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식이야기

서민들 피 말리는 악마가 한국 덮쳤다

후암동남산 2012. 7. 16. 00:20

 

서민들 피 말리는 악마가 한국 덮쳤다

[위기의 자영업] <4> 사회뇌관 터진다
폐업 늘면서 빈곤층 전락… 가정 파산… 생활고형 자살까지
개인회생 신청 크게 늘어 작년 사상최대
공동체기반 붕괴·성장동력 잠식 우려도
경제민주화 타령 전에 안전망 구축부터

  

지난 2003년 7월 인천에서는 네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30대 어머니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아들과 어린 두 딸을 고층 아파트에서 밀어 떨어뜨린 뒤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 사건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빈곤과 악마 같은 부채가 서민들을 얼마나 옥죄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참극이었다.

2005년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자살하려 했지만 아내와 아들만 숨지고 혼자 살아남은 가장 김모씨가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았다. 김씨는 서울에서 쇼핑백 도ㆍ소매점을 운영하다가 카드사태 후 늘어나는 빚에 대해 자포자기하며 우발적인 행동을 벌이고 말았다.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 신문지면은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과 신용카드 관련 범죄 기사로 뒤덮였다. 당시 자살률은 10만명당 22.6명으로 20명대로 올라섰다. 400만명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된 한국 사회의 비극적 자화상이었다.

자영업 대거 폐업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재깍거리고 있는 2012년 7월. 대한민국이 2003년 이후 카드대란 사태로 빚어진 '이코노사이드'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이코노사이드란 생활고 자살을 의미하는 경제(economy)와 자살(suicide)의 합성어다. 이미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인 2009년과 2010년 자살률은 10만명당 30명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빈곤층 증가, 사회불안 심화=

대규모 퇴직→생계형 창업→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폐업→빈곤층 전락의 악순환은 경제위기 때마다 반복됐다. 자영업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영업자들이 망할 경우 더 이상 기댈 곳 없이 맨발로 얼음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탓이다.

가족형 자영업의 폐업과 가장의 파산은 가족 해체를 낳는다. 사회의 기본 토대인 가족이 붕괴되면서 동반자살이 급증하고 극빈층이 양산된다. 범죄가 늘고 사회불안은 증폭되며 공동체는 병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동시에 국가의 안정성과 성장잠재력은 크게 훼손되는 남미식 사회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폐업은 가족생계 전체로 이어지는 게 많다"면서 "생계수단이 끊어지면서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사회문제가 되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회생 신청 사상 최대=

이미 지난해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못 이겨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5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총 3만6,8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2,760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9년 총 5만4,605건에서 2010년 4만6,972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듯했던 신청건수는 지난해 6만5,171건으로 전년에 비해 138%나 많아졌다. 개인회생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올 5월까지의 신청건수는 지난해 총 신청 수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인 개인파산의 신청건수는 지난해 5월 2만9,388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6,788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이는 법원의 개인파산 심사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절차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개인회생에 몰리는 것일 뿐 개인의 도산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 구호 대신 안전망 구축부터=

자영업자의 대거 몰락으로 빚어질 한국 사회의 남미화는 포퓰리즘 정책을 더욱 부채질해 정작 빈곤층을 구휼하지도 못한 채 성장동력만 갉아먹고 재정위기를 부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은 한가롭게 무상급식 등 무차별 복지나 경제민주화 타령 등 추상적인 메시지만 던질 것이 아니라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경제구조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라는 인구구조로 자영업 증가에 대한 단기적인 해법은 없다"면서 "사업에 실패했을 때 빨리 부실채권을 털고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영업 문제는 정책에 사각지대에 있어 심각한 사회적인 시한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영ㆍ유아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보다 자영업 문제가 더 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자영업자 공제제도나 보험제도를 강화해 실패했을 때 재기하거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자영업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제안됐다. 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 문제를 방치하고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자영업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거나 창업 전에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하거나 컨설팅을 받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3년 7월 인천에서는 네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30대 어머니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아들과 어린 두 딸을 고층 아파트에서 밀어 떨어뜨린 뒤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이 사건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빈곤과 악마 같은 부채가 서민들을 얼마나 옥죄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참극이었다.

2005년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자살하려 했지만 아내와 아들만 숨지고 혼자 살아남은 가장 김모씨가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았다. 김씨는 서울에서 쇼핑백 도ㆍ소매점을 운영하다가 카드사태 후 늘어나는 빚에 대해 자포자기하며 우발적인 행동을 벌이고 말았다.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 신문지면은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과 신용카드 관련 범죄 기사로 뒤덮였다. 당시 자살률은 10만명당 22.6명으로 20명대로 올라섰다. 400만명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된 한국 사회의 비극적 자화상이었다.

자영업 대거 폐업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재깍거리고 있는 2012년 7월. 대한민국이 2003년 이후 카드대란 사태로 빚어진 '이코노사이드'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이코노사이드란 생활고 자살을 의미하는 경제(economy)와 자살(suicide)의 합성어다. 이미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인 2009년과 2010년 자살률은 10만명당 30명대까지 치솟은 상태다.

◇빈곤층 증가, 사회불안 심화=

대규모 퇴직→생계형 창업→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폐업→빈곤층 전락의 악순환은 경제위기 때마다 반복됐다. 자영업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영업자들이 망할 경우 더 이상 기댈 곳 없이 맨발로 얼음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탓이다.

가족형 자영업의 폐업과 가장의 파산은 가족 해체를 낳는다. 사회의 기본 토대인 가족이 붕괴되면서 동반자살이 급증하고 극빈층이 양산된다. 범죄가 늘고 사회불안은 증폭되며 공동체는 병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동시에 국가의 안정성과 성장잠재력은 크게 훼손되는 남미식 사회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폐업은 가족생계 전체로 이어지는 게 많다"면서 "생계수단이 끊어지면서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사회문제가 되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회생 신청 사상 최대=

이미 지난해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에 못 이겨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5월 말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총 3만6,8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2,760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09년 총 5만4,605건에서 2010년 4만6,972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듯했던 신청건수는 지난해 6만5,171건으로 전년에 비해 138%나 많아졌다. 개인회생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올 5월까지의 신청건수는 지난해 총 신청 수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인 개인파산의 신청건수는 지난해 5월 2만9,388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6,788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이는 법원의 개인파산 심사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절차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개인회생에 몰리는 것일 뿐 개인의 도산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 구호 대신 안전망 구축부터=

자영업자의 대거 몰락으로 빚어질 한국 사회의 남미화는 포퓰리즘 정책을 더욱 부채질해 정작 빈곤층을 구휼하지도 못한 채 성장동력만 갉아먹고 재정위기를 부를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은 한가롭게 무상급식 등 무차별 복지나 경제민주화 타령 등 추상적인 메시지만 던질 것이 아니라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경제구조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라는 인구구조로 자영업 증가에 대한 단기적인 해법은 없다"면서 "사업에 실패했을 때 빨리 부실채권을 털고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영업 문제는 정책에 사각지대에 있어 심각한 사회적인 시한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영ㆍ유아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보다 자영업 문제가 더 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자영업자 공제제도나 보험제도를 강화해 실패했을 때 재기하거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자영업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제안됐다. 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 문제를 방치하고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자영업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거나 창업 전에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하거나 컨설팅을 받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