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걷기 좋은 길

전남 해남에서 한양 숭례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 강진구간

후암동남산 2012. 2. 26. 15:57

동백길… 강진 전경을 한눈에, 라온길… 숲과 바다를 동시에

삼남길 강진구간

1 ‘함께하길’은 삼남길의 여러 구간 중 손꼽힐 정도로 풍경이 뛰어나다. 오솔길을 뒤덮 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숲 그늘이 여행자를 감싸고 있다. 2 ‘산내들길’을 걸을 때는 목소리를 조금 키워야 할 것 같다. 여름철 백운동 계곡 물이 불 어나면 바위를 치는 물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린다. /코오롱스포츠 제공

전남 해남에서 한양 숭례문까지 이어진 삼남길은 유서가 깊다. 수많은 선비가 과거를 보거나 유배를 떠나며 이 길을 지났다. 공납물도 이 길을 타고 한양으로 향했다. 물론 조선시대 선조들이 밟았던 원래의 삼남대로는 지금은 대부분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라졌던 삼남길이 오늘날 트레일 워킹 코스로 복원되고 있다. 로드 플래너(road-planner) 손성일 대장과 코오롱스포츠가 함께 삼남길 복원에 나섰다. 코오롱스포츠는 포장도로로 편입·개발되지 않은 숲길과 해안길 등을 골라 신식 길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코스를 만들고 있다. 목표는 해남을 시작으로 서울 남대문까지 1000리에 이르는 국내 최장거리 트레일워킹 코스다. 현재 삼남길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진 누릿재를 잇는 230㎞ 구간에서 완성된 상태다. 공식 개통식은 3월 중에 열린다. 이 길을 완성한 손성일 대장의 길 안내를 들어봤다.

삼남길에선‘>>>’모양의 표 지판을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산내들길

달마지마을~천황사입구(총 13.8㎞, 약 6시간)
월출산 자락을 따라 영암군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시작은 대월리이다. 옛날 이 마을에는 멧돼지가 자주 내려와 농작물을 파헤쳤다고 한다. 골머리를 앓던 주민들은 마을회관 스피커로 호랑이 울음소리를 퍼뜨렸다. 이 길을 지나다 괴상한 소리를 듣는다면 바로 그 호랑이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을회관 앞 광장에서 왼쪽으로 돌면 너른 저수지를 지나는 길이 나온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월출산 자락이 호수에 그대로 담겨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저수지를 건너 고개를 넘으면 월하리가 나온다. 월하리에서는 길이 복잡해 바닥에 그려진 3개의 부메랑 모양인 삼남길 표지를 잘 따라가야 한다. 이 길 중간에는 한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숲이 우거진 지점이 나온다.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가면서 내뿜는 하얀 수증기가 안개처럼 깔려 있다. 이곳이 바로 백운동계곡이다. 계곡을 지나 대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걷다 보면 너른 녹색의 물결이 넘실대는 녹차밭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생산하는 녹차재배지 및 설비공장인 전남강진다원이다. 녹차밭 사잇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월남사지삼층석탑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영암으로 가려면 월출산을 넘거나 계곡을 따라 낮은 산자락을 지나야 한다. 산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누릿재가 나온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삼남대로를 복원하기 전까지는 문헌에만 남아있던 곳으로 옛날 보부상들이 이용하던 길이다. 누릿재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풍경이 신비롭다. 오른편에는 편백나무가 줄지어 정돈된 듯이 서 있고, 왼쪽은 소나무, 삼나무, 참나무가 얽혀 있다. 숲길을 내려서면 깔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길이 나오고, 사자저수지를 돌아 나오면 산내들길의 마지막 지점에 닿는다. 여기까지가 전라남도 강진군이다.
●대중교통(061): 금호고속 434―4371·콜택시 433―4747
●숙박·음식: 아네미민박 434―8852·탑동댁민박 433―2476·남도경포대모텔 434―3589·녹향월촌한우명품관 433―3118·석정가든 433―3334·자연이좋은사람들 433―4445

1 ‘산내들길’. 오랜 세월 몸집을 키운 나무가 볼만하다. 2 ‘동백길’에는 길이 어둑어 둑해질 정도록 울창한 나무 숲 구간이 많다.

동백길

영랑생가~대월리 달마지마을(총 14.2㎞, 약 5시간)
동백길은 강진읍의 전경을 한눈에 담는 구간이다. 300여개 계단을 거쳐 우두봉(牛頭峯)에 오르면 강진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오르며 흘린 땀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에서 절로 식는다.

출발점인 영랑생가 돌담을 돌아가면 보은산으로 들어서는 길이 나온다. 보은산은 산세가 누워있는 소를 닮았다. 산 정상이 소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해서 우두봉으로 불린다.

우두봉까지는 2.63km다. 나무 계단이 줄줄이 이어지지만 힘들다고 바닥만 보고 걸어서는 안 된다. 상수리나무·소나무·참나무·벚나무 등 계단 주위 다양한 나무들도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계단이 끝나면 삼남길 리본을 곱게 맨 소나무가 길을 안내한다. 길가에는 작은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크고 작은 돌탑들이다. 이 길의 끝에 고성사가 있다. 고성사에서 다시 숲길을 들어서면 오르막을 따라 삼나무 군락지가 펼쳐진다. 일직선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자태가 미려하다. 능선에 올라서면 안내판이 솔치 방향을 가리킨다. 오르막을 끝내고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마을에 닿으면 금당 백련지를 볼 수 있다. 1급수 물이 솟아나는 곳이다. 백련이 피는 연못에는 동백나무와 소나무, 오죽(烏竹)이 어우러진 두 개의 섬 가운데 정자가 있다. 동백이 연못에 떨어지는 5월과 백련이 피어나는 8월이 특히 아름답다.

