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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바닥난 증시… 하루 거래대금 5개월새 3조 줄어

후암동남산 2012. 7. 15. 23:48

[기로에 선 한국경제] 돈 바닥난 증시… 하루 거래대금 5개월새 3조 줄어

다시 위기다. 경기후퇴 공포가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가 '돈 가뭄'에 봉착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국공채를 사들이면서 돈을 풀고 있다. 돈이 돌아야 시중은행 대출 증가, 통화량 확대, 시중금리 하락, 소비·투자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증시 거래대금이 반 토막 나는 등 자본시장에서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 대형 상장사 가운데 3분의 1은 영업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줄어들면서 올해 '현금 부족'에 처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이 맨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 증시 거래대금은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인 3조원대까지 말라붙었다.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렸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2000년 이래 최저점을 찍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9486억7886만원에 불과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5조4171억원에서 2월 6조8482억원으로 26.4% 불었지만 3월부터 매월 수천억원씩 증발했다. 4조원대가 무너지기는 2007년 3월(3조1491억원)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나 지난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금융위기 때보다 투자 의욕이 더 식었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돈(투자자예탁금)도 지난 12일 16조7166억원까지 감소했다. 지난 2월 투자자예탁금은 20조3604억원이었다. 4개월여 만에 17.9%인 3조6438억원을 투자자가 회수해간 것이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맡겨놓고 증시가 좋아지기만 기다리는 데 지쳤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금융회사가 시중에 공급한 돈의 규모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지난 5월 22.2를 기록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통화승수는 2008년 26.2, 2009년 24.4, 2010년 24.3, 지난해 22.7로 감소세다. 한국은행이 금융회사에 돈을 수혈해도 시중에서 돌지 않는다는 의미다.

돈이 많이 인출될수록 높아지는 은행의 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4.5회에서 지난 5월 4.0회까지 떨어졌다. 자유롭게 입출금하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같은 기간 36.7회에서 32.8회로 크게 떨어졌다.

금융권은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시중에서 돈이 마르는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본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자금이 증시로 돌아오리라는 기대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기대 수익률 자체가 낮아 금리 인하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