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대학입시

읽기 밤에는 잠자고 낮에는 공부하자!

후암동남산 2012. 7. 13. 09:52

다음의 글은 ‘공부 량이 많은데, 내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는 고민을 안고 있는 어느 학생과 상담한 내용이다. 이 학생의 성적은 학교 내신보다는 모의고사 성적이 약간 나은 편으로, 내신은 반에서 중·상위권(39명 중 8~9등), 모의고사는 반에서 상위권 (5-6등) 성적이었다.

“선생님 저는 내신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에요”
“학교 수업시간에는 집중하나요?”
“솔직히 말해서 모든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은 아녜요. 학원숙제랑 과외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가 엄청 많아요. 그래서 학교 수업시간에 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학교 수업 시간에 졸지는 않고요?”
“TV 좀 보고, 컴퓨터 좀 하고, 학원 갔다 오고, 학원·과외 숙제 등을 하다 보면, 잠을 많이 못자요.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졸려서 잘 수 밖에 없어요. 제 친구들도 「학교 수업시간은 공부로 지친 몸을 쉬는 시간이다. 학교는 그저 중간·기말 고사만 보는 곳이다. 진짜 공부는 학원이나 과외공부로 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꽤 있는 걸요.”
“잠은 얼마나 자나요?”
“음! 5-6 시간? 보통 새벽 1시나 2시쯤 자서 7시에 일어나니까, 아마 그 쯤 될 거예요.”
“7시에 일어나면 아침 식사는 하고 오나요?”
“어휴! 아침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머리 감고 말릴 시간도 없는데. 아시잖아요. 우리 학교는 정문에서 지각 단속을 엄하게 한다는 것. 선생님도 이런 저희들이 지각하면 봐주세요. 불쌍하잖아요.”
“하루 공부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그러니까, 학원 학교 등에서 공부하는 거 빼고 학생 혼자서 하는 공부시간, 자기 주도 학습시간은 몇 시간 정도 하세요?”
“음! 학교 시험 기간 빼고는 거의 안 해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내 친구들도 다 그럴 걸요. 학원가고 과외 하느라 혼자 공부할 시간이 있어야 하지요.”

필자가 예전에 고3 담임을 할 때이다. 우리 반 학생 중에 자폐증 비슷한 증세를 보인 아이가 있었다. 이 학생은 등교할 때 가방은 메고 오지만, 가방 속에는 책 1권도 없었다. 등교하면 으레 지정석인 냥 맨 앞줄에 앉아, 마치 인형처럼 미동도 없이 꼿꼿하게 수업 시간에 임하였다. 그러나 책상 위에는 책이나 노트도 없었고, 필기하는 모습도 볼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대화도 일체 없었고, 담임인 필자와 상담을 할 때에도 입을 열지 않아 이 학생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학생이 결석을 하였다. 집으로 전화를 하여 학생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어 보니 결석한 이유가 담임인 필자에게 있었다. 전날 이 학생에게 필자가 “맨 앞 줄에 앉아 필기를 하지 않으면 과목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으니, 뒷줄에 앉으렴. 공부하기가 싫으면 뒷줄에 앉아 네가 읽고 싶은 소설책을 읽어도 좋아. 매일 지루하잖아?” 하였는데, 이 말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결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학생의 부모님께서 덧붙인 말씀이 “우리 애는 집에서 잠자고 만화 영화만 볼 뿐, 책은 일체 읽지 않습니다. 우리 딸은 고교만 졸업하면 되니까, 책 읽어라, 공부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등교시킬 테니 잘 부탁합니다.” 라고 하셨다.

다음 날 학생은 등교하여 여전히 깎아 놓은 목석처럼 맨 앞줄에 앉아 수업에 임하였고, 점심시간에는 나 홀로 식사를 하였다. 필자는 이 학생의 사정을 과목 선생님들에게 알려 과도한 관심을 갖지 않도록 부탁하였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이 이 학생을 왕따 시켜 괴롭히는 일만 없게 주의를 하였다.

