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남산이야기

집.전세값에 기죽어 "서울 엑소더스"....

후암동남산 2011. 2. 17. 23:53

집·전셋값에 기죽어 ‘서울 엑소더스’… 2010년 모든 연령대서 순유출

A씨(31) 부부는 지난해 10월 결혼한 새내기 부부다. 깨가 쏟아질 신혼집을 알아보는 일이 한때는 즐거움이었지만 이내 고통으로 돌변했다. 서울 어디에도 집을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경기도 수원 영통지구에 있는 새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B씨(37)는 서울 방배동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사다. 아내는 서울 잠실동에 직장이 있다. 출퇴근 거리를 생각하면 서울 강남지역이 안성맞춤이지만 이들은 경기도 용인에 자리를 잡았다.

30대가 봇물처럼 서울을 떠나고 있다. 자의가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뛴 집값이 '서울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순이동자(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숫자) 가운데 20대는 1만1981명, 30대는 -4만8257명이었다. 세분화하면 20∼24세는 1만2065명이 서울로 들어왔지만 25∼29세는 84명, 30∼34세는 2만6699명, 35∼39세는 2만1558명이 떠났다. 대학 진학 등으로 20대 초반에는 서울을 찾지만 직장을 구하거나 결혼을 하는 나이가 되면 서울을 떠나는 것이다.

이들은 서울을 떠나 어디로 갔을까. 해답은 다른 시·도의 2030세대 인구 유입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4만2437명이 순유입하면서 전국 1위였다. 이 가운데 30대가 4만1223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대가 4만820명으로 뒤를 이었다. 통계청 서운주 인구동향과장은 "다른 시·도에서 서울과 경기도로 유입되는 인구는 여전히 많다. 다만 서울은 유입인구보다 더 많은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데 특히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가는 이유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주택 문제다. 이미 서울에서 1억원 이하 전세는 찾기가 힘들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서울의 1억원 이하 전세는 9만8889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20.47%나 줄었다.

값비싼 집값으로 '탈(脫) 서울'하는 움직임은 전체 연령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연령대별 순이동자 수를 보면 20∼24세만 순유입일 뿐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순유출이다.

취업도 서울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각종 공장과 기업체가 포화상태인 서울을 떠나면서 직장을 따라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다.

직장 때문에 시·도 경계를 넘어가는 인구이동의 흐름은 '서울에서 경기'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순유입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대신 중부권(대전·강원·충남·충북)이 팽창하고 있다. 각종 산업시설이 옮겨가면서 일자리가 따라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도권의 순유입 인구는 3만1000명으로 1998년(9200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2년 21만명을 마지막으로 인구 유입세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반면 중부권은 지난해 2만2000명이 순유입됐다. 2004년(2만3000명) 이후 최대치다.