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수능에서 탐구 과목의 합리적 선택과 공부법

후암동남산 2012. 7. 13. 09:50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탐구 영역은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암기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거란 오해를 한다. 또한 탐구 영역은 언어·수리·외국어에 비해 수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생각하여 학습을 소홀히 하기도 한다. 그러나 탐구는 그리 만만한 과목이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탐구 과목은 벼락치기로 단 시간에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탐구과목은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할 때 응용문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다. 개념과 원리의 이해는 벼락치기로 단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평소에 깊은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탐구과목은 언어·수리·외국어에 비해 수능 시험에서 문항 수가 적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에서 탐구과목은 한 과목 당 20문제를 출제한다. 1문제를 틀리면 산술적으로 5%의 차가 발생한다. 1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것이다. 또 너무 쉽게 출제 하면 등급의 블랭크가 발생한다. 실제로 예전의 수능 시험에서 2등급이 없어 수능 시험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따라서 탐구과목은 20문항으로 1등급에서 9등급까지 변별해야 하기 때문에 3~4개 문항은 매우 어렵게 출제한다.

따라서 탐구과목은 3학년 여름 방학 때부터 시작해도 된다는 오해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탐구과목은 한 문제 한 문제가 매우 중요하여 대입의 합/불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실제로 서울대의 합/불을 좌우하는 것은 언어·수리·외국어가 아니라 탐구 과목이었다. 더구나 탐구과목은 많게는 3과목에서 2과목까지 공부해야한다. 수험생들이 탐구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은 공부 시간 투자의 부족 때문이다. 다른 영역의 공부를 끝내놓고 탐구과목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고치도록 하자.
탐구과목의 학습에 대한 오해를 바로 정립하였으면, 탐구과목의 올바른 학습 전략은 다음과 같이 세워보도록 하자.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회탐구는 총 11개 과목(2014 수능에서는 10개 과목) 과학탐구는 8개 과목에서 최대 세 과목까지 선택하여 시험을 치른다. 그런데 탐구과목은 수능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과목간의 표준점수 차이가 심하다. 지난 2011학년도에는 사회 과목 간에 16점의 점수 차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수 차는 과탐, 제 2외국어 과목 간에도 나타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수능 시험에서 표준점수가 유리한 과목이 무엇일까? 라고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이에 대해 혹자는 수능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탐구 과목간의 표준점수가 이처럼 들쑥날쑥 이므로, 세 과목을 모두 공부하여 그 중 표준점수가 좋은 과목을 고르라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 과연 올바른 조언일까? 그렇지 않다. 수능의 언어·수리·외국어(영어)영역은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들도, 탐구과목과 제 2외국어 과목만큼은 표준점수를 활용하지 않고 변환표준점수(혹은 보정 점수라고도 함)로 산출하여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환표준점수의 산출 기준은 백분위이다. 즉 대학에서는 수험생들이 선택한 탐구 과목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백분위가 동일하면 동일한 변환표준점수를 부여한다. 따라서 탐구 과목은 백분위가 중요하지, 표준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백분위는 일종의 석차이므로 여러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보다는 일부 과목에 집중하여 공부하는 학생이 더 유리하다.

인문사회계열에서 사탐과목을 3과목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와 서울교대 등 일부 교육대학뿐이다. 자연계열에서는 성균관대 등 일부 의과대학에서만 3과목을 반영한다. 연세대, 고려대 등 대부분의 대학은 두 과목을 반영하고, 가천대, 경기대 등은 한 과목만을 반영한다. 더구나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은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제2외국어를 사탐 한 과목으로 대체해주기 때문에, 제 2외국어(한문 포함)를 공부하는 학생은 사탐 한 과목만 공부해도 된다. 따라서 서울대와 교육대학을 지원하지 않는 학생이 사회 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공부법이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탐구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높이 나올만한 과목이 무엇일까를 고민하지 말자.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서 몇 과목을 반영하는 가를 파악하여 이 과목 수만큼 만 집중하여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인 수능 탐구 공부법이다.

그렇다면 탐구 과목의 선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전략상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 또는 성적에 자신있는 과목을 택한다. 당연한 선택 기준이지만, 최우선적으로 선택 대상이 되는 과목은 자신이 지원해야할 학과와 관련있는 과목이다. 자신이 역사 관련학과에 지원한다면 전략상 불리하더라도 (서울대에서 국사 과목을 지정하여 최상위권 학생들의 선택함) 국사를 선택하여 공부하는 것이 면접 등에서 유리할 것이다.

진로 목표가 없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고교에서 개설된 과목, 특히 3학년 때 배우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를 일치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탐구 과목을 택하여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2학년이 끝나는 겨울방학 때이다. 이때 학생들은 아무 생각 없이 2학년 때 배운 과목을 택한다. 그러나 2학년 탐구 과목을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3학년 때 배우는 탐구 과목이 자신이 택한 수능 과목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내신 공부 따로 수능 공부 따로가 되어 학습 부담이 생기고, 3학년 탐구 과목 수업 시간이 부담스러워진다. 특히 수능 시험이 쉬워지는 추세에서는 상대적으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신공부와 수능 공부를 일치시켜 부담없는 공부를 하고 싶다면 3학년에 개설된 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음 순으로 택할 과목은 백분위에 유리한 과목이다. 백분위에 유리한 탐구과목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수능에서 응시자 수가 많은 과목이다. 예컨대, 수능에서 한국지리 과목 선택자 수는 30만 명이고, 경제지리 과목은 5만 명이라고 할 때, 백분위 90 이내에 들 가능성은 어느 과목일까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한국지리는 3만 명이지만, 경제지리는 불과 5천 명이다. 5천 명보다 3만 명이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1994년부터 지금까지 수능 시험에서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선택한 사탐 과목의 순서는 1위 사회문화, 2위 한국지리, 3위 윤리, 4위 근현대사 순이었다. 과탐에서는 생물, 화학, 물리, 지구과학 순이었다.

