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식이야기

피곤하다 .좀 쉬어야 겠다.ㅠㅠ

후암동남산 2012. 3. 9. 07:21

펀더멘털에 의한 주가 분석 펀더멘털에 의한 주가 분석
피곤하다. 좀 쉬어야 겠다
2012.03.08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2월 8일 처음으로 2,000P를 돌파한 후 한 달간 2%가 못 되는 좁은 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주가를 2,000P까지 끌고 온 원동력은 세 가지다.

우선 경제.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 국내 경제도 조만간 바닥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 두 번째는 재료. 유럽 사태가 물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1년 반 이상 계속되던 악재가 없어졌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마지막은 수급. 유럽의 1차 장기대출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외국인 매수가 두 달간 11조에 달하는 시장 참여로 이어졌다.


주가가 멈춰 선 것은 이 변수들이 약해졌거나 다른 악재의 힘이 강해졌다는 의미가 된다.유가, 환율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변수에 대한 평가가 변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경제 흐름은 예상에 부합하는 형태


경제 지표는 기존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일부 국내 경제 지표가 방향을 바꾸고 있는데 경기선행지수의 경우 1월에 전년동월비로 2.9%가 증가해 작년 12월에 비해 0.6%P가 늘어났다. 월별 증분 역시 작년 10월 0.2P에서 올 1월에 1.0P로 높아져 증가 폭이 매월마다 커지고 있다. 경기와 관련해 가장 빠르게 신호를 보내는 변수가 이미 바닥을 만들고 상승 폭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은 회복의 한 단면이 될 수 있다, 우려했던 대외수지도 2월에 2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1월에 제기됐던 수출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 가능성이 약해진 것이다. 발표되는 수치만 보면 경기가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변화는 없다.


문제는 경기 저점 이후다.
올해 성장이 5~6%까지 올라간다면 경제를 통해 년간 몇 차례의 상승 모멘텀이 만들어지므로 경기 저점이 주가에 힘을 붙여주는 요인이 된다. 반면 성장이 3%대에 그칠 경우 경기 저점 이후 길지 않은 시간에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성장 전망이 낮은 상태에서 저점 또한 2%대 중반으로 높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는 주가에 두 가지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하나는 방향성인데 경기 정점이나 저점을 전후해 주가 흐름이 바뀌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진폭으로 경기 회복이 클수록 주가의 상승 폭이 커진다. 최근까지 전자를 통해 주가 상승이 이루어졌지만 가격이 높아진 만큼 방향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대신해 폭과 관련한 문제가 점차 시장의 관심사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럽과 중국 경기 둔화 부분이 더해졌다. 그동안 유럽은 재정 문제가 중심이고 경기는 논외로 취급되어 왔다. 재정문제를 넘었다 해서 곧 경기 회복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오히려 일정 부분 재정 건전화의 역풍이 불수 있는 만큼 유럽 경기 둔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은 양쪽 변화가 동시에 출현


유동성은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지난달 말 마감된 유럽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결과 5,295억 유로의 자금이 유럽의 은행들에 풀리게 됐다. 작년말 1차 프로그램 때 4,892억 유로보다 액수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유동성 공급이 유럽 재정 위기 진정과 주가 상승에 역할을 한다는 걸 봤기 때문에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버냉키 의장이 의회 연설에서 3차 양적 완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한 상반기중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 건 외국인 매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지난 2개월간 외국인이 11조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한 것 같은 매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외국인이 2~3개월 동안 시가총액의 2%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경우가 한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난 두 달간 외국인 매수가 특이한 형태였다고 볼 수 있는데 주가가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시장 참여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재료가 없을 때 주가는 현재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주식시장이 경기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는 대신 폭에 대해 부담이 생기는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점은 후했던 경제 펀드멘탈에 대한 평가를 희석시키는 변화로 봐야 한다.

유럽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 역시 한번 경험한 재료여서 신선미가 떨어지고 미국의 3차 양적 완화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점은 유동성의 힘을 약화시키는 부분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외국인 매수 감소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오랜 상승에 대한 피로도가 시장에 쌓이고 있다. 이 부분이 기존 재료에 대한 평가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데 시장이 좀 쉬어야 할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를 7.5%로 설정했다. 8%대였던 작년에도 목표 이상의 성장을 달성했던 걸 감안하면 올해도 목표보다 높은 성장이 예상되지만, 3월 양회 이전 시장에서 중국 정부가 성장 정책을 취할 것으로 기대했던 걸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