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라는 노래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7월 15일 발표한 뮤직비디오가 9일 새벽 유튜브 조회 수 2,000만 건을 넘어섰다. 댓글도 7만 4,000건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의 유력 온라인 매체인 허펑턴포스트를 CNN, LA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꼭 봐야 할 비디오"라고 소개하고 있다. 미국 언론뿐 아니라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언론들도 강남스타일의 열풍을 보도하고 있다. 스위스의 석간 신문인 '블릭암아벤트', 싱가포르 '더 스트레이트 타임즈', 'AFP통신', 네덜란드 라디오 '엑스펀' 등도 최근 강남스타일 관련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각국의 음원 차트 순위도 상승하고 있는데 음원 판매사이트 ‘아이튠즈’ 댄스 차트에서 핀란드 지역 1위, 뉴질랜드 3위, 덴마크 4위에 각각 올라섰고, 국내 온라인 음악순위 통합차트 iChart(아이차트)의 집계에서는 2위나 3위 곡 보다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왜 B급문화 '강남스타일'이 가요계를 지배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강남스타일'의 각종 패러디들도 등장하고 있다는데?
=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오빠야 대구스타일'을 시작으로 '오빤 홍대스타일', '기숙사 스타일' '여수 엑스포 오만스타일' 등 국내 패러디물에 이어서 '월마트 스타일', '호주 스타일' 등에 이어서 일본버전 '건담스타일'까지 등장했다.
싸이가 발표한 원작 뮤직비디오 외에도 다른 패러디물이나 방송사의 뮤직비디오 등 다른 동영상들도 수백만 건에서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들이 클럽에서 단체로 '강남스타일'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동영상도 조회 수가 30만 건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다.
- '강남스타일'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거냐?
= 신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들에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왜 주목을 받는 거냐? 라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독특하다. 재미있다.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강남스타일과 관련한 트윗이 폭증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신난다', '특이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튜브 댓글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 많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음악이 쉽고 몸으로 스며들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는 말춤이 복고적 스타일로 낯익은 익숙함이면서 해외에서는 생경스러운 신선함이 주목을 끄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문화평론가인 이영미 씨는 "'강남스타일'은 웃기면서도 허접하지 않다. 겉으로는 허접함을 지향하지만 기초가 없어서 허접한 게 아니라 허접함을 지향하고 있다"며 "웃기고 어이없어 보이지만 '어이없는 코믹함'에다 음악적으로 세련된 점이 주목을 받는 이유"로 평가했다.
- 국내에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외에서도 주목을 하는 이유는?
= 사실 '강남스타일' 우리말 가사여서 외국인들이 듣고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이 주는 단순함과 신나는 곡조가 관심을 끄는 것 같다. 허핑턴포스트의 보도대로 "중독성 강한 비트와 후렴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료당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이 정확한 진단인 것 같다.
특히 강남스타일 인기 비결 가운데 '오빤 강남스타일' 이라는 대사가 일본어로 "가슴이 건담 스타일"로 들리기 때문이라는 누리꾼들의 분석도 있고, 영어권 사용자들에게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가사가 "오픈 콘돔 스타일(Open Condom Style)"로 들리는데다 대표적인 안무인 말춤이 성행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그런 해석도 나온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사는 우리만 느끼지만 뮤직비디오의 비쥬얼과 신선함 그리고 영어권에 '오픈 콘돔스타일'로 들리는 요소 등 여러 가지 코드들이 모여서 관심을 유발시킨다"며 "K-POP 한류가 바탕이 된 것으로 싸이가 그 수혜를 받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 노래는 B급 스타일 속에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세련미를 끌어들인 경쟁력 높은 콘텐츠"라면서 "특히 1990년대 스페인 그룹 '로스 델리오'의 라틴 댄스곡 '마카레나'처럼 편안하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말춤'이 해외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사이트 댓글이 7만 3,000건을 넘어섰는데 세계 여러나라의 언어가 눈에 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글도 많지만 강남스타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해외에서의 반응은 가사를 몰라도 즐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 사실 '강남스타일'은 이른바 'B급 문화'아니냐? 그런데도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뭐냐?
= 오늘 [Why뉴스] 주제를 '강남스타일'로 정한 것도 그 점이 궁금해서이다.
ROCK이나 펑크, 힙합, 재즈 등등 지금은 당당하게 주류 대중음악의 일부로 인정받는 장르들이지만처음에는 비주류가 즐기던 'B급 문화'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B급 문화는 주류문화에서 벗어난 하위문화(sub-culture)를 의미하지만, 고상한 주류문화가 채울 수 없는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면서 마니아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 특히 기존 틀을 깨고 문화의 빈틈을 메우기 때문에 전체 문화에 다양성을 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B급 문화는 예술성은 떨어지지만 대중적 상업적으로는 성공하기도 하고,B급 문화가 A급으로 뜰 수는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뜰 수는 있다"면서 "우리의 B급문화도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음을 '강남스타일'이 보여줬다"고 밝혔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잘 짜여진 음악구조와 적절한 배치에다 퇴폐적이고 유치하면서도 말초적, 자극적인 걸 선택한 것이 성공했다"며 "희망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잊고 즐겁게 놀자, 싸구려 위로이긴 하지만 하룻밤 위로는 줄 수 있다"는 점이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강남하면 처음에는 '졸부'의 상징이다가 이제는 '부유층' 또는 '특권층'의 상징 아니냐?
= 그렇다. 강남의 늬앙스도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부동산으로 인해 졸지에 부자가 된 졸부의 상징이 '강남부자'였다면 이제는 강남은 대한민국 주류의 상징으로 변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멘토의 시대'라는 책에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은 강남이라는 말에 들어 있는 것은 '합리적 주장', '상대에 대한 배려', '다양성의 인정', '닮고 싶은 매력', '촌스럽지 않음' '글로벌 경쟁력' 등"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강남좌파란 용어도 생활은 부유층이지만 사고는 진보적인, 예를 들어 서울대 조국교수 같은 사람을 칭하기도 한다.
유튜브에도 "GANGNAM= district in seoul, south korea. as the most affluent part of the metropolitan area its widely known for its expensive lifestyle and trendy fashion"이라고 소개돼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강남스타일'은 이런 정의와 달리 강남을 얘기하면서 강남스럽지 않고 그러면서도 신나고 재미있다는 그런 점이 주목을 끄는 이유인 것 같다.
- 노래를 만든 제작팀의 의도는 무엇이냐?
= 제작진의 의도도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재밌고 신나는 음악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싸이의 메니저인 황규완 실장은 "재밌고 신나게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며 "2001년 1집 앨범 '새'를 발표할 당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의도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뮤직비디오는 혼자 놀면서 한심해 보이려고 찍은 것이다"라면서 뮤직비디오 메이킹 동영상에 싸이가 독백으로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이 의도된 기획이었음을 내비치면서도 "아직은 성공을 얘기하기는 이르다. 세계적인 화제를 받고 있는 건 맞지만 확실하게 성공한 건 아니다"라고 조심스런 평가를 했다.
제작진의 '신나고 재밌게'라는 기획 의도는 성공하고 있지만 '강남스타일'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이 지역감정이나 계층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강남에 '강남스타일' 있다면 대구에는 '대구스타일'이 있고 홍대에는 '홍대스타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어필하는 '거대담론'을 형성해 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루저들이 강남을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비틀어서 조롱하는 자조 섞인 자학적 문화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호소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부분이 부각되고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은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악적인 깊이나 진지함보다는 가볍고 소비적이고 코믹한 성격을 지닌 노래를 미디어가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면 음악 자체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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