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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앞서 정책연구소 설립?

후암동남산 2013. 2. 3. 01:20

안철수 신당 앞서 정책연구소 설립?

무소속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정치활동 구상이 거의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교수는 대선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체류하면서 대선 평가와 향후 정치활동 계획을 구상해 왔다.

안 전 교수의 '미국 구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그는 2월 말 또는 3월 초에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가 대선일인 지난해 12월 19일 투표를 마치고 혈혈단신 미국으로 출국한 지 70여일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안 전 교수가 어떤 식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 전 교수는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조만간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의 미국 비자를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교수측 관계자는 "안철수 전 교수의 정확한 귀국 날짜를 아직 알 수는 없지만 2월 말 또는 3월 초에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자문제 때문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국내에 들어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대선정국을 주도했던 안 전 교수의 귀국 일정이 밝혀짐에 따라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바빠지고 있다. 그의 귀국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 19일 대선 출마선언 이후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밝혀 왔다. 그는 정치활동과 관련, "이미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12월 16일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가진 시민들과의 만남에서 하트를 그려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비자 갱신위해 2월 말 또는 3월 초 귀국

하지만 안 전 교수의 정치활동 구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미국으로 찾아오는 참모진에게조차도 향후의 정치행보와 관련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무소속 송호창 의원과 상황실장을 했던 금태섭 변호사가 미국을 방문해 안 전 교수를 만났다. 하지만 그들도 안 전 교수로부터 아무런 메시지를 받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왔다. "안철수 전 교수가 휴식을 취하고 있고, 지난 대선과정에 대한 평가도 개인적으로 하고 이후 (정국) 구상도 나름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송 의원의 전언이다.

또한 안 전 교수는 미국에 있는 동안 캠프에 참여했던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향후 정치활동과 관련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만 안 전 교수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다"며 "만약 안 전교수가 캠프에 참여했던 누군가에게 특정한 임무를 맡겼으면 캠프 조직의 흐름상 알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인사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송 의원 등 '안철수의 사람들'은 수시로 삼삼오오 모임을 갖고, 안 전 교수가 돌아올 경우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하는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캠프 본부장단에서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앞으로 안 전 교수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캠프 참여자들도 안 전 교수의 행보와 관련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전 교수가 돌아오면 어떤 식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을까. 안 전 교수측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앞으로 행보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이 읽힌다. 우선 안 전 교수측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그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때문에 '안철수 후보 캠프' 참여 인사들은 안 전 교수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안철수 신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은 장기적인 목표다. 총선·대선 등 전국적인 선거가 없는 올해에 신당 창당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 확실한 지역기반과 정당 창당에 필요한 돈·조직·사람이 부족한 안 전 교수가 신당 창당을 한다 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이 창당해서 성공한 이후 10여년 동안 문국현 등 많은 대선후보들이 창당을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소멸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안철수 신당' 전 단계로 정책연구소 설립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정책연구소를 설립하면 안 전 교수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기에 앞서 강연 등을 통해 대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정책연구소에서는 안 전 교수의 가치와 비전을 실현할 각종 정책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또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양성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일부 인사들이 이미 정책연구소 설립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정책팀·정책기획팀에서 일했던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른바 '안철수 정책연구소' 구상은 DJ(김대중)의 아태재단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지난 1992년 12월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에게 패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93년 1월에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다가 7월에 돌아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참모진은 그의 본격적인 정계복귀 전 단계로 아태평화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재단 설립의 명분은 남북통일과 아시아 민주화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아태평화재단 상임공동의장으로 취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단 활동을 기반으로 다시 정계에 복귀할 수 있었다. 특히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수도권에서 대승함에 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7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게 되고, 여세를 몰아 1997년 12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아태평화재단 빌딩./박민규 기자DJ의 아태재단 벤치마킹 전망

