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함께하는 이야기

“모든 걸 가진” 사람은 없다

후암동남산 2012. 8. 4. 21:10

최근 우리 부부는 부인이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버는 부부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소개되었다. 우쭐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내용은 정확하다. 그러나 알파엄마-베타아빠 이야기의 새롭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소개가 빠졌다.

 

2006년 아들이 태어난 후 내가 처음으로 가족생활을 책임지게 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평등을 확립하려 했었다(“내가 돈 벌고 당신이 애를 돌보고 문제 없음”).

그러나 곧 혼란이 찾아왔다.

가장노릇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 소득으로 생활비의 90%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에서 온 불면증, 남편이 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갈 때마다 느끼는 부끄러움, “아빠”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 아들이 “엄마”라는 말을 할 때까지 걸린 수개월 동안 내가 느낀 좌절감(그 후에도 아들은 한동안 “압엄마”라고 말했었다).

남편이 주부역할을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나만큼 불행해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났다. 나는 종일직장을 구해서 돈을 더 벌지 않는다고 남편을 비난했으며 내가 얼마나 중압감을 느끼는지, 아들의 미소와 옹알이, 처음 말을 하는 순간을 놓쳐서 얼마나 아쉬운지 하소연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은 완전한 주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파트타임일을 찾고 아기부터 유아, 유치원생으로 성장하는 기간 내내 아들을 돌보고 장보기와 요리, 청소 대부분을 맡은 것이다.

이따금은 빵도 굽는다.

공식적으로는 내가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여섯자리 연봉에 귀여운 아들, 자녀를 둔 모든 직장여성이 필요로 하는 아내라고 할 수 있는 잘생긴 남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역할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지금도 불만족스러울 때가 (너무 자주) 있다. 내가 주부였으면 하고 바라냐고? 아니다. 남편과의 소득차이가 좀더 적었으면 좋겠냐고? 그렇다.

물론 내가 돈을 더 번다는 사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다. 왜냐하면 1) 그래야 하고 2) 다른 여성들도 그러니까.

몇 주 전 내가 편집장으로 있는 데일리워스닷컴에서는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남편이 집안일을 충분히 돕고 있는지, 가장역할을 하는 데 만족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내가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버는 추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이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약 400명의 응답자들은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2/3 이상은 남편으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으며 약 60%는 가장역할을 즐긴다고 답한 것이다.

충격적이면서도 정신이 드는 결과였다. 표본 수가 적기는 하지만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알파엄마-베타아빠 추세에 있어 중요한 반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족생계를 책임지는 엄마역할은 힘들다. 그렇지만 아빠가장보다 힘들다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기에(최근 펼쳐지고 있는 관련 논의는 제쳐두고) 불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다.

모든 것을 나누고 최대한 즐기려고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