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감봉ㆍ의무휴가, 보험은 감원에 초점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고은지 기자 =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국내 금융권이 본격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올해 초 선언한 비상경영체제 단계를 넘어 감원, 감봉, 의무휴가 등 `비상카드'를 하나씩 꺼내 들고 있다.
은행권은 주로 임직원 감봉과 의무휴가제 등으로 `겨울나기'에 들어갈 태세이고, 카드ㆍ보험사는 인력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가 현재 진행하는 공동단체협상에서 어떠한 임금ㆍ퇴직 지침을 내놓느냐에 따라 9월 이후 `마른 수건 짜기'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신용ㆍ경제사업 분리로 국내 6대 금융지주 진입을 목표로 한 농협은 중앙회 차원에서 지난 7월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언, 대대적인 경비절감과 예산감축에 들어갔다.
특히 `솔선수범', `상박하후' 차원에서 임원 연봉을 10% 깎기로 했다.
외국연수도 잠정 중단하고,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전국단위 회의를 축소하기로 했다. 시상행사는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할 계획이다.
긴축경영이 선언적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도록 매월 한 차례 중앙회 임원, 경제ㆍ금융지주 회장, 계열사 대표가 함께 모여 진행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비상경영체제 가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도 7개 계열사 경영진의 임금을 8월부터 12월까지 10% 삭감한다. 특히 경영상태를 고려해 계열사 전체의 팀장급 이상 직원의 임금을 10%가량 자진반납 형식으로 일괄 삭감하는 방안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닷새 유급휴가 + 닷새 무급휴가' 형식의 의무휴가제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급여를 줄이되 휴가를 늘리는 방안이다. 젊은 직원 대다수가 호응하고 있어 40∼50대 직원의 동의만 있으면 사측은 실행에 옮기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올해를 `최악의 해'로 여기는 카드ㆍ보험사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한다.
특히 보험업계에는 올해 말까지 10%가량 인력을 줄이겠다는 복안이 있다. 지난해 이미 대규모로 감원했던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대형사들은 올해 경영여건상 추가 인력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공개매각을 추진하는 그린손해보험이나 ING생명은 인수ㆍ합병의 향배에 따라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카드사 역시 올해 10%가량 인력을 줄일 예정이다. 다만, 무리한 감원보다는 정년ㆍ명예퇴직 등의 방법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조직을 절반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조직개편으로 일부 임원ㆍ팀장 자리가 없어지면 인력 구조조정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이와 함께 `2008∼2009년 금융위기'를 넘기고서 일찌감치 허리띠를 졸라맨 일부 금융기관은 본격적인 `버티기 모드'로 전환했다.
신한은행은 2010년부터 연속 열흘을 휴가로 쓰는 `10일 웰프로 휴가제'를 빠짐없이 사용하도록 독려한다. 이 제도에 대한 호응이 좋아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5영업일 특별휴가까지 더 얹은 `15일 리프레시 휴가제'가 제대로 사용되는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무급휴가를 늘려 절감되는 비용을 신규 일자리 창출에 쓰자는 게 애초 목표였으나 올해는 그야말로 비용 절감에 방점을 찍었다.
자산관리공사는 2010년부터 적용한 `연차휴가 30% 의무소진제'를 유지하되 직원 간 경조사ㆍ콘도사용 비용 등 복지지원비를 무더기로 없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 경직성 비용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금융노조의 공동단체협상도 이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 "협상 결과로 적잖은 감원ㆍ예산감축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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