작은 섬 우이도.

영화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우이도 모래언덕의 비경으로 죽은 연인의 발자취를 좇아 여행을 시작한 현우(유지태)의 황량한 마음을 표현했다.

우이도는 바쁜 일상에 지쳐 사막처럼 황량해진 마음을 달래고자 사색과 치유의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온통 모래와 산지로 이루어진 이 섬은 목포에서 뱃길로 3시간 30분을 가야 닿을 수 있다. 선착장 초입을 제외하고는 섬 내부를 잇는 도로조차 없다.

다른 마을에 가려면 언덕과 산을 넘어 도보로 이동하거나 배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척박한 환경 덕택에 자연이 빚은 거대한 풍성사구와 고운 모래가 펼쳐진 해변, 수려한 산세, 수백 년 전 어촌 풍경이 잘 보존돼 있다.

우이도(牛耳島)는 섬 서쪽의 돌출한 부분이 소의 귀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수백년동안 '소흑산도'로 불렸으나 일제가 우이도라 명명했으며 주민들은 불과 몇십년전까지도 소흑산이라 불러왔다.

◇ 돌담길 따라 섬·조선 천주교 옛이야기 가득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우이도행 여객선에 몸을 싣고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 진리마을의 우이도항이다.

홍어장수 문순득 동상</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남 신안군 우이도 우이도항에 내리면 홍어장수 문순득 동상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문순득은 조선시대에 해외 표류 경험으로 외국 문물을 국내에 소개했다. 2016.6.20</p>< p> areum@yna.co.kr


우이도항에 발을 내딛자 홍어 장수 문순득(1777∼1847) 동상이 여행객들을 반긴다.

우이선창</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항 한쪽에는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옛 선창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2016.6.20 </p>< p> areum@yna.co.kr


조선 시대 이야기가 곳곳에 녹아있는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옛 선창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우이선창이라 불렸던 이 선창은 1745년 3월에 만들어졌다. 포구와 방파제, 배를 건조·수리하는 선소의 기능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선창 맞은편에는 조선 시대 염장시설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마리아 형상 열녀비</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남 신안군 우이도 진리마을 입구에 세워진 '상원 김씨 열녀각'에는 마리아 형상을 한 열녀비가 있다. 1907년 건립됐으며 천주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6.20</p>< p> areum@yna.co.kr


마을 입구에 다다르면 바위 언덕 위에 세워진 1m 높이의 '마리아 열녀비'가 눈에 띈다.

'상원 김씨 열녀각'에 모셔진 이 비는 1907년 건립됐으며 특이하게 성모 마리아 형상을 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천주교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이도 진리마을 입구</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남 신안군 우이도 진리마을 입구에는 40년 전 난파된 무동력선의 녹슨 인양기가 우뚝 서서 이정표 역할을 한다. 2016.6.20</p>< p> areum@yna.co.kr


마을의 이정표도 독특하다. 40여 년 전 섬에 난파됐던 무동력선의 녹슨 인양기를 이정표로 쓴다.

왼쪽 길로 가면 문순득 생가로 향하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조선 후기 홍어 상인이었던 문순득은 1801년 류큐(일본 오키나와)에 표류해 필리핀에서 천주교를 접하고 중국을 거쳐 3년 2개월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이후 조선왕실의 천주교 박해 때 유배 내려온 실학자 정약전을 만나 체험담을 전했다. 이렇게 전해진 체험담 등을 토대로 정약전이 표해시말(漂海始末)을 편찬했다. 그는 정약용 등 실학자들에게도 외국의 화폐제도·항해술 등을 전했다.

문순득과 같은 집안 후손인 문종옥(61) 우이 1구 이장은 "사람들의 손이 덜 탄 곳이라 옛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특히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돌담이 어느 섬보다 잘 보존돼 있어 둘레길 여행에도 좋다"고 말했다.

우이도 진리마을 돌담길</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는 섬 대부분이 모래와 산지로 돼있어 섬 내부를 잇는 도로도 없을 정도로 교통이 불편하다. 그러나 이 덕분에 해풍을 막기 위한 돌담길이 잘 보존돼 있다. 2016.6.20</p>< p> areum@yna.co.kr


지금은 사라진 풍습이지만 우이도 주민들은 당산에서 제사를 지내고 바닷가로 내려와 풍어제를 지냈다.

문 이장의 안내를 받아 돌담길이 이어진 골목을 지나 바위 언덕과 산길을 거쳐 마을과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당산까지 올랐다.

