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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람’ 들여다보니

후암동남산 2011. 11. 1. 08:24

 

[이슈추적] ‘안철수 바람’ 들여다보니
안철수 신비주의 … 정치 프로? 깜짝 스타?
[중앙일보 양원보]

'안철수'는 어떤 사람일까. 여야 정치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탐구하고 분석하기에 바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로 '안철수 바람'이 보통 드센 게 아니다는 사실이 입증된 이후 그 정도가 심해졌다. 하지만 '단서'는 별로 없다. 원래 정치권과 가깝지도 않았던 데다 '바람'을 탄 이후론 장막 뒤로 다시 숨어버려서다. 안 원장에 대해 "정치 프로 중의 프로"(민주당 김부겸 의원)라거나, "정치 초년병"(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란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에 대한 '정보 부재'가 낳은 현상이다.

 안 원장의 '잠행'은 유명하다. 그는 지인들과 e-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그랬다. 심지어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한 인터뷰에서 남편의 동정을 잘 모를 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다고 했을 정도다. 안 교수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만 잘 이용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부산고 동창 등 일부 절친한 지인을 빼면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지난 7월 안 원장을 만난 한 과학자 출신 국회의원 A씨의 얘기다. 그는 안 원장과 면담 약속을 잡기 위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나 안 원장은 받지 않은 대신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거냐는 문자를 보냈다 한다. A씨는 31일 "안 원장과는 결국 문자로 약속을 정했다"며 "좀 특이한 인물"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신비주의'가 '안철수 신드롬'을 더욱 키운다고 보고 있다. 실제 그는 '꼭' 필요할 때만 대중 앞에 섰다. 지난달 24일이 그랬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측의 검증 공세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안 원장은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인 로자 파크스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들고 박 시장 캠프에 나타나 젊은 층에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그는 앞서 며칠간 자택과 대학원 사이를 졸졸 따라다니다시피 하며 박 시장 지원 여부를 물었던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정치 관련 질문엔) 할 말이 없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안 원장이 치고 빠질 때를 아는 정치적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보다 더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이 대중의 감성을 포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대를 위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던 '청춘 콘서트'의 주연으로 활동하면서 20대를 열광케 한 게 대표적 예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배후'를 궁금해한다. 안 원장의 언행이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지고 있는데 누군가 조언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거다. 야권의 한 중진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박 원장이 정치권의 전략통들을 두루 접촉하며 안 원장을 위한 조언그룹을 꾸리려 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안 원장의 대(對)언론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종인 전 의원,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도 조언그룹에 들어가 있다 한다.

 하지만 안 원장을 '깜짝 스타'쯤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있다. 야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존 정치코드에 맞지 않는 안 원장의 언행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대중심리와 화학작용을 일으킨 것뿐이며, 그가 정치를 본격적으로 한다면 그에 대한 거품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서울대 동창인 한 의사는 "안 원장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지만 사교성이 떨어지고 다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며 "그가 정치에 뛰어들어 당파를 이끌고 선전·선동도 하면서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어 질문 공세를 펼 때 입술을 떨며 말을 더듬거리기도 했는데 그런 얘기를 전해들은 이 의사는 "그게 안 원장의 본래 모습"이라며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흔들기와 흠집 내기 공세가 심한 정치권에 들어갈 걸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지난달 초 서울대 고위 관계자에게 "지금 상황이 너무 당혹스럽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한 것이나, 벤처기업인 시절 직원 월급 주는 게 너무 힘들어 "25일(월급날)은 공포의 날"이란 말을 자주한 것은 소심한 성격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