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암(癌) 발생은 이제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섰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암 정복의 희망이 살며시 보입니다."
지난달 하순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10회 미(美) 암 예방 학회. 암 발생 억제를 연구하는 의사와 과학자들이 대거 모인 행사 첫날, 하버드 의대 공중보건대학원 월터 윌레트(Walter C. Willett) 교수가 '암 예방 30년, 도전과 진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그는 "매년 늘기만 하던 미국의 암 발생률이 지난 2008년부터 처음 줄어드는 대전환이 일어났다"며 "이는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서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2000년대 들어 이미 암에 걸린 사람들의 사망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암 조기 발견과 암 치료 기술의 발달 덕이다. 하지만 암 발생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암 발생은 나이가 들수록 늘어난다. 암 유발 요인이 우리 몸에 수십년간 축적돼 오다가 끝내 암을 유발하고, 노화된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령사회로 들어감에도 대장암·유방암·폐암 등 대표적인 '미국인 암' 발생 자체가 최근 꺾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암 발생은 하염없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한해 18만여명이 새로이 암에 걸렸다〈2010년 보건복지부 발표〉. 10년 전인 1999년 신규 암환자 10만명에 비해 1.8배 늘어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 현재의 두 배가 될 전망이다.
미 암예방학회 창립회장인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종양내과 홍완기 교수는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어 몸속에 자리 잡기 전에 암세포를 가로채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암 정복 전략"이라며 "그런 효과를 내는 다양한 암 예방 생활 수칙과 가이드라인을 널리 전파하고 누구나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