아태평화재단은 정책연구기능뿐만 아니라 정치 지망생들의 친목의 장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재단이 운영한 '아태아카데미'다. 일종의 정치아카데미인 '아태아카데미'를 수강하려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이들 중에는 공직에 출마하거나 정계에 진출하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실제로 '아태아카데미' 수료자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하기도 했다. 수강생들은 '아태아카데미' 수료 이후에도 기수별 모임을 갖는 등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치와 노선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김 전 대통령의 지지그룹화했다. '아태아카데미' 3기 출신인 김재두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아태아카데미'에 대학생, 군인, 전직 관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와서 수강했다"며 "'아태아카데미'에 출신들 중에는 지방의원에 당선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태평화재단은 김 전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재단은 창립 때부터 후원제도를 운영했다. 특별회원과 일반회원이 회비를 내는 방식이었다. 100만원 이상을 낸 특별회원의 경우 김 전 대통령의 강연 때 무료로 초대받는 등 특전도 주어졌다.

안 전 교수도 아태평화재단과 같은 정책연구소를 만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안철수'라는 존재감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 당장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준정치활동이라도 해서 국민들의 시선을 붙잡아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정책연구소가 안성맞춤이다. 그가 정책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주창했던 '새 정치'를 국민들에게 설파할 수도 있다. 만약 정책연구소를 만든다면 안 전 교수는 '안철수 후보 캠프' 출신 인사들 중 소수만 데리고 일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 특성상 대선 캠프와 같이 많은 인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 전 교수는 미국에 체류하면서 '함께 할 사람과 함께 하지 않을 사람'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책연구소장으로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관료 출신인 A씨와 교수 출신인 B씨가 유력하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정책연구소 설립 구상은 안 전 교수가 대선후보를 사퇴한 직후부터 캠프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됐었다.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측은 대선 이후 민주당과 '안철수 지지세력',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국민정당을 건설하자고 안철수 후보 캠프에 제안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 선거운동을 돕고 있던 안철수 후보 캠프는 민주당의 국민정당 건설 제안을 거부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는 후보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나, 대선 이후 민주당과의 연대를 상정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결국 문재인 후보만 국민정당안을 발표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측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전제로 안철수 후보측에 국민정당 창당 방안을 같이 발표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안철수 후보측에서는 민주당과 함께 하지 않고, 정책연구소와 이를 연결하는 전국적인 포럼을 만들겠다는 말했다"고 회고했다.

안철수 전 교수가 정책연구소를 만들면 기존의 전국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후원금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에는 정책네트워크인 '내일'이라는 포럼에서 각 분야별 정책을 생산했으며, '내일'은 전국 지역별로 구성돼 있던 100여개의 지역포럼과 소통했다. '내일' 포럼에는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장하성 고려대 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이 참여했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18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 12월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기남 기자기존의 지역 정책네트워크 '내일' 활용

이에 따라 정책연구소를 창립하면 '내일' 포럼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연구소는 재정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지지세력'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자발적으로 회비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안 전 교수는 '안철수 펀드'를 출시해 170여억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전 교수가 정책연구소 설립을 건너뛰고 곧바로 신당 창당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 교체를 예고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데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도 초대 총리 인사에서 실패하는 등 의외로 안 전 교수가 정치권에 곧바로 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의 쇄신 성공 여부는 안 전 교수의 여의도 입성과 연동돼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안 전 교수의 정치행보는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와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며 "여기에 새누리당이 어떤 지도체제를 구성하느냐도 중요한 외부적 환경요인"이라고 말했다.

만약 민주당이 쇠락하고 그 대안으로 안 전 교수를 부르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정책연구소 설립보다는 신당 창당에 매진할 수도 있다. 안철수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일부 인사들도 정책연구소 설립보다는 신당 창당을 선호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캠프 정치혁신 포럼에서 활동했던 정연정 배제대 교수는 "안철수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지난 대선 말미에 신당 창당과 관련해 심각하게 논의했다"며 "신당 창당과 관련해 안 전 교수도 혼자 판단할 수 없으니까 주변에서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안철수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경우 호남에서는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치열한 싸움을 예상하고 있다.

<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