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주자 테마주 오르더니 이내 급락
대통령 테마주도 수혜 없어…주가 '원상복귀'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최근 대선주자 행보에 오르내리는 정치테마주 때문에 주식시장 전체가 '몸살'을 앓으면서 지난 대선 때의 '학습효과'를 염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도 정치 테마주 열풍이 불었지만 모든 정치테마주들이 결국 투자자에게 손실만 안겼기 때문이다.

◆2007년에도 테마주 '기승'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에도 대선으로 인한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손학규, 정동영 후보의 관련주들이 급등한 것이다.

   
▲ 2007년초에서 2008년 1분기 말까지 세명전기의 주가 추이

당시 열린우리당의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의 테마주인 세명전기는 7월초까지 1000원대에 불과했으나 9월17일 7630원을 기록하면서 7배가 넘는 폭증을 보였다.

거품은 여기까지였다. 바로 다음날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이후 10거래일 만에 3555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연말에는 2000원선으로 완전히 이전수준으로 돌아갔다. 한창 오를 때 샀던 투자자들은 정점을 기록한지 한 달 만에 굴러 떨어지는 주가에 손해만 봤다.

   
▲ 2007년초에서 2008년 1분기 말까지 EG의 주가 추이

또 당시에도 박 전 대표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테마주인 EG도 지금처럼 급등했다. 2007년 6월초 1만3850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6월22일 3만3100원으로 138.99% 급등했다.

결과는 마찬가지. 한 달도 안 돼 2만1750원으로 급락한데 이어 10월4일에는 1만3650원으로 오히려 6월초보다 더 떨어졌다.

이후 같은 일이 한번 더 반복됐다. EG는 12월4일 선거가 다가오면서 다시 3만3500원으로 올랐다가 2008년 1월17일에 1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부지기수였다.

익명의 연구원은 최근 EG의 급등세에 대해 "2007년 때 손해를 봤던 기억이 모두 사라진 것 같다. 5년이라는 시간이 긴 시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대통령 테마주도 수혜는 없었다

대선에서 낙선한 후보의 주식만 급락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된 후보의 테마주도 기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원상태로 돌아가기는 마찬가지였다.

투자자들이 정치테마주에 투자하는 이유는 혹시 테마주에 연관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관련 종목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 영업실적 등을 살펴볼 때 이런 수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 때 급등했던 테마주들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가 재직한다고 알려진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년차인 2008년에 오히려 전년보다 영업실적이 7.1% 하락했다. 사실상 수혜가 없었던 셈이다. 이후로도 이익이 늘고 줄었으나 다른 업체와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

친분이 아니라 대통령이 추진하던 정책 때문에 기대되던 테마주들도 결과는 같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적으로 묶였던 테마주들은 대운하나 4대강 건설 수혜주로 분류됐던 삼호개발, 특수건설, 동신건설, 이화공영 등이다.

삼호개발은 2008년 영업이익으로 170억원으로 달성하면서 전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점은 여기였다. 이후 117억원, 134억원으로 하락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은 18억원으로 2008년의 10분의 1 가까이 줄었다.

특수건설과 동신건설은 오히려 이 대통령 취임 첫해에 이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후 둘 다 하락세를 탔다. 이화공영도 2006년 12억을 넘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까지 1억86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급락했다.

   
▲ 최근 5년간 삼호개발(위)과 특수건설(아래)의 주가 추이. 두 종목의 최고가였던 2007년 12월7일은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이 발표된 날(대선 D-12)이다.

이들 업체의 주가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07년 후반 폭증한 뒤 폭락, 그래도 2008년 전반기까지는 기대감에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후에는 2007년 초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행처럼 번졌던 대운하 관련 테마주들의 경우 현재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 몇 곳 안된다"며 "이는 정치권 테마주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증권사 연구원은 "정치 테마주의 경우 작전세력이 주가의 향방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개인은 손해만 볼 수밖에 없다"며 "야바위판처럼 처음에는 따는 것 같지만 이내 상대가 반칙을 쓰기 때문에 모두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