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후암동남산 2011. 7. 28. 15:21

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저어~ 여보시오. 돈 있다 위세 하지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 척 하지말고, 명예가 있다고 뽐내지 마소.

나이 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너 나 없이 남이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내 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양 남을 업신여기지 마시구려.

내 형제 내 식구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게 웃는 얼굴로 미소 지으며,

날 이렇게도 잘도 돌보아 주더이다.

 

아들 낳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고

대학가면 사촌이고 군대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되고 애 낳으면 내 나라 국민이요.

이민가니 해외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이 되고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자식들 모두 출가 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지 말고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일 마시오.

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

 

 부모 모시겠다는 여자 택하지 마라.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 마라. 네 효도는 너 잘사는 걸로 족하거늘....

네 아내가 엄마 흉을 보면 네가 속상한 거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엄마도 사람인데 알면 기분 좋겠느냐.

모르는 게 약이란 걸 백번 곱씹고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혹시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거든 조금은 보태주거라. 널 위해 평생 바친 엄마이지 않느냐.

그것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는데,

자식인 네가 돌보지 않는다면 어미가 얼마나 서럽겠냐

널 위해 희생했다 생각지는 않지만 내가 자식을 잘 못 키웠다는 자책이 들지 않겠니?

 

아들아!

명절이나 어미.애비 생일은 좀 챙겨주면 안되겠니?

네 생일 여태까지 한번도 잊은 적 없이 그날 되면 배 아파 낳은 그대로 그때 그 느낌

그대로 꿈엔들 잊은 적 없는데 네 아내에게 떠밀지 말고 네가 챙겨주면 안되겠니?

받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잊혀지고 싶지 않은 어미 욕심이란다.

 

그러나 아들아!

네가 가정을 이룬후 어미.애비를 이용하지 말아다오.

평생 너희 행복을 위해 애써온 부모다.

이제는 어미. 애비가 좀 편안히 살아도 되지 않겠니.

너희 힘든건 너희가 알아서 살아다오.

늙은 어미.애비 이제 좀 쉬면서 삶을 마감하게 해다오.

 

아들아!

우리가 원하는 건  너희들의 행복이란다.

그러나 너희도 늙은 어미.애비의 행복을 침해하지 말아다오.

손자 길러 달라는 말하지마라.

너보다 더 귀하고 예쁜 손자지만, 매일 보고 싶은 손자지만,

늙어가는 나는 내 인생도 중요하더구나.

강요하거나 은근히 말하지마라. 날 나쁜 시어미로 몰지마라.

 

 

2011.07. 27일

 

할머니의 글이 머리에 남아 이렇게 포스팅합니다.

 

주변을 한번 돌아 봅시다.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