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부동산이야기

용산 개발 축 후암동 집값 따로 노네...

후암동남산 2008. 3. 31. 21:37
용산 개발 축 후암동 집값 따로 노네
동네 서쪽은 들썩, 동쪽은 썰렁
03/30 11:14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서울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동네 중 한 곳인 용산구 후암동. 끝없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 몸 쉴 거처에 다다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후암동은 낡은 주택 밀집촌이지만 남산과 용산 민족공원에 둘러싸여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후암동의 주택시장이 요즘 같은 동네에서도 지역별로 따로 논다. 후암동 서쪽 지역은 재건축 개발 기대감에 집값이 들썩이는 반면 동쪽 지역은 매수세가 끊겨 썰렁하기만 하다. 지난 2~3년 새 강북 개발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집값이 급등했지만 요즘은 한 동네서도 부동산시장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엇갈린 집값 행보

후암동은 후암동길을 기준으로 서측 블록과 동측 블록으로 나눠져 있다. 후암동길과 한강로 사이에 위치한 서측 블록은 후암1구역(단독주택 재건축)을 포함해 전 지역이 현재 건축허가제한구역으로 묶인 상태다. 반면 동측 블록은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개발 계획이 없어 건축 행위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후암동 142-4번지 일대 10만㎡ 규모의 후암1구역은 지난해 4월 23일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현재는 갈월동 6-21번지 일대(7521㎡)와 남영동 11-21번지 일대(1만8482㎡)의 우선검토대상 두 곳을 포함해 정비구역지정을 받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와 함께 후암동 서쪽 블록 중 후암동길과 후암1구역 사이에 위치한 후암동 일대(8만8755㎡)와 동자동19-28번지 일대(5만9577㎡)는 2차 재건축 기본계획 후보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일대 역시 2006년 12월 21일 건축허가제한으로 묶였다.

후암동 서쪽에는 투자 발길 꾸준

후암동 서쪽 지역은 개발 기대감에 지분 값도 오름세다. 후암1구역 내 다세대주택의 경우 대지 33㎡ 미만은 지분값이 많게는 3.3㎡당 6000만~7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올해 초보다 300만~5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대지 33~66㎡짜리 다세대주택은 5000만원을 호가한다. 대지 66㎡ 이상은 지난해 말보다 200만원 정도 올라 4500만원 선이다.

매물도 많지 않다. 단독주택도 오름세다. 대지 33~66㎡는 3.3㎡당 4500만~5000만원, 대지 66㎡ 이상은 2800만~3000만원 선이다. 용산구 한강로 라꾸라꾸공인 관계자는 "U턴 프로젝트 추진과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개발 기대 심리가 커지면서 매입 문의는 꾸준하지만 정작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후암1구역을 제외한 서측 블록의 건축제한구역도 지분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대지 33㎡ 미만 다세대주택은 3.3㎡당 4000만원 선, 대지 33~66㎡은 3500만~3700만원 선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대지 33~66㎡는 3.3㎡당 2500만~3000만원, 대지 66㎡이상이 2200만~2400만원 선을 호가한다.

후암동 동쪽지역은 매수세 뚝

반면 후암동 동쪽 블록은 현재까지 개발 계획이 전무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매수세도 끊겼다. 가격도 약세다. 대지 33㎡미만 다세대주택 지분값은 3.3㎡당 3200만~3400만원으로 올 초 수준이거나 약간 빠졌다. 대지 33~66㎡ 다세대주택은 3.3㎡당 3000만~3200만원으로 지난해 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후암동 M공인 관계자는 "뚜렷한 개발 계획이 없는 곳인 데다 최근 몇년 새 한강 및 용산 개발 프로젝트 후폭풍으로 단기 급등한 집값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건축제한을 받지 않아 여러 곳에서 신축 다세대주택가 들어선 것도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령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더라도 빌라 신축 붐으로 향후 정비사업 시행 때 노후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합원 수 증가에 따른 사업성 악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태원동 한 공인중개사는 “신축 다세대주택이 많아질수록 해당 지역에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투자 수요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조철현 기자 choc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