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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 증시 관전 포인트

후암동남산 2012. 12. 26. 21:29

‘박근혜 시대’ 증시 관전 포인트

한숨 돌린 재벌가… ‘지분이동 주목하라’

 

여의도 증권가도 ‘박근혜 시대’의 변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금융과 금융투자부문에 대한 정책공약 자체는 그리 많지 않지만,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한 민생과 분배의 정책은 직간접적으로 증시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투자자들의 투자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코스피 3000” 발언은 정치적 선언일 뿐, 실현 여부는 글로벌 경제 여건이 얼마나 나아지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외의존적인 한국경제 구조는 여전히 그대로기 때문이다.

# 수출 대기업 중심 증시 구조 바뀔까?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겠다”고 공언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에 수정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증시 구조가 바뀔 것이라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임기 내 코스피 3000”을 공언했지만, 이를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당시 “코스피 5000”을 공언한 바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대기업 중심의 증시구조는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현상인데,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이걸 확 바꾼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순수 정치인 출신이다. 정치적 목적 자체가 중요하지, 산업구조와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는 문제에 정책 초점을 둘 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삼성과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내년부터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임준선 기자
# 재벌가 지분이동 눈여겨볼 만

대선 내내 경제 분야의 최대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가 이제는 그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점진적인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기에 재벌들이 새 정부 아래에서 ‘수난’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편법적인 지분승계나 상속보다는 시장을 통한 합법적인 증여·상속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반 재벌정서를 다독이려면 최소한의 엄정한 ‘룰(Rule)’ 관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들 재벌의 증여상속 과정에서 투자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이건희 삼성 회장의 나이를 생각할 때 그나마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지분교환(Swap)이라든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거래가 다음 정부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 일자리 공약의 중심, 코스닥 뜰까?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일자리 만들기다. 이 공약의 핵심은 창조기업 만들기로 알려졌는데, 일종의 지식기반 IT 산업이다. 1인 창업도 포함된다. 정부에서 자금을 다 댈 수도 없으니 제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코스닥 시장이다. 재벌기업에 칼을 대지 않고도 일자리와 경제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게 창업과 신성장 중소기업 육성이다. 성과가 있다면 코스닥 시장에 새로운 테마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 IT와 바이오기업들로 코스닥 거품이 일 때도 첫 출발은 정부였다. 그런데 과연 그래서 지금 살아남은 기업이 몇이나 되는가. 그나마 좀 덩치를 키웠다 싶으면 코스피 시장으로 옮기기 일쑤”라면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중소기업 육성과 창업활성화를 주장하지만 실제 효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 하물며 글로벌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이 같은 정부 주도 육성책이 시장에 쉽게 먹힐 리 없다”고 털어놨다.

# 금융권 구조조정·제도개선

   
▲ 우리금융 민영화도 재추진이 예상된다. 박은숙 기자

금융권의 가장 해묵은 숙제인 우리금융 민영화가 다시 논의되면서 증권업계의 지각변화가 예상된다. 업계 3위권인 우리투자증권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업계 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 대형 증권사를 갖고 있지 않은 KB나 IBK 등이 인수한다면 큰 변화는 없지만,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우증권(산은지주 계열)이 인수한다면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신한금융그룹(신한금융투자 보유)이나 하나금융그룹(하나대투증권 보유)이 인수할 경우에도 현재 팽팽한 자산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대우·우리 ‘빅3’ 간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제도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선 과정 이전부터 정부와 여권에서 논의됐던 주식양도차익 과세나, 파생상품거래세 등은 투자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거래가 위축되고 증시로의 자금유입을 막는 부작용 때문이다. 또한 자본시장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번엔 야당의 반대로 좌절됐지만 다음 정부에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대형 증권사들은 사업기회와 수익기반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증권주 투자자라면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 증권가 인사태풍 예고

통상 정권이 바뀌면 정부 입김 아래 있던 금융기관들은 인사문제로 술렁이기 마련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공무원 인사와 선거캠프 참가자에 대한 논공행상은 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그리고 규제산업인 금융기관 인사로 이어지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일반 증권사의 경우에도 새 정부 주요 인사라인에 따라 ‘장단’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와 관련해서는 상품 인·허가권까지 정부에 있는 게 현실이다 보니 정부와 조화를 이루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 한국거래소 상장될까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는 것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변화라면 변화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미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를 약속했다. 대선 최대 격전지였던 부산지역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로, 노무현 정부에서 기업공개(IPO)가 추진됐다. 상장이 되면 증권사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장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새 정부 들어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고, 이후 기업공개가 다시 추진된다면 증시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