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주식이야기

[低價 해외공사의 저주 시작되나]

후암동남산 2013. 4. 13. 16:24

'출혈 입찰'로 대형火電 하나 지을 돈(GS건설 1분기 해외 건설 손실액 5355억원) 까먹어

[低價 해외공사의 저주 시작되나] [中] 제살 깎기 경쟁 계약 성사 직전인 대형 공사, 몇억달러씩 깎아주며 가로채 경쟁사 둘러싼 부정적 소문 번역해서 발주처에 보내기도 "상도의 완전히 무너져" 지적… 결국 '國富유출' 부메랑으로

 

지난달 삼성물산은 6조원이 넘는 한 대형 해외 공사 수주 홍보에 대대적으로 열을 올린 적이 있다. 호주 광산(鑛山) 개발 '로이힐 프로젝트' 인프라 공사였다. 하지만 로이힐 프로젝트는 발주처인 로이힐 홀딩스가 포스코건설과 한참 협상을 진행해 왔던 건이었다. 발표 직전까지 포스코건설은 63억달러 선에서 발주처인 로이힐 홀딩스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도 포스코건설 수주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였다. 로이힐 프로젝트 자본금 중 포스코건설 모그룹인 포스코가 지분 12.5%를 갖고 있었기 때문. 국토교통부 담당자들은 호주로 날아가 포스코건설 파견자들과 축하 만찬까지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끼어들면서 각본이 어그러졌다. 삼성물산은 포스코건설보다 6억달러(약 6600억원) 낮은 57억달러를 제시했고, 결국 공사를 따냈다. 발주처에서는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 간 경쟁 관계를 이용해 당초 예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사를 맡길 수 있었던 셈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그 가격으로는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삼성물산도) 나중에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 업체 흠잡으려 번역 자료까지 준비

2011년 A사가 따냈던 사우디아라비아 공사는 원래 B사가 수주했다고 보도 자료까지 냈던 사업이다. 그런데 A사가 당시 B사 모그룹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던 국내 사정을 아랍어로 번역해 발주처에 뿌리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C사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수주에 실패한 프로젝트는 발주처와 계약 일보 직전까지 갔던 공사. 그런데 D사가 C사가 국내에서 겪는 유동성 위기와 부도설 등을 발주처에 흘리면서 결국 D사가 낙찰했다. C사는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국내 경쟁사가 C사를 둘러싼 각종 부정적 소문 등을 번역해 여러 발주처에 이메일로 전달하면서 C사는 난감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 C사 관계자는 이 이메일을 보낸 국내 건설사에 엄중히 항의했고, 소동은 가라앉았지만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태다.

4년 전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토목 공사 입찰은 국내 굴지 건설사 E사와 F사가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인 현장이다. 그런데 한창 입찰가 탐색전이 치열하던 와중에 E사가 F사 입찰 담당자를 전격 영입해가면서 진흙탕 싸움처럼 번져 초저가에 낙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이 2009년 3월 따냈던 아랍에미리트(UAE) 가스 압축 시설 공사는 9억달러 선에서 입찰가가 결정됐는데 이 가격을 놓고 해외 언론에서 "충격적이며 놀라운 가격(came as a shock to other contractors, who were astonished that their bids, which were in the low $900m range)"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상도(商道)가 무너졌다"

수천억·수조원짜리 대형 공사 입찰을 앞두고 '따내고 보자' 식 출혈 저가 수주 경쟁은 '국부 유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GS건설이 1분기 중 본 해외 건설 손실액 5355억원이면 55만㎾급 대형 복합 화력발전소 1기를 지어, 21만 가구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21만 가구의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한 곳에서 덤핑을 한 번 치면, 다른 쪽도 덩달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한동안 저가에 수주해도 나중에 다른 흑자 공사로 메우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특히 후발 주자일수록 '출혈 입찰'을 통해서라도 시장에 일단 끼고 보자는 생각이 강해 그 피해가 건설 업체 전반으로 퍼지게 된다. 한 건설사 직원은 "저가 수주 경쟁이 심할 때는 당초 예정가와 비교해 낙찰가가 30%대 중후반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25년 이상 해외 현장에서만 근무한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수주를 못 하면 인력이 얼마건, 기술력이나 자금을 갖췄건 못 갖췄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가 입찰에 당했다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임원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발주처와 쌓은 신뢰 관계를 토대로 공사를 마쳤지만, 이제는 공사 따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니 저가 입찰이 난무하고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형 건설사 임원은 "상도의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전에는 암묵적으로 사우디·쿠웨이트·리비아 같은 곳은 특정 업체가 선점했다고 인정하면 양보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후발 주자들이 저가로 마구 치고 들어오고 발주처도 이걸 이용해서 가격을 떨어뜨려 결국 다 같이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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