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기신론
[ 大乘起信論 ]
저자국가분야해설자
마명(馬鳴, 100-160) |
중국 |
종교 |
지안스님(통도사 스님,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
≪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의 개론서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논서(論書)이다. 대승 경전에 설해져 있는 모든 사상을 종합적으로 회통(會通)하여 체계적인 논리를 세워 대승의 본질을 밝혀놓았다. 불교의 전적(典籍)들이 대부분 양이 많고 번거로운 문체에 지루한 설명들이 많아 핵심 대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경향이 있으나 ≪대승기신론≫은 그렇지 않다. 간결하면서도 논리 정연하게 전개해 나가는 문답식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며, 이치의 심오함을 마음 깊이 느끼게 한다.
저자 마명(馬鳴)은 범어(Sanskrit) 이름이 아슈바고샤(Asva ghoṣa)로 생몰 연대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설이 있으나 기원 2세기 초ㆍ중엽에 생존했던 인물로 보며, 그의 활동 시기를 100∼150년경으로 본다. 그는 원래 브라만 출신의 대학자로 총명이 널리 알려졌던 사람인데, 당시 인도의 학문 중심지였던 마가다 지방의 여러 도시에서 불교학자들과 논쟁을 벌인 끝에 지고 나서 불교에 귀의하였다 한다. 그가 ≪대승기신론≫을 저술한 것은 불교사의 큰 업적으로 평가되며, 이로 인해 대승사상이 크게 떨치게 되었다. 아직 이 책의 범어 원전이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한역본(漢譯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제(眞諦, Pramārtha, 499∼569)의 역본이고 또 하나는 실차난타(實叉難陀, 652∼710)의 역본이다.
≪대승기신론≫의 내용은 예로부터 일심(一心), 이문(二門), 삼대(三大), 사신(四信), 오행(五行)으로 요약해 왔다. 이 논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일심을 진여문(眞如門)과 생멸문(生滅門)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또한 일심이 가진 특성을 체(體), 상(相), 용(用) 삼대의 이론으로 전개하여 궁극적으로 대승에의 믿음을 일으키게 하며 나아가 실천적 행을 닦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일심의 설명은 ≪기신론≫ 특유의 독창적인 논리를 전개하여 명쾌한 분석을 하고 있다. 핵심 포인트는 중생의 마음이 바로 대승이라 천명한 것이며 이 대승의 근원이 진여라는 것이다. 중생의 본래 마음이 진여며, 또한 일체 만법이 진여에 의해서 전개된다는 진여연기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대승기신론≫의 내용이다.
전체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귀경술의(歸敬述意)의 게송이 서두에 설해져 있고 본론에 해당되는 정립논체(正立論體)의 대목이 있으며 마지막에 총결회향(總結廻向)의 부분으로 전문이 구성되어 있다. 정립논체의 대목이 다시 논을 지은 이유를 밝힌 인연분(因緣分)과 논의 주제를 제시하는 입의분(立義分), 제시된 주제를 자세히 풀이하는 해석분(解釋分), 어떻게 믿는 마음을 내어 수행할 것인가를 밝힌 수행신심분(修行信心分), 그리고 수행을 권하고 그 이익을 말하는 권수이익분(勸修利益分)으로 나누어진다.
이 논이 함축하고 있는 내용은 매우 심오하면서도 포괄적이다. 불교사상의 양대 조류라 할 수 있는 중관사상(中觀思想)과 유식사상(唯識思想)이 포함되어 있고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까지 조화되어 있다. 논이란 대개의 경우 특정 경전에 대한 논술이라는 일반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지만 ≪기신론≫의 경우는 어느 특정한 경전에 국한시켜 논해 놓은 내용이 아니고 대승의 요지를 두루 포괄적으로 논했다 할 수 있다. 물론 ≪능가경≫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여 능가경의 별신서(別伸書)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승의 대의를 독특한 논리를 전개하여 종합적으로 논했다는 것이다. 일심을 의지하여 두 문을 열어 대승의 법(法)과 의(義)를 설명한 것이 ≪기신론≫의 대의이다. 예로부터 이것을 의일심 개이문(依一心 開二門)이라 하였다.
고래로 이 논에 대한 주석서(註釋書)가 많이 나와 중세까지 나온 것이 무려 190여 종에 달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의 삼국에서 역대로 수많은 주소가(註疏家)들이 나왔는데 이 중 일본에서 나온 주석서가 150여 종에 달한다. 그러나 예로부터 가장 많이 읽혀온 주석서로 우리나라 신라 때 원효(元曉, 617∼686) 스님이 쓴 ≪기신론소(起信論疏, 일명 海東疏)≫와 중국 당나라 때의 현수 법장(賢首 法藏, 643∼712) 스님이 저술한 ≪기신론의기(起信論義記)≫와 또 중국 수나라 때의 정영 혜원(淨影 慧遠, 523∼592) 스님의 ≪기신론의소(起信論義疏)≫가 있다. 이를 3대 소라 한다. 일본 학자들의 손에 의하여 영역(英譯)이 되어 서양에도 소개되었는데 스즈키 다이세쓰의 영역본과 요시토 하케다의 영역본 ≪The Awakening of Faith≫가 있다.
≪대승기신론≫은 불교의 논장에 들어 있는 책이지만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는 철학 내지 심리학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마음이 어떤 것인가, 그 정체를 ≪기신론≫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책은 없다. ‘마음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경전 속에 나오는 구절처럼 마음을 가지고 인생을 살고 세상을 살면서도 마음을 모르는 것이 중생이라 한다. 기원 1세기를 전후하여 마음에 대하여 논리 정연하게 분석을 한 ≪기신론≫의 내용을 보고 감탄한 서양 학자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행의 요지를 간명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해서 수행의 지침을 명쾌하게 밝혀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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