마을에서 나오면 성민교회 왼쪽으로 난 시골길을 따라가게 된다. 다시 아스팔트 도로로 나와 직진하면 성전면 읍내다. 요기를 하려면 이곳이 좋다. 읍내를 지나 논과 밭 사이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포장길을 걸으면 정면에 멋진 월출산이 보인다. 길은 마을로 접어든다. 청자골 달마지 마을이다.
●대중교통(지역번호 061): 강진버스 여객터미널 434―2053·콜택시 010―6275―1301
●숙박·음식: 제일장 432―5018·서울식당 433―1206·보은식당 432―8789·월출식당 433―8114·춘천닭갈비 434―0208

함께하길

다산수련원~영랑생가(총 12.1㎞ 약 4시간)
‘함께하길’은 아름다운 한국의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경치가 좋은 곳이다. 다산초당, 백련사, 뿌리의 길, 영랑생가 등 명소가 즐비하다. 트레킹은 만덕리 다산로에서 다산유물전시관 오른쪽 길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하얀 조약돌이 바닥에 깔린 길 양옆엔 두충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숲을 지나면 정호승 시인이 ‘뿌리의 길’이라 이름붙인 흙길이 나온다. 아름드리나무들이 길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거대한 힘줄 같은 나무뿌리가 길바닥에 튀어나와 있다. 뿌리의 길은 100여개 돌계단으로 이어지는데, 철이 되면 이곳은 떨어진 동백꽃으로 붉게 물든다.

계단의 끝은 다산 초당이다. 다산초당에서 조금 더 나가면 천일각이 나온다. 그 옛날 다산은 초당보다 볕이 좋은 천일각에서 몸도 말리고, 고향과 가족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천일각부터 백련사까지 가는 길은 강진구간의 절경이다. 철을 잘 만나면 진달래가 하늘하늘 피어나는 오솔길을 걷거나, 야생 녹차 군락지나 동백나무숲을 지나게 된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야생녹차밭 너머로 보이는 탐진강도 좋다. 백미(白眉)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련사 동백림이다. 3.12㏊에 달하는 숲에 동백나무가 수천 그루다. 동백꽃 철이 되면 바닥에 떨어진 새빨간 동백을 밟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뗄 수 없다는 그곳이다.

백련사를 나와 한적한 오솔길을 지나면 덕동리 마을이 나온다. 돌담이 예쁜 이 마을에는 대나무와 대나무 사이를 벌려 몸을 비집고 들어서야만 갈 수 있는 대숲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기룡리·학명교를 지나면 강진읍이다. 함께하길은 강진읍내 영랑생가에서 끝난다.
●대중교통(061): 금호고속 강진영업소 434―4371·콜택시 432―4545
●숙박·음식: 선운모텔 434―1122·벨라지오모텔 433―0570·프린스관광모텔 433―7300·강진만한정식 433―0234·가마솥국밥 432―7976·홍춘희보리밥 434―3301

1 '함께하길'에 있는 김영랑 시비.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 새겨져있다. 2 '라온길'을 걷고 있는 탐사단원들.

라온길

사초리 삼거리~향촌마을~다산 수련원(총 18.5㎞, 약 7시간)
라온길은 숲뿐만 아니라, 바다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길 오른편에서 강진만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편안한 나루’라는 이름의 강진(康津)은 과거 평화롭기로 으뜸가는 지역이었다. 바다는 파도가 높지 않아 어민들은 마음 놓고 고기를 잡았다. 외부인의 침입도 적어, ‘탐진(耽津·기쁨을 누리는 나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즐거운’, ‘친숙한’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 ‘라온’을 이 길 이름으로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라온길은 강진군 사초리 사거리에서 시작된다. 길은 이내 마늘 밭을 따라 펼쳐진 농촌길로 이어진다. 벌정리로 넘어가는 고개 쉼터에서는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개를 넘으면 논정마을이 나온다. 지나는 일행을 불러 세워 물 한 잔과 떡 한 덩이를 권할 정도로 정겨운 마을이다. 효령대군의 6세손 태빈이 1573년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전주이씨 집성촌이 됐다고 한다. 마을을 지나 도암면 배수갑문으로 이어지는 둑길은 길이가 길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포근한 흙과 계란만한 꽃을 피우는 오리나무가 지루함을 덜어준다.
길을 따라가다 육전마을회관을 지나 만나는 편백나무 숲은 버섯을 키우는 곳이다.
항촌리에 닿으면 명발당을 둘러보자. 명발당은 다산의 아버지 정재원의 벗, 윤광택이 주인이었다. 다산은 강진 귀양살이 동안 윤광택의 아들 윤서유와 교분을 쌓았다. 유배 기간 다산이 딸을 윤서유의 아들과 결혼시켜 사돈을 맺기도 했다. 명발당을 지나면 만덕호까지 오솔길이 이어진다. 만덕호가 끝나는 곳에서 다시 농촌길을 걸어 다산로에 닿으면 라온길이 끝난다.
●대중교통(061): 강진버스여객터미널 434―2053·콜택시 433―4747
●숙박·음식: 스마일민박 432―4222·들꽃민박 432―9080·아미산모텔 433―2136·알뜰슈퍼민박 433―8487·다산촌명가식당 433―5555·남미식당 43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