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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대로 가다간 '대 난리' 터진다

후암동남산 2012. 8. 31. 17:20

한국 이대로 가다간 '대 난리' 터진다

[심층진단] '2009년 정리 대란' 악몽 되살아나… 가계·기업 줄파산 우려
[부실에 몸살 앓는 금융사]
■ 부실채권 태풍 몰려온다
은행선 건전성 명분 "일단 팔고 보자" 급급속
하반기 15조이상 정리… 수익성 악화 불가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인 지난 2009년, 은행권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느라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2008년 한 해 동안 14조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던 은행권은 이듬해에는 이보다 두 배나 많은 29조7,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해 건전성을 유지하라고 권고하면서 갖고 있으면 정상화가 가능한 채권까지 내다팔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이야 부실채권 정리규모가 일정 수준 유지되면서 은행도 계획을 세우고 하지만 당시에는 그 규모가 갑자기 늘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부실채권 정리대란이 벌어졌던 셈이다. 그 뒤로도 미국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발생하는 신규부실의 규모가 많게는 35조5,000억원(2010년)에 달해 부실채권 비율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은행권은 2010년에는 27조원, 2011년에는 29조9,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그러다 올해는 상반기만 놓고 보면 다소 주춤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상반기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10조3,0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조5,000억원)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반기에만 15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더욱 나빠지게 됐다. 그나마 은행이야 체력이 버텨준다고 하지만 허약한 기업과 가계는 엄청난 상환압박을 받게 됐다. 은행 건전성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정작 기업과 가계가 고통을 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좀처럼 줄지 않는 신규 부실채권…부실채권 정리대란 초래=은행들은 2009년부터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은행권은 86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비율(총대출에서 고정이하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큰 변화가 없다. 대규모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2009년에는 부실채권 비율이 1.24%로 낮아지는가 싶더니 2010년 1.90%, 2011년 1.36%, 그리고 올 상반기에는 1.49%로 집계됐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많이 정리하면 일시적으로 부실채권 비율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신규 부실채권 발생이 줄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규 부실채권은 2008년 20조9,000억원선이었지만 2009년에는 30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2010년에는 무려 35조5,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3조7,000억원선으로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실물경기 악화로 신규 부실채권은 다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반기 신규 부실채권은 1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1조7,000억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하반기의 경우 빠르게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나 가계대출연체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전체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실물경기 침체, 수출감소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그리고 내년까지 부실채권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팔고 보자'…부실채권 정리속도 빨라질 듯=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 등 경기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다 보니 은행들도 일단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도 건설ㆍ조선ㆍ해운ㆍ철강 등 경기민감업종 중심으로 부실이 늘 것으로 판단,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정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10조3,000억원어치를 정리했는데 당국이 부실채권 비율을 1.3%로 낮추라고 권고하면서 하반기에는 15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정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은행권은 부실채권을 일단 털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자 부실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담보채권의 가격이 더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오를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금융계 관계자들도 "부동산담보부채권은 부동산 경기가 좋아야 참여자가 늘고 가격경쟁도 생기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분위기가 안 좋을 것 같다"며 "제값을 못 받아도 이들 부실채권을 정상화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에 빨리 정리하려는 은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ㆍ가계, 대출상환 거세질 듯=부실채권 정리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대출상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부실채권을 시장에 파는 규모가 상반기에는 2조7,000억원 규모였지만 하반기는 이보다 훨씬 많은 4조~5조원가량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기업ㆍ가계대출 연체에 대한 채권추심의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상반기 신규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은 1ㆍ4분기 4조원에서 2ㆍ4분기에는 5조4,000억원으로 증가했고 가계도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기업의 부실채권은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데 중소기업은 기업 부실채권(9조3,000억원) 가운데 77.6%인 7조3,000억원에 이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손상각 등과 달리 부실채권을 시장에 팔 경우 이를 매입한 기관은 채권추심 등의 절차를 밟아 회수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아무래도 연체가 있는 기업ㆍ가계의 심적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