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는 제 나름의 랭킹을 만드는 게
유행이다.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갖가지 주제에 제작진이 주관적으로 순위를 매긴다. 예상 밖의 인기를 얻은 이러한 컨셉을 축구 이야기에
도입해보기로 했다. 축구(soccer)로 시작해 축구(soccer)로 끝나는 내맘대로 랭킹~ <편집자 주>
[뷰티풀게임=서형욱] 20분간 무려 27골이 터져 나왔다! 농구 얘기가
아니다. 간밤에 열린 리버풀과 미들즈브러의 잉글랜드 리그컵 4라운드 얘기다.
양팀 선수 누구도,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물론 필드 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두 팀의 경기는 연장 종료
직전에 터진 미들즈브러의 PK 동점골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금세 끝날 줄로만 알았던 두 팀 간의 승부차기는 무려 30개의 PK를 번갈아 찬
뒤에야 기어이 끝이 났다. 골키퍼들까지 키커로 나선 것은 물론이고, 두 번씩이나 도마 위에 올라야 했던 선수도 여럿이었다. 120분간
2대2로 가리지 못한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승부차기로 이어진 경기는, 그렇게 14대13의 스코어에서 마침내 멈춰섰다.
애초부터
이런 승부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문턱까지 갔던 팀이고, 미들즈브러는
챔피언십(2부리그) 5위를 달리는 팀이다. 게다가 홈 경기였으니 리버풀의 낙승을 예상하는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장전 종료 직전에
극적인 동점 PK가 터지면서 경기는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극적인 동점 PK'를 성공시킨 미들즈브러의 1번 키커 밤포드의 승부차기가 미뇰레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마침내 리버풀이 승기를 잡나 싶었다. (참고로 리버풀은 램버트가 경기 중 얻은 PK를 실축한 뒤 교체되었다.) 하지만
리버풀의 5번 키커로 나선 스털링의 슛이 블랙맨 골키퍼에게 차단되면서 승부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두 팀은 10명의
필드플레이어들이 모두 승부차기를 다 하고서도 9대9 동점이 이어지자 11번 키커로 골키퍼들까지 나섰다. 그리고 골키퍼들까지 성공시키자 다시 1번
키커부터 순서대로 페널티킥 스팟에 다시 불려나왔다. 승부가 갈린 것은 15번 키커에서였다. 리버풀의 4번 키커였던 수소는 15번째 차례에도 골을
성공시켰지만, 미들즈브러의 15번 키커 아도마는 그렇지 못했다. 두 팀 도합 30번의 승부차기를 찬 후에야 승자가 결정된 것이다.
이날의 결과인 14-13 승부차기는 리그컵 대회 사상 '최장 승부차기' 신기록으로 남게 됐다. 영국 프로축구를 통틀어도 기존 최장
기록인 2011년 8월 풋볼리그 트로피 대회에서 D&R이 레이턴오리엔트를 물리칠 때의 스코어와 동률이다. 참고로, 리그컵 역대 최장
승부차기는 지난 2004년 아스널과 로더햄이 세운 9-8 승부차기였다. 그 기록과 동률이 되고도 10골이나 더 들어간 것이다.
마침내 승리를 거둔 리버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하지만 리버풀의 이 기록을 능가하는 경기도 많았다. 다음은 '무한
승부차기'와 관련된 재미난 기록들이다. (모두 국가대항전 또는 각국 최상위 리그 소속 클럽의 경기 기준)
1. '기네스 공인' 역대 세계 최다 승부차기 : 2005년 나미비아컵 | KK팰리스 17-16 시빅스
숫자만 보면 지난 밤 리버풀-미들즈브러와 별 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리버풀-보로의 30명 중 실축한
선수가 단 3명이었던 데에 비해, '역대 최다 승부차기 기록' 경기에서는 실축한 키커가 10명이 훌쩍 넘었다. 이날 나미비아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두 팀이 17-16의 스코어를 기록하기까지 키커는 양팀 도합 무려 48명이었다. 15명이 실축을 한 셈인데, 놀라운 것은 승부차기를 세
차례나 찬 선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 경기는 공식 시합에서 가장 많은 키커가 승부차기에 나선 것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2. 역대 세계 최다 연속 승부차기 골 : 2013년 영국 햄프셔 시니어컵 | 브로켄허스트 15-14 안도버
타운앞서 소개한 경기보다 골이 적게 나오긴 했지만, 내용은 더욱 뛰어났다. 이 경기에서 첫 실축이 나온 것은 30번째
키커 때였다. 이전까지 29회의 승부차기 슛이 모두 골로 연결된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실로 엄청난 선수들이다.
3. 역대 메이저 대회 결승전 최다 승부차기 골 : 1992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 | 코트디부아르 11-10 가나 아프리카 대륙 최강자를 가리는 네이션스컵, 그 결승전이라면
얼마나 치열했겠나. 정규 시간에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 못한 경기는 승부차기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경기는 운명의 장난처럼, 가나 대표팀 주장
안소니 바포에의 실축으로 결말이 났다. 대륙별 대회 이상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나온 가장 기나긴 승부의 끝이었다.
4. 역대 최악의 메이저 대회 결승전 승부차기 : 1986년 유러피언컵(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 2-0 FC바르셀로나 1986년 5월 7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단판승부로 펼쳐진
이날 승부는 연장 접전 끝에 0-0으로 끝났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 양팀의 1,2번 키커 네 명이 모두 실축한 이 시합은 슈테아우아의
2-0 승부차기 승리로 끝났다. 슈테아우아의 3번과 4번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켰지만, 바르셀로나의 3번과 4번은 모두 실축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상대팀 골키퍼 듀커담의 선방에 막혔다. 이날 양팀 총 8명의 키커 중 2명만 골을 성공시켰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채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5. 역대 A매치 승부차기 최다
연속 득점 : 200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8강전 | 코트디부아르 12-11 카메룬 우리에게 익숙한
선수들이 여럿 출전한 경기였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드록신, 아니 드록바와 콜로 투레, 바카리 코네, 보카, 조코라 등이 뛰었고, 카메룬
대표팀에는 사무엘 에토, 제레미, 리고베르 송, 장 마쿤 등이 출전했다. 1-1로 비긴 뒤 경기는 승부차기로 흘렀다. 두 팀의 투지는 대단했다.
각각 양팀의 1번 키커로 나선 에토와 드록바가 골을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두 팀의 11번 키커인 골키퍼들까지 모두 골을 집어 넣었다. 양팀
11명씩 22명이 모두 승부차기를 성공한 것이다. 100%의 성공률! 하지만 다시 페널티킥에 나선 양팀의 1번(이자 12번)키커에서 명암이
갈렸다. 드록바는 성공시켰지만, 에토는 그렇지 않았다. 12번의 승부차기를 모두 성공시킨 코트디부아르의 승리였다.
6. 역대 공식 경기 승부차기 최다골 경기 : 1988년 아르헨티나 | 아르헨티노스 주니오스 20-19
라싱 클럽 모두 44명이 키커로 나선 이 날의 승부차기는 아르헨티노스의 20-19 승리로 끝났다. 무려
38골이 터지는 동안에도 승부를 가늠할 수 없었던 경기는 11명이 모두 4번을 꽉꽉 눌러 담아 찬 뒤에야 승자를 가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