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식이야기

20111005"커지고 세진 유럽 충격파…한국 증시 하락률 G20중 2위"

후암동남산 2011. 10. 5. 03:25

커지고 세진 유럽 충격파…한국 증시 하락률 G20중 2위

◆ 유럽위기 불길 커지나 ◆위기가 '전염(contagion)'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아울러 세계 경제 '동조화(coupling)'도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유럽 증시가 파란색(약세)으로 물들면 어김없이 전 세계가 같은 색깔을 띤다. 유럽 상황은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미국 상황은 다시 태평양을 건너 고스란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개천절 연휴 직후인 4일도 그랬다.

더구나 하루 휴장 이후 열린 이날 우리나라 증시와 외환시장은 충격파를 두 배로 받았다.

↑ 장중 111포인트 추락 4일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매매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111포인트까지 추락했다가 결국 63.46포인트(3.59%) 하락으로 마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글로벌 위기의 '진앙'과 그나마 거리를 둬 왔던 신흥시장이 금융에 이어 실물경기까지 위협받기 시작한 데 있다.

선진국 장기 침체가 불 보듯 뻔해지면서 수출 중심인 신흥 개발도상국도 이제 직접적 타격을 받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성장률(GDP)은 내년에 11년 만에 처음 8%대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가 일제히 실물 경기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자칫 선진국 금융회사가 자금을 회수하면서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빠르게 유출되고 수출까지 급감하면 그야말로 전 세계가 성장동력을 일시에 상실하는 사태가 염려된다.

우리나라도 이미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비슷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우선 증권과 외환시장이 급락하는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 증시가 '검은 금요일'로 불리며 하루 100포인트 넘게 하락했던 것이 지난달 23일이다. 당시 환율도 1200원 선을 위협받았다. 이후 진정 기미를 보였으나 10여 일 만인 4일 다시 패닉 상태가 연출됐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에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고질적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바로 변동성이다.

LG경제연구원이 22개국 통화가치 변동성을 비교한 결과 8월 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지난주까지 10.2% 떨어져 6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하루 변동폭도 평균 대비 두 배를 넘는다.

물론 우리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스위스 등 통화가치가 더 떨어졌다. 그러나 스위스프랑을 빼면 모두 '캐리 트레이드' 투자 대상인 나라들 통화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08년 연간 40%가 넘는 절하율을 보인 것에 비해 올해 절하율은 아직까지 10% 남짓"이라면서도 "원화값 변동성이 큰 것은 자본시장 개방도와 외환시장 규모 간 불일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외국인 비중도 30%에 달하는 반면 외환시장은 하루 거래량이 38억달러(올해 2분기 기준)에 불과하고 환전 물량이 크지 않아도 원화값이 크게 출렁인다는 얘기다.

또 단기외채 역시 2008년보다는 줄었다지만 여전히 다른 신흥국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배 연구원은 "단기외채는 유사시 주식시장뿐 아니라 은행 간 대출경로를 통해 유입됐던 자금까지 이탈해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변동성은 리먼사태 때보다 오히려 더 크다. 8월 이후 우리나라 주가 하락률은 지난주까지 G20 국가 가운데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러시아와 독일 등이 뒤를 잇는다.

이들 국가는 최근까지 경기 회복이 빨랐던 나라다. 그만큼 향후 글로벌 경기 위축 시 성장세가 더 많이 둔해질 것이란 염려가 작용하고 있다. 2008년 당시 G20 국가 중에서는 주가 하락률이 15위 정도로 높지 않았다.

외국인 증시 투자금액이 2008년 2분기 말 2411억달러에서 올해 2분기 말 3376억달러로 늘어난 것도 '족쇄'다. 외국인들은 또 원화값 하락을 예상해 미리 주식시장에서 손절매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원화값 추가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

원화값이 떨어지면 채권시장은 약세(금리 상승)가 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이 같은 '나선형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