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식이야기

2012년 대선테마주

후암동남산 2012. 12. 7. 08:27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증시 내 대선 관련 테마주들도 마지막 불꽃을 사르는 모습이다. 대체로 대선이 끝나면 재료가 소진될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며 무더기 급락세를 연출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테마주가 코스닥 시장 전체 판도에 영향을 줄 정도로 덩치가 커져있어, 그렇지 않아도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6일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1.71% 하락하며 이틀째 1%대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월 540선을 돌파하며 신고점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때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최근 코스피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점과도 대조된다.

기관의 거친 매도세가 시장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에 수백억원씩의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대체로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등 올해 내내 강세를 보여왔던 업종들에 매도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코스닥 내 일부 대선 테마주(단위:억원)

그러나 시총 상위주들이 나름 견조하게 버티고 있음에도 지수는 연일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실제로 코스닥 시가총액 5위권 내에 드는 CJ오쇼핑, SK브로드밴드 등은 연일 신고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지수도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코스닥은 정치테마주라는 새로운 변수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정치 관련 테마주는 줄잡아 100여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10%를 뛰어넘는 개수다. 올 초까지만 해도 20~30개에 불과했던 이들 테마주는 날이 갈수록 세를 확장해 시장 전체 흐름을 좌우할 수준에 이르렀다. 갈길 바쁜 코스닥으로선 혹을 하나 더 붙인 셈이다. 더욱이 이들 종목은 변동성이 극심해 시장 전체 흐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일 장세를 보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날 코스닥 시총 상위주들, 즉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목들은 대체로 상승했음에도 지수는 급락에 가까운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셀트리온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위권 내 기업들 중 파라다이스를 제외한 4곳의 주가가 올랐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4% 넘게 급등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고, CJ오쇼핑도 장중 6%대 급등하며 10개월래 최고주가를 형성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아가방컴퍼니, 보령메디앙스, EG, 비트컴퓨터 등 박근혜 테마주들이 일제히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전일 이뤄진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며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해석됐다. 안철수 관련주들은 후보 사퇴 이후 연일 하락세다. 오픈베이스, 케이씨피드, 우성사료, 솔고바이오 등은 이날도 약세를 이어갔다. 낙폭이 과했다는 인식에 따라 최근 급반등세를 보이던 안랩도 이날 3% 넘게 하락했다.

문재인 테마주는 가장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장 초반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소식에 오후 들어 급등하기 시작한 것. 최대주주 지분 매각에 하한가에 머물던 우리들생명과학우리들제약은 순식간에 하한가에 쌓여있던 매도대기 물량이 싹쓸이되며 주가가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바른손 역시 14%% 넘게 폭락하던 주가가 단숨에 13% 이상 급등, 불과 몇 시간 만에 30% 가까운 등락폭을 연출했다.

악화된 투자심리는 인맥 관련주 뿐 아니라 정책 관련주들에게도 번졌다. 일자리, 남북경협, 신공항, SNS, 세종시, 경제 민주화 등 대부분의 대선정책 테마주들이 수명을 다한 듯 동시에 무너졌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하락한 종목이 660개에 달해 상승한 종목수(275)의 두배를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선 테마주들이 막판 기승을 부리며 변동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패턴 속에서 일반 투자자가 단기차익을 노리고 가담할 경우 수익은 작게, 손실은 크게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