20여분쯤 올라가니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할머니당과 제사를 지내는 할아버지당이 나왔다.

우이도 당산 할아버지당</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 진리마을의 당산에는 과거 풍어제를 지내기 전 제사를 지내던 사당이 그대로 남아있다. 할머니당에서 제사 음식을 준비한 뒤 10m 위에 마련된 할아버지당에서 제사를 지낸다. 2016.6.20</p>< p> areum@yna.co.kr


당산이 있던 마을은 많지만 이렇게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은 흔치 않다.

척박한 섬 산자락에서 수백 년을 자생한 잣밤나무로 우거진 숲은 그 자체로도 비경을 선사하더니 나그네를 위해 잠시 스치는 소나기를 막아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1km가량 떨어진 띠밭너머 해변으로 향했다.

성산 또는 성재로 불리는 나지막한 산을 넘어야 하며 차나 배편 이동은 불가능하다.

마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이제는 밭으로 변한 정약전 선생 유배 적거지 표지판을 지난다.

성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우이도 내 다른 구간에 비해 가파르지는 않지만 모래 때문에 발이 푹푹 빠진다.

성산(성재) 우실 너머로 보이는 띠밭너머 해변</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 진리마을에서 성산(성재)을 넘어 1km가량 걸으면 띠밭너머 해변이 나온다. 바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우실 너머로 안갯속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2016.6.20</p>< p> areum@yna.co.kr


유난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하는 우실 너머로 펼쳐진 바다가 보이다.

지천에 널린 산딸기를 구경하며 내려가다 보면 모래 위로 싹을 틔운 순비기나무가 해변에 다다랐음을 알린다.

띠밭너머 해변</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 진리마을에서 성산(성재)을 넘어 1km가량 걸으면 띠밭너머 해변이 나온다. 가는 길이 불편하고 파도도 세지만 완만한 수심이 길게 이어지고 한적해 한 번 찾는 이들은 꼭 다시 방문하는 곳이다. 2016.6.20</p>< p> areum@yna.co.kr


우이도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파도가 세고 찾아가는 길도 고되지만 완만한 수심이 길게 이어지고 한여름에도 '프라이빗 비치'처럼 한적하게 즐길 수 있어 한 번 찾는 이들은 꼭 다시 방문하는 곳으로 꼽힌다.

◇ 사막을 가진 섬…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모래언덕

우이도의 자랑 사구를 보려면 돈목해변으로 가야 한다.

우이도 돈목해변 사구</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에는 바람이 빚은 국내 유일의 모래언덕(풍성사구)이 있다. 우이도 돈목해변에 자리잡은 80m 높이의 풍성사구는 지금은 훼손을 우려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6.6.20</p>< p> areum@yna.co.kr


돈목해변에서 성촌마을 쪽을 바라보면 거대한 모래언덕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출입금지된 우이도 사구 정상 </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국내 유일의 사구인 우이도 사구는 80m 높이의 모래 언덕이 계속 훼손됨에 따라 보호를 위해 2020년까지 출입이 금지돼있다. 2016.6.20 [전남 신안군 제공]</p>< p> areum@yna.co.kr


언덕 중턱까지 초록빛 사구식물로 뒤덮여 멀리서 바라보면 민둥머리 산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자태에 감탄을 멈출 수 없다.

지금은 출입금지된 우이도 사구 정상 </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국내 유일의 사구인 우이도 사구는 80m 높이의 모래 언덕이 계속 훼손됨에 따라 보호를 위해 2020년까지 출입이 금지돼있다. 2016.6.20 [전남 신안군 제공]</p>< p> areum@yna.co.kr


20여년 전만 해도 80m 높이의 사구 꼭대기에 올라 모래 썰매를 즐기기도 했다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구 보호를 위해 2020년까지 출입이 금지돼있다.

1.5km 길이의 돈목해변은 모래가 곱고 서해에서도 수질이 깨끗하기로 유명해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사구 아래의 데크를 따라 계속 걸으면 성촌마을 입구로 이어진다.

우이도 성촌해변 </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 성촌마을 뒤편에는 돈목해수욕장보다 더 넓은 성촌해변이 숨어 있다. 2016.6.20</p>< p> areum@yna.co.kr


바람에 살랑거리는 띠(풀)의 방향을 따라 거닐다 보면 오래된 돌담길로 굽이진 소박한 동네와는 사뭇 다른 너른 성촌해변이 펼쳐진다.

돈목해변보다 더 넓은 백사장이 형성돼있지만, 중국에서 밀려오는 해양오염물 때문에 해수욕장 선호도는 다소 떨어진다.

