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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6월5일 국내 경제수장 4인, 위기인식 4색

후암동남산 2012. 6. 5. 21:38

경제수장 4인, 위기인식 4색

 
유로존 사태가 심각한 국면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수장들도 현재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잇달아 바뀌고 있다.

4월까지만 하더라도 '그래도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인식이 비교적 강했다면, 이달 들어서는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대책)을 점검하고 글로벌 경제가 불투명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 것.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5일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2008년에 표출됐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아직까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서는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올해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예상하고 있는 등 금융위기 때보다는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날 또 4월 말 기준 유럽 지역 우리나라의 차입 규모가 지난해 6월 36%에서 31.9%(413억달러)로 줄었다는 통계를 발표하게 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유럽 지역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156억달러로 전체에서 21.7%를 차지해 지난해 6월 말(21.6%)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에서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GIIPS 지역 익스포저 비중만 살펴보면 3.2%로 작년 6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권 원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경제 주체들이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다른 경제수장들의 발언과는 큰 차이가 난다.

김 위원장은 현 유로존 사태에 대해 '대공황에 버금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4일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009년 10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재정위기에서 은행위기로 확산되고 이제 스페인 은행위기마저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럽 재정사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낭떠러지 효과(cliff effect)'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전 세계적으로 그물망 같이 연결된 금융망 때문에 실물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김 총재는 "일본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이 이슈였는데, 절벽에서 떨어지듯 떨어지는 낭떠러지 효과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낭떠러지 효과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 일시에 모든 문제 해결 능력이 붕괴되는 현상을 표현한 것으로 독일 기자 게로 폰 뵘의 저서'오디세이 3000'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앞서 김 총재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인 폴 볼커 발언을 인용해 현재 글로벌 경제를 대불황(Great Recession)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글로벌 경제를 보다 완곡하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재정관리협의회에서 "당장 재정위기가 유럽 국가들처럼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편안한 가운데 위험을 잊지 않는다'는 안불망위(安不忘危)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위기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인식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박 장관이 완곡한 어법을 구사한 까닭은 내년도 균형재정 달성을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