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았어! 날았어요, 할아버지
가족, 연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강변을 노니는
모습을 보며 한강고수부지를 산책을 하던 중
뜻밖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이
얼레를 들고 실에 매달린 연을 띄우기 위해
정신 없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PC방의 컴퓨터 게임이 아니면 학원숙제에나
매달려 있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던
저에게는 상당히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바람이 충분치 않아서 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짧은 다리가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해서인지
연은 잘 떠오르지 못하고
자꾸만 땅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연이 하늘 높이 떠오르지 않자
아이들의 얼굴이 울상입니다.
멀뚱히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이 들어 선뜻 아이들의 연을 받아 들고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소싯적에는 어머니의 반짇고리를 텅 비게 만들 정도로
실들을 연결해 하늘 높이 연을 날리던 저였지만
나이 먹고 손이 굳어서인지 이제는 그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몇 번의 시도 끝에 연이 제대로 날아올랐고
안정적으로 바람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좋아서 팔짝팔짝 뛰며 웃었고
저도 체면치레는 했다면 웃고 있는데
한 아이가 얼레를 들고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한 노인에게 얼레를 건넸습니다.
"날았어! 날았어요. 할아버지!!"
얼레를 받은 노인은 푸근한 미소와 함께 능숙한 솜씨로
실을 풀었다 감았다 하며 연을 조종 했습니다.
그로고 보니 아이들이 날리던 연은
플라스틱과 비닐이 아니라
대나무와 한지로 만들어진 수제품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노인의 작품인 듯 했습니다.
그 노인과 손자들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이를 떠나서 연 하나에 참으로 기뻐하던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 채수영 (새벽편지 가족) -
사랑을 나눔에 있어
나이, 성별, 인종, 지위 같은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 사랑은 그냥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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