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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매장 매니저는 방문고객 숫자보다 이 것 본다

후암동남산 2018. 9. 15. 17:47

명품 매장 매니저는 방문고객 숫자보다 이 것 본다          
[더,오래] 김재홍의 퓨처스토어(12)          

매장 내 매출이 왜 발생하는지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을 마케팅 이론에서는 '퍼널'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장에서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매장의 매출이 왜 발생하는지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반대로 왜 이런 매출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매출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마음고생만 할 수 있다.

고객은 구매하기 전 행동을 통해 많은 단서를 남긴다. 마케팅 이론에서는 이런 과정을 ‘퍼널’이라고 부르고 있다. 퍼널은 한글로는 ‘깔때기’이다. 내 사업의 퍼널을 분석한다는 의미는 고객이 어떻게 처음 내 매장을 인지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며, 고민하다가 결국 구매를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얼마나 포기하는지 기록을 남기고 이를 통해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고객은 구매 전 행동에 문제 해결의 단서 남겨
어렵게 들리겠지만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내 매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그중 10명이 들어오고, 1명이 구매했다고 치자. 만약 지난달보다 매장 매출이 하락했다면 위 과정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이 줄었는지, 들어오는 사람이 줄었는지, 아니면 구매하는 사람이 줄었는지 문제점을 찾아낸다면 이를 해결해 매출을 지켜낼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 ‘앉아서 흥하고 앉아서 망하는’ 사례가 있다는 걸 언급했다. 실제로 많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다양한 고객의 동선 기록이 남아 있어 분석이 쉬운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의 정보를 모으기도, 활용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에선 어떤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데이터로 수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워크 인사이트’의 빅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행동을 분석해 본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단가 낮은 매장은 방문율이 중요 마케팅 지표
단가가 낮은 매장은 고객들의 방문율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단가가 낮은 매장들은 고객들의 방문율을 분석하고 마케팅에 가장 돈을 많이 쓰게 된다. [중앙포토]

먼저 단가가 낮고 방문객이 많은 매장은 ‘방문율’이라는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 방문율이란 매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 중 실제로 매장에 들어오는 비율을 의미한다. 100명이 지나갈 때 10명이 들어오면 방문율은 10%라고 말할 수 있다.

단가가 낮은 매장의 방문율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와 구매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가 화장품 매장이나 드럭스토어, 잡화 매장은 방문율의 등락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진다. 이런 업종에서 마케팅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이유다.

단가가 높고 방문객이 적은 매장의 경우 ‘체류 시간’이 중요하다. 체류 시간이란 매장에 들어온 방문객이 머무는 시간을 의미한다. 체류 시간이 길다는 건 더 오래 머무는 고객이 많다는 이야기다. 제품을 ‘체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고가의 제품이 팔릴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단가가 높은 매장의 경우 방문객의 체류시간이 중요하다. 체류시간이 길어질수록 고가의 제품이 팔릴 확률이 높아진다. [중앙포토]

일정 시간을 넘겨 체류하는 고객의 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도 있다. 가전제품, 대형 매장, 플래그스토어, 럭셔리 등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고객은 오래 머물수록 많은 돈을 쓰기 때문에 단가가 높은 매장에선 고객의 체류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류 매장 고객은 굉장히 단순하면서 확실한 행동이 있다. 바로 ‘피팅룸 전환율’이다. 피팅룸에 들어가는 고객 비율이 올라갈수록 매출도 늘어난다. 체험하는 고객은 돈 소비가 생기기 마련이다. 패션은 체험 방법이 피팅룸에 들어가는 것이어서 매우 단순하면서 확실한 고객의 구매 전 행동이랄 수 있다.

외식 매장에도 정직하고 확실한 고객 행동이 있다. 바로 ‘재방문’이다. 재방문은 말 그대로 다시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의 행동을 의미한다. 단언컨대 단골손님이 많은 식당이 망하는 법은 결코 없다. 하지만 망하는 식당에는 단골손님이 없다. 고객이 다시 매장을 방문한다는 것은 음식이 맛있고 매장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료 와이파이 제공하고 받은 고객정보로 매출 50% 늘려
미국에서 무료 와이파이와 마케팅을 연결해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마케팅을 한 적이 있다. 응답의 60%가 고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었으며 이로 인해 매출이 늘었다는 응답이 50%로 상당히 높았다. 오프라인 매장 내에서 고객이 구매하기 전에 하는 행동을 관찰해 매출 발생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매출을 올리는 기회가 분명 찾아올 것이다. [중앙포토]

매장에서 매출에 직결되는 고객의 행동을 기록하는 기술은 리테일의 혁신이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가능해졌다. 최근 북미에서는 레스토랑과 주류매장 등이 무료 와이파이를 통해 고객의 동의를 받고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같은 마케팅 정보를 얻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무료 와이파이로 고객의 정보를 모으는 것이지만 매장에선 이렇게 모인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 광고하고, 고객은 이 광고를 보고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미의 한 마케팅 회사가 4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료 와이파이를 받은 고객의 체류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60%, 이로 인해 매출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50%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무료 와이파이와 마케팅을 연결하는 서비스는 없지만 간단한 무료 와이파이를 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일반 매장에서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하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고객이 구매하는 행동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스마트폰 중심의 마케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축복이 될 수 있다.

이제 내 매장에서 고객이 구매하기 전에 하는 행동을 관찰할 차례다. 매출 발생의 원인이 되는 고객의 행동을 발견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분명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김재홍 조이코퍼레이션 부사장 press@zoy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