서소우이도 선착장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우이도를 찾는 이들이 많이 가는 마을은 진리, 돈목 성촌마을이지만 작은 섬인 동소우이도와 서소우이도도 한적한 어촌의 매력이 있다. 2016.6.20 areum@yna.co.kr


섬 구석구석을 좀 더 살펴보려면 배를 타고 동소우이도, 서소우이도나 무인도인 화도 등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진리에서든 돈목에서든 등산로도 다져지지 않은 산길을 3km 이상 가야 닿는 상산봉 역시 우이도 주변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경 을 보려는 산악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 교통편

우이도까지 한 번에 가는 여객선은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한차례 출항한다.

목포에서 오전 11시 40분에 출발하는 섬사랑 6호(해광운수 ☎ 061-283-9915)는 도초도를 경유해 3시간 20분만에 우이도항이 있는 진리마을에 도착한다.

동·서소우이도, 예리, 돈목, 성촌에도 경유하므로 원하는 목적지에 내리면 된다.

이 배는 도초도에서 정박한 뒤 다음날 오전 7시 5분 성촌을 시작으로 돈목, 예리, 동·서소우이도를 거쳐 진리마을에서 오전 7시 50분께 출발, 도초도를 거쳐 목포로 나온다.

우이도에서 나갈 때도 30분 전에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우이도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면 나올 때 배를 한 번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매일 오후 3시 우이도항에서 도초항까지 가는 배를 타고 나와 도초에서 오후 5시 10분 출발하는 쾌속선(남해고속 ☎ 061-244-0005, 동양고속 ☎ 0061-243-2111)이나 오후 6시에 출발해 목포북항까지 가는 도초농협페리(도초농협 ☎ 061-243-7916)를 이용하면 된다.

▲ 맛집

바다향 가득한 한 끼</p>< p>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작은 섬 우이도에는 식당이 없다. 대신 민박집에서 한끼 7천∼8천원에 백반을 제공하는데 모시조개와 우럭 등 주변에서 잡히는 해산물과 섬에서 키운 채소로 푸짐한 한끼가 나오는 편이다. 2016.6.20 </p>< p> areum@yna.co.kr


작은 섬 우이도에는 식당이 별도로 없어 민박집에서 1인 7천~8천원 선에 현지에서 잡힌 생선이나 조개로 요리한 백반을 제공한다. 회나 해산물은 민박집에 요청하거나 선착장에서 마주치는 어부들을 통해 구입하면 된다.

우이도는 물고기 먹이인 젓새우 서식지라 봄가을에는 돔·농어·민어, 여름에는 농어·우럭·붕장어·학꽁치 등 어종이 풍부하고 꽃게도 많이 잡힌다. 모시조개, 꽃조개도 섬의 별미다.

▲ 숙박

샤워시설을 갖춘 19.8∼33㎡ 규모 민박의 하루 숙박비는 비수기 4∼6만원 성수기 5∼7만원 선이다.

대부분 소규모로, 비수기에는 민박업을 하지 않고 별도 생업에 종사하는 곳도 있어 사전 전화 예약이 필수다.

진리마을 설희네 민박은 4∼10명이 머물 수 있는 복층 펜션을 갖추고 있으며 비수기 10만원, 성수기 15만원 선이다.

일부 민박은 작은 배로 손님들을 섬 내 다른 관광지까지 이동시켜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리마을(우이1구)> 진리(슈퍼)민박(☎ 061-261-4600), 설희네민박(☎ 061-262-7056), 유미네민박(☎ 061-261-1870), 고향민박(☎ 061-261-1941), 우리집민박(☎ 061-261-8919), 진아네민박(☎ 061-261-1619)

<돈목마을(우이2구)> 훈이네민박(☎ 061-261-1862), 우림장민박(☎ 061-261-1860), 해돋이민박(☎ 061-262-2962), 우이도민박(☎ 061-261-1876), 다모아민박(☎ 061-261-4455), 우이슈퍼민박(☎ 061-261-1863), 한승미민박(☎ 061-261-1740), 바닷가민박(☎ 061-261-4011), 모래산민박(☎ 061-261-1920)

<성촌마을(우이2구)> 초원민박(☎ 061-261-1842), 성촌민박(☎ 061-261-5187), 별촌민박(☎ 061-261-1520), 써니하우스민박(☎ 061-261-0666), 신안민박(☎ 061-262-1798)

<동소우이도(우이3구)> 바실옥민박(☎ 061-275-1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