참고로 올해 고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2014학년도 수능에서 탐구과목을 선택할 때 감안해야 할 변수가 있다. 2014학년도 수능 시험부터는 사회탐구 과목이 현재 11과목에서 10과목으로 줄어든다. (과탐 과목은 변함 없음) 최대 선택할 수 있는 과목도 3개에서 2개로 줄어든다. 현재의 ‘법과 사회’와 ‘정치’ 과목은 ‘법과 정치’로, ‘한국 근현대사’와 ‘국사’과목은 ‘한국사’로 통합된다. ‘경제지리’과목 폐지되고 ‘동아시아사’과목이 신설된다. ‘윤리’는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의 두 과목으로 나눠진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과목에 대한 선호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문화와 한국지리, 윤리과목이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과목이 될 것이다. 윤리과목은 두 과목으로 분리되면서 학습 부담이 줄어들었고, 사회문화와 한국지리는 많은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과 정치’는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고 수업을 개설한 학교의 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선택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한국사’ 역시 ‘근현대사가’가 포함되어 내용이 방대해진다. ‘동아시아사’ 또한 한국·중국·일본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공부해야 할 정도로 분량이 늘어나, 선택자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선택 경향은 2013학년도 수능부터 나타날 수 있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폐지되거나 통합이 예정된 과목은 올해 수능에서 선택 인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선택자 수가 많아 빅 4과목의 하나로 분류됐던 ‘한국근현대사’ 과목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 크다.

성적대별 공부 법 tip

성적대와 관계없이 모든 수험생들의 수능의 탐구 과목 공부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출문제와 EBS 교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제를 익혀야 한다. 수능에서 탐구 과목은 기출 문제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고, 특히 EBS 교재와 연계되어 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권 수험생은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와 관계되는 과목을 택하여 공부하는 것이 수시모집의 면접 등에서 유리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선택을 마치고 겨울 방학 내에 한 과목이라도 개념을 정리해두어야, 남은 수험 기간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신학기 개학과 함께 탐구과목을 확정해 공부를 시작하면 진도를 맞추기 부담스러워 언어·수리·외국어 학습시간의 일부를 탐구 과목에 배분해야 한다. 쉬워진 수능 시험 체제에서는 언어·수리·외국어보다는 탐구 과목이 합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위권 수험생들은 명심해야한다.

상위권 수험생들은 문제 풀이를 할 때 자료의 분석 기법을 정확히 숙지해야한다. 사탐 과목의 경우 고난도 문제는 대부분 지도·사진·도표·그래프나 자료를 통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료 분석 기법은 교과서를 통해서는 익힐 수 없다. 수능 기출문제나, EBS 교재의 문제를 통해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자. 또한 시사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신문을 읽도록 하자. 신문을 읽으면 수능 시험 뿐만이 아니라, 논술 및 면접 대비도 된다.

중·하위권 수험생은 과목수를 늘리기보다 실제 공부할 수 있는 능력 범위 내에서 과목을 정하여 2과목 정도만 공부해도 된다. 특히 중·하위권 수험생은 상위권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가 한국사로 통합되는 국사를 계속해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반영할 경우 공부할 분량도 많아지고 백분위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공부를 할 때 문제의 답만을 달랑 달랑 아는 식의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 수능 시험은 기출 문제 또는 EBS 교재와 70% 연계한다고 해도 그대로 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이 끝난 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처음 보는 문제라서 어려웠어요.” 하는데, 수능 시험은 당연히 처음 보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문제를 통해서 여러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공부 자세가 필요하다. 즉, 정답이 ①번이라면 답지의 ①번만 체크하고, 나머지 ② ③ ④ ⑤ 답지는 보지도 않는 체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식의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문제 풀기에만 급급한 이런 식의 공부는 문제 풀이를 위한 문제 풀이에 불과하여 문제를 조금만 응용하면 틀릴 수 있다. 많은 문제를 풀 수 록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잘못된 학습법이다.

문제 속에 들어 있는 개념을, 문제를 통해 정확히 이해하는 공부는 다음과 같이 해보자. 만약에 ①번이 정답이라면 왜 정답이 되어야만 하고, 나머지 답지는 이렇게 고치면 맞는다는 태도로 공부를 하도록 하자. 그런데 이런 식의 분석 공부는 중·하위권 수험생들 중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생님 또는 주변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그 문제를 변형하고 응용하여 해설을 해주기 때문이다. 문항을 어떻게 변형해도 결국은 고교 교과서의 개념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문제를 분석적으로 풀도록 하자.

특히 중·하위권의 수험생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공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어렵고 힘든 모르는 문제는 피하고, 풀기 쉬운 아는 문제만 되풀이 공부를 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학습법으로 공부하니까 실력이 제자리 걸음이다. 실력 향상은 모르는 것을 알 때 향상된다. 굳이 아는 것까지 되풀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실력이 오른다는 믿음은 그릇된 고정관념이다. 수능시험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힘들더라도 모르는 것을 알겠다는 자세로 오답노트를 반드시 작성하자. 오답노트는 폼 나게 예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정답의 해설을 베끼고, 오려붙이는 것도 아니다. 오답노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실수하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한다는 자세로 만들어야 한다. 이 메모 노트를 수능시험 일주일 전에 흩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만의 오답 노트를 만들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