그 후 중간고사를 치렀고, 성적표를 배부하면서 필자는 놀랐다. 39명 중 21등! 수업시간에 단 한 줄의 필기도 하지 않고, 시험공부는 단 1시간도 하지 않는 학생이! 집에서는 잠만 열심히 자는 학생이! 21등을 넘는 학생 중에는 과외를 받는 학생, 학원에 다닌 학생도 있는데, 이 학생들을 물리치다니! 혹시 자폐아 특유의 천재성이 있나? 라고 생각하여 IQ 검사 결과를 뒤적여 봤지만 두 자리 수였다.

이 학생의 사례를 들면서 필자는 상담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학교의 중간·기말고사는 누가 출제하지요? 학원 선생님이나 과외 선생님이 출제하나요? 학교 선생님이 가르친 범위 내에서 출제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학교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는 것을 시험 문제에 출제한다면 학생 여러분들은 가만있겠어요.

시험문제 출제 당사자가 직접 강의 하는 수업을 왜 외면합니까? 학원에서 각 학교의 전년도 출제 문제 등을 풀이해주며 내신대비를 해준다고요? 천만의 말씀. 과목 선생님들의 담당 학년이 매년 변경되므로 전년도의 시험 문제가 그대로 출제될 수는 없지요. 또 전년도의 시험문제를 그대로 출제하여 말썽이 생긴다면 출제 선생님은 문책을 당한답니다. 그래서 일부러 선생님들은 전년도 시험을 피해서 출제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러므로 학원에서 내신 향상 보장! 내신 100% 책임! 하는 말에 현혹당하지 마세요. 내신 향상을 위해서는 수업 시간에 설명을 잘 듣는 것이 최고의 학습 방법입니다. 밤늦게까지 학원 다니고, 과외 받고, 학교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자는 것보다는, 학교 수업에 충실한 것이 성적 향상의 지름길입니다. 아까 선생님이 사례로 든 학생은 아무 공부를 하지 않고도 그저 수업시간에, 단 한 번도 졸지 않고 꼿꼿하게 들은 것만으로도 21등 하였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세요.

그러나 이렇게 조언을 해주어도 학생들의 학습 태도는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학원을 끊지 못하고 여전히 다니고 있고, 학교 수업시간에는 여전히 열심히 졸고 있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에게 당부한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 공부뿐만이 아니라 학원 공부까지 하느라 엄청난 학습 부담 속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원의 숙제가 학교 숙제보다 많아서 아이들은 밤잠을 못자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학원 수업의 진도는 얼마나 빠릅니까? 어떤 학생들은 고1 입학할 때 고교 공통수학은 물론 수학Ⅰ까지 학원에서 공부해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고3에 올라오면 2/3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요.

자녀들이 학원이나 학교에만 가면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라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자녀들을 학원으로 몰고,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자녀들이 “부모님이 하라고 하니까 할 수 없이 공부해준다” 라는 피동적인 학습 태도를 갖게 할 뿐입니다. 이러한 학습 태도가 오래가겠습니까? 자녀들이 돌진하는 코뿔소처럼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해 줄기차게 저돌적으로 공부를 하게 하려면 이번 겨울 방학에는 자녀와 함께 여행을 하십시오. 여행을 하시면서 삶의 현장을 체험도 하시고, 가족사도 이야기하시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공부라는 것을 자각하게 할 때, 자녀들이 자기주도 학습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녀들에게 잠 잘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자녀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다음 날 낮 시간도 집중해서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모님의 지나친 욕심입니다. 잠은 저축해서 꺼내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그날 잠을 못 자면 어떤 식으로든 그 잠을 소비, 즉 자야만 됩니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학생은 그 다음 날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으며 졸기 마련이고, 하루 24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밤에 공부한 것이 결국은 효과가 없습니다. 낮의 공부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수업 내용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올빼미족들이 많습니다. 수능 시험이나 학교 시험은 밤에 보는 것이 아니지요. 낮에 봅니다. 낮에 보는 시험에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컨디션이 좋아야합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신체리듬에 맞게 낮에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면 집에서 충분히 재우십시오. 지극히 당연한 이 말을 명심하세요.
“밤에는 잠자고